'팡팡 팡파팡팡’. 폭죽은 중국이 전반전에서 한 골을 넣은 뒤부터 터지기 시작했다. 13억명의 44년만의 숙원이 성취된 밤이었다. 중국 축구의 2002년 월드컵 본선 진출이 확정된 10월 7일밤 중국 전역은 열광의 도가니였다. 중국인들이 미친 듯이 터뜨리는 폭죽소리는 외국인인 필자의 마음까지 흥분시켰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 결정된 지난 7월 밤에 버금가는 감격의 날이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아시아 B조 예선전에서 13점으로 1위를 달려온 중국은 10월7일밤 오만과의 홈경기에서 1대0으로 승리했다. 오만에 비해 앞선 전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 중국의 승리는 예견된 것이었다. 경기가 종료된 직후 환희에 들뜬 중국 선수들은 대형 오성홍기를 치켜들고 5만 관중의 환호에 화답했다.
중국 선수들의 운동복에는 ‘이겼다’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선수들은 감독인 밀로티누비치를 무등 태웠다. 경기전 ‘미리 샴페인을 터뜨리지 말 것’을 간곡히 당부했던 밀로티누비치 감독도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펄쩍펄쩍 뛰었다. 한 선수는 CCTV와의 인터뷰에서 ‘중국만세’를 외쳤다. CCTV는 경기종료 직후 ‘우리는 출전한다’라는 대형 자막을 내보냈다.
중국사상 최초의 월드컵 본선 진출에 대한 흥분은 이미 몇 주 전부터 시작됐다. 북경청년보 보도에 따르면 입장권은 오래 전에 매진됐다. 암표상들이 중국 각지에서 경기 장소인 선양(沈陽)으로 몰려들었다. 암표 가격은 정상가격의 5배인 6백위안(한화 10만원 가량)으로 뛰어올랐다. 위치가 좋은 관중석의 암표값은 무려 6천위안(한화 1백만원 가량)에 달했다.
선양에서 빈 방을 잡기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였다. 경기 전날인 6일과 경기당일인 7일밤 선양 일대의 모든 숙박업소가 만원사례였다. 오성호텔인 완하오지우디엔(萬豪酒店) 9백52위안짜리 일반객실 435개는 보름 전에 예약이 끝났다. 경기장 관중석이 보이는 1만8천위안과 5천위안짜리 프레지던트(總統)룸도 모두 예약이 완료된 상태였다. 이기간 선양으로 향하는 비행기표와 기차표 역시 동이 났다.
경기당일 선양뿐만 아니라 중국 전역이 현지시간으로 저녁 7시30분에 열리는 경기를 기다리며 한껏 들뜬 분위기를 보였다. 베이징의 대표적인 주점거리인 산리툰(三里屯)의 술집들은 가게 앞에 대형TV 설치를 알리는 안내문을 내걸었고, 종업원들은 다른 때보다 많은 양의 맥주를 실어 나르며 ‘월드컵 대목’에 대비했다.
***중국은 국운 상승기**
베이징의 백화점과 대형 상가들도 ‘역사적인 날’을 앞두고 바쁜 모습이었다. 이들 상점들은 7일밤 영업시간을 밤12시까지 연장하고 월드컵 본선진출 기념 대할인 행사에 들어갔다. 중국축구 국가대표 선수단의 사진과 축구공 모양을 한 케익이 이 행사의 주요 품목이다. 축구공 케익의 경우 원가 180위안짜리가 80위안에, 50위안짜리가 23위안에 특별 할인판매됐다.
이밖에 베이징 기차역은 승객들을 위해 대형 스크린 텔레비전을 준비했다. 베이징역 근무 경찰 3백명이 총출동해 질서유지에 나섰다. 베이징대와 칭화대 등 각 대학들은 TV가 설치된 식당과 강당 등을 학생들에게 개방해 학생들이 경기를 단체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만약 ‘국운(國運)’이라는 것이 있다면 현재 중국은 국운의 상승기에 있음이 틀림없다. 중국은 새 천년 첫해인 올해 여러 개의 숙원을 성취했다. 지난 7월 베이징은 2008년 올림픽 유치에 성공했다. WTO 가입은 사실상 확정돼 다음달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WTO 회의의 형식적인 최종 절차만을 남겨놓고 있다. 그리고 10월7일 밤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오랜 소원을 이루었다. CCTV의 사회자 역시 경기 이후 ‘중국 축구 하오윈(好運), 중국 하오윈’을 연발했다.
