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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은 무얼 먹고 사나 <9.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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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은 무얼 먹고 사나 <9.끝>

새로운 실험들<하> -대전 '한밭신문'

대전교차로에서 발행하고 있는 시사주간지 한밭신문의 1997년 창간 당시 제호는 ‘시사주간지 참소리’였다. 요즘 감각으로 볼 때 우직하기 짝이 없는 제호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제대로 된 지역신문을 내보고자 했던 창간 발행인의 진심이 잘 드러나 있다.

작고한 박권현 대전교차로 회장은 제대로 된 지역 신문 하나 만들어 보자는 뜻을 ‘참소리’라는 제호에 담았다. 어디에서나 참소리는 말썽을 일으키기 십상이다. 시사주간지 참소리는 제호 그대로 대전 지역 사회에 편지 풍파를 많이도 일으켰다.

대전의 대표적인 백화점인 한화 갤러리아의 전신인 동양백화점 부사장의 해외 도박 사건과 분양 특혜 비리 의혹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동양백화점 부사장 해외 도박사건은 당시 이 지역사회의 대표적인 기업인 동양백화점 실세 부사장이 해외 도박으로 구속됐음에도 불구하고 지방 언론들이 침묵으로 일관할 때 한달여 동안 집중적인 보도로 이 사실을 공론화했다.

또 신시가지에 동양백화점을 짓고 있을 때 지역 정.관계 인사들에게 특혜 분양했다는 의혹을 '실명’으로 보도해 큰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 보도로 참소리는 집단적인 소송 사태에 휘말리기도 홍역을 치러야 했으며 일부 편집진이 교체되는 우여곡절도 겪었다.

우희창 대전충남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의 사무국장은 참소리에 대해 “당시 지역 정서상 너무 앞서갔다는 지적도 있지만 직설적이고 거침없는 보도로 기존의 지방 일간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대전의 상류층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곤 했던,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시사주간지 참소리는 그 후 대전종합신문으로, 그리고 다시 한밭신문으로 제호를 변경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매주 2회 신문 대판으로 12면씩을 발행하던 한밭신문은 지난 9월 21일자부터 주1회 20면 발행으로 발행방식을 변경했다. 한 때는 주 3회 발행 등 일간화를 검토했지만 속보성보다는 깊이 있고, 종합적인 시사 생활 정보 주간지 성격을 분명히 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참소리 때보다는 고발적이거나 비판적인 톤은 많이 누그러진 것 같다”는 우희창 대전충남민언련 사무국장은 그러나 “지방 일간지들이 언론으로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형편에서 한밭신문은 상대적으로 건강한 편”이라며 기대감을 버리지 않았다.

지역 문제를 밀도 있게 다루는 신문으로는 한밭신문같은 신문이 없고, 지역 현안을 “그래도 정직하게 드러내려는 노력이 돋보인다”는 것이다. 대전종합정보㈜라는 별도 회사에서 발행하고 있는 한밭신문은 교차로의 지원을 받기는 하지만 독립적인 구조로 돼 있다.

배포도 아파트단지와 주유소, 상가, 공장 밀집지역 등에 지정 배포처를 구축해 교차로와는 별도로 배포되고 있다. 발행 부수는 2만 5천부 정도. 취재 및 편집기자 16명을 포함해 25명의 사원이 일하고 있다. 지정 배포처에 배포되는 신문은 무료이다. 집에서 받아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연 1만 5천원의 우편 배달 우송료만을 받고 있다.

지역의 시사 생활 정보를 제공하는 '저널’을 지향하면서도 광고 수입에 의존한 무료 배포방식은 미국의 무가 소지역신문 발행 형태와 유사하다. “독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좋은 신문을 만들어낸다면 광고는 저절로 붙을 것이라는 게 발행인의 소신이었다”는 최성수 편집장은 “눈높이를 낮춰 지역민들과 함께 호흡하는 신문을 만들 것”이라고 말한다.