중국의 월드컵 본선 진출은 한국에게도 희소식이다. 한국에 비해 훨씬 더 열광적인 중국 축구 팬들이 내년에 대거 한국으로 몰려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월드컵에 대한 중국인들의 관심도 한층 고조될 것이 틀림없다. 미국에 이은 제2의 대규모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에 한국은 절호의 홍보 기회를 맞았다.
10월7일 중국-오만 경기와 관련해 한가지 덧붙이자면 오만 선수들이 아마 꽤 고생했을 것이란 점이다. 경기가 열린 선양은 중국 동북부에 위치한 곳으로, 중국에서도 추운 지역에 속한다. 최근 밤 최저기온이 영상 4-5도로 떨어졌다. 필자가 있는 베이징의 경우에도 요즘 날씨가 많이 쌀쌀해져 낮에도 가죽점퍼를 입고 다닌다. 인도에서 대규모 동사자가 발생한 때의 최저기온이 영상 5도 정도였다.
더운 지방에서 온 오만 선수들에게 영상 10도 이하의 날씨는 분명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한여름 더운 중동지방에서 어웨이 경기를 하며 마치 ‘사우나’ 안에 있는 것 같다고 표현한 중국 선수들이 중동 선수들을 ‘냉장고’ 안으로 끌어들여(냉장실의 온도는 영상 5도 정도이다) 경기를 한 셈이다. 중국 그 넓은 땅에서 대표도시인 베이징, 상하이를 다 제쳐놓고 선양에서 홈경기를 잇달아 치른 중국의 전략이 재미있어 사족을 붙여 봤다.
참고로 베이징의 유력지인 북경청년보 미아오웨이 기자가 쓴 기사를 소개한다. 8천만명에 이르는 중국의 축구팬들 가운데 상당수가 한일 월드컵을 관전하기 위해 한국으로 몰려갈 것으로 예상되는 이 기사를 통해 현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세계의 문화를 접하는 축제**
"지난 몇 년 동안 월드컵 축구경기를 관전한다는 것은 낮과 밤이 뒤바뀌는 것을 의미했다. 월드컵 개최지와의 시차로 인해 축구팬들은 ‘철야 관전’을 해야 했다. 그러나 내년에 한국과 일본에서 열리는 2002년 월드컵 경기는 새벽에 시작되지 않는다. 축구팬들은 황금시간대에 축구를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2002년 한일 월드컵에 중국이 사상 최초로 출전함에 따라 축구팬들은 자국 선수단을 따라 ‘원정’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최근 많은 중국인들이 한국 여행을 즐기고 있다. 가격이 저렴하고 정서적으로 가깝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중국 축구팬들이 한국에서 열리는 월드컵 경기를 직접 관전하고 싶어할 것이다. 원수지간인 중×한 양국(중국 축구가 지금까지 한번도 한국 축구를 이겨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이렇게 표현한 것같음-필자)이 이번에는 한 집안처럼 가까워지게 됐다.
월드컵은 광란의 축제다. TV로 볼 때 축구의 영원한 무대는 축구장이다. 세계 각지의 축구팬들은 이 광란의 축제의 주연이다. 일본 축구팬들은 프랑스 월드컵에서 경기 후 자기가 앉았던 관중석을 깨끗이 치우는 모범을 보였다.
한국도 이를 받아들였다. 한국은 내년 올림픽에서 축구팬들이 자신의 좌석을 깨끗이 치우고 쓰레기를 남기지 않으며 경기장을 더럽힐만한 물건을 반입하지 않는 풍토를 조성하기를 바라고 있다.
이는 내년에 소탈한 중국 축구팬들이 한국에서 주의할 점이다. 그렇다고 중국 축구팬들이 매사에 소심하게 행동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떠들썩한 축제의 장인 월드컵에서 중국 축구팬들이 위축돼서는 안 될 것이다. 내년 월드컵 여행 때는 한국의 불고기와 일본의 청주를 실컷 맛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문화교류란 원래 다층적이다. 베이징에는 한국인들이 모여 사는 한국인촌이 있다. 휴가기간 칭다오(靑島)의 상점가에서 한국인과 일본인을 마주치는 것은 흔한 일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 원정가는 것은 ‘지아요(加油, 선수들을 응원하는 말)’를 외치는 정도의 간단한 일이 아니다.
그것은 시야를 넓히고 다른 나라의 문화를 접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곳에서 세계 각국의 축구팬들이 얼마나 축구를 사랑하는지, 경기 개최지의 시민들이 얼마나 자신의 고장을 사랑하는지를 알 수 있게 되고, 수많은 풍부한 표정의 얼굴들을 볼 수 있게 되며, 우리의 생활에 대한 사랑을 솟구치게 할 것이다. "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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