지방 일간지들이 외면하고 있는 구청 단위의 세세한 지역 뉴스 개발에 힘쓰고 시민기자단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는 것들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다. 시민들의 참여 속에서 지역공동체를 함께 일궈나간다는 공공저널리즘을 신문 제작의 큰 방향으로 잡고 있다.

한 달에 한번씩 지역 사회의 주요 인사들을 초청해 기자 교육을 하고 있기도 한 한밭신문으로서도 어려움은 적지 않다. 빠른 시일 안에 경영의 독립 기반을 구축하는 일이 그것이다. 언제까지 교차로의 지원에만 의존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유료독자라고 할 수 있는 ‘후원회원’의 조직 등을 비롯해 수익 모델 마련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밭신문은 제대로 된 지역언론에 유달리 집착했던 고 박권현 전 대전교차로 회장의 마지막 유산이자 생활정보지를 국내에 처음 도입한 생활정보지의 대부로서 그가 처음부터 가졌던 꿈이기도 하다.

박권현 전 회장은 한밭신문 이전에도 1993년 생활정보지 가운데는 처음으로 대전저널이라는 주간 지역신문을 냈었다. 대전저널에 몸담았다가 나중에 시사주간지 참소리의 초대 편집장을 맡았던 변강훈 익산교차로 이사는 “정보의 공유라는 철학을 가졌던 박권현 전 회장에게 있어서 지역신문은 생활정보지 사업과 동떨어진 게 아니었다”고 회고한다.

생활정보지의 존립 근거가 ‘직거래’와 ‘재활용’에 있다고 본 박권현 전 회장은 사업 초기부터 ‘공유’와 ‘나눔’의 문화를 위해 YMCA나 YWCA 등 대전지역 시민단체와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 이들 시민단체들과 함께 물물교환 장터를 열기도 하고, 재활용 사업을 추진하기도 했다. 이런 과정에서 자연스레 제대로 된 지역언론의 필요성에 대해 시민단체들과 뜻을 같이 한 게 ‘대전저널’과 ‘참소리’의 창간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생활정보지들이 지역사회에 자리를 잡으면서 지역신문을 내는 생활정보지들이 점차 늘고 있다. 이들 가운데 경남시사신문(마창교차로)이나 여수투데이(여수교차로) 등 일부 지역신문들은 생활정보지를 보완하는 차원을 넘어 지역사회의 정치 사회적인 문제까지를 다루는 본격 지역언론으로서의 역할을 추구하고 있다.

변강훈 전 참소리 편집장은 “대전저널을 낼 때만 해도 생활정보지들이 아직 안정적인 경영기반을 갖춘 때가 아니어서 지속적인 발행이 어려웠다”며 “이제는 생활정보지들이 제 궤도에 오른 만큼 재정적인 측면에서는 어려움이 없겠지만 이들 지역신문들이 어떤 위상으로 자리매김할 것인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생활정보지와 지역언론은 그 문화와 경영 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는데 이들 양자간의 결합이 어떻게 정착될 수 있을지는 아직 속단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분명한 것은 이들 생활정보지들이 내는 지역신문들의 경우 기존의 지방신문과는 달리 훨씬 ‘지역밀착적’이라는 것이다.

경영 여건에서도 상당수 지방 신문들 보다는 훨씬 좋은 조건이기도 하다. 일부 지방 일간지 기자들이 이들 지역신문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는 데서 나타나듯이 ‘인적 측면’에서도 그 격차는 상당히 좁혀지고 있다. 새로운 지역신문으로서 그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들이다.

풀뿌리 광고시장에 뿌리 내린 생활정보지들이 단순히 ‘광고 전달 매체’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에서 ‘정보’ 뿐만이 아니라 ‘여론’까지를 공유하는 지역언론의 모체(母體)로 거듭날 수 있을까. 몰락하고 있는 지방 신문들의 빈 자리를 이들 지역신문들이 새롭게 채워나갈 수 있을까.

한밭신문의 향배가 주목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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