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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가 '일진 소굴'? 황당한 정부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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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가 '일진 소굴'? 황당한 정부 조사

어른들이여, 제발 우리 얘기를 들어주세요

학교 폭력은 많이 슬픈 이야기다. 누가 가해자고 누가 피해자인지 속 시원히 구분할 수 없어 더욱 슬프다. 어른들은 너무나 쉽게 가해 청소년과 피해 청소년을 나누지만, 내 눈에는 가해자도 피해자인 경우로 보이는 경우가 많다. 사실 가해자라고 낙인을 찍지만 그들 대부분은 비틀린 교육 제도와 어른들의 욕심과 무관심에 짓눌린 피해자다.

부모는 아이에게 너무나도 많은 것을 요구한다.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폭력으로 모습을 바꾸어 나타난다. 어른들은 인간으로서 타인에게 반드시 지켜야 할 도리 같은 것을 말하지 않는다. 내가 봐온 아이들 중에 타인에 대한 예의와 존중을 중요시하고 자식들에게 그런 교육을 강조하시는 부모님 아래서 자란 아이들은 대부분 싹싹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게 몸에 익숙해져 있지만, 그런 아이들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또 아이들에게 자존감을 불어 넣어 주고 인간의 미덕을 몸소 보여주는 부모님도 그리 많지 않다. 배우는 교과목과 성적 보다 이것들이 내 눈엔 더 중요해 보이는데, 어른들은 '이딴 것'이 밥 먹여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가정은 모든 사람들에게 있어 첫 번째 교육장이다. 가정에서 어른들의 가르침과 실천이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삶의 미덕은 한 두 가지가 아닌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가정에서의 교육만이 학원 폭력의 해결책을 제공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학교는 더욱 더 중요한 장소이다. 그런데 학교에서 선생님들은 자꾸 아이들에게 문제가 있다고 녹음기처럼 말한다. 그러니 정부에서도 이 문제시되는 아이들을 끊임없이 감시하고, 가려내고 격리하거나 처벌하면 된다는 식으로 접근한다. 그래서 내 눈에 학교와 정부는 한편이고 공범이다. 학교 폭력을 예방한다고 떠들썩한 정책들을 내놓지만 정작 우리들이 왜 폭력적인 상태에 놓이게 되는가에 대해서는 별로 고민이 없어 보인다.

예를 들어, 선생님들은 학생들과 진심으로 소통하거나 학생들 하나하나에게 관심과 애정을 보이지 않는다. 관계는 형식적이고, 오히려 학생들의 감시자와 처벌자로 군림하려 한다. 정부는 마녀사냥 식으로 온갖 국가 재정을 동원해 소위 일진들을 가려내기 위해 요란스럽게 움직인다. 말도 안 되는 설문지는 종이 낭비에 가깝다. 학생들이 과연 설문지에 제대로 응답을 할지도 의심스럽지만, 이것을 객관적인 데이터인 양 수치화해서 열심히 언론에 제공한다. 언론은 별 의심도 없이 그냥 열심히 외쳐댄다.

정부가 수 십 억을 들인 전국 학교폭력실태조사 설문지를 작성하게 되었다. 두 번째였다. 설문지의 내용은 딱히 특별할 건 없었다. '학생이 다니는 학교에 일진회 같은 폭력서클이 있다고 생각하나요?', '학교폭력을 당하였다면 주로 어느 곳에서 당했나요?' 이런 질문들이었다. 질문도 조금 무서웠지만 이런 질문들은 별 대수롭지 않은 청소년기의 몸싸움을 한 친구들이나 소위 '날라리' 풍의 아이들까지 일진에 집어넣을 것을 부추긴다.

어찌되었든 우리 학교는 학교 폭력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설문지를 작성하고 난 후 얼마 정도 시간이 지났을 때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우리 학교에 일진이 있다는 답변이 양평에서 가장 높은 수치였다는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하지만 우리는 가장 불명예스러운 수치 앞에서 다시 정밀한 조사를 받아야 했다. 우리 학교 아이들이 다른 학교에서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작은 것까지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반응해 대답했나? 아니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어른들은 학교 폭력이나 일진이니 왕따니 이런 자극적인 이야기들을 좋아하면서도 정작 우리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거나 우리들의 자존감을 어떻게 지켜줄 것인지에 대해서는 별 생각이 없다. 학교 규모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으면서, 정작 학생 한명 한명의 학창시절을 어떻게 지켜주고 함께 해줄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무 생각을 하지 않는다. 지금 학교는 너무 넓고, 교사들의 눈이 닿지 않는 곳은 너무 많다. 또 교사들이 책임져야 할 아이들은 너무도 많다. 지금의 학교는 스스로 학교 폭력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뭐가 대단히 잘못되었는데 어른들은 자기들끼리 열심히 이야기할 뿐 우리들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

또 어떤 어른들이나 정부 공무원들은 학생인권조례가 학교 폭력을 심화시킨다고 주장하기까지 한다. 학생들의 인권에 대해 생각해 볼 생각은 않고 인권조례가 오히려 학교 폭력을 키운다는 그 생각이 도대체 어떻게 가능한지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고 나서는 학생들이 전장에서 폭력을 휘두르는 병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폭력을 사용하는 학생들은 폭력으로 응징하겠다는 무서운 발언들이 오간다.

난 지금까지 별별 학교를 다 다녀보았다. 초등학교 1, 2학년 동안은 서울에 커다란 일반학교를 다녔었고 3, 4학년은 대안학교를 다녔었다. 그리고 5, 6학년은 시골에 있는 한 반이 10명 안팎인 작은 일반 학교를 다녔다. 다녀본 동안 확실히 느꼈는데, 소규모의 학교는 정말로 학교 폭력이 일어날 수가 없는 구조라는 거다. 우선 가장 좋은 점은 모든 교사들과 학생들의 관계가 친밀하다는 것이다. 자연히 교사들, 무엇보다 담임교사는 반 학생들 하나 하나에게 관심을 가진다. 그래서 아이들은 어긋나지도 못하고 자신에게 관심과 애정을 보내는 교사에게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내가 지금 다니는 중학교도 한 학년이 50명 내외인 작은 학교인데 다른 지역 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하던 학생들이 우리 학교로 전학을 오곤 한다. 학교 선생님들께서 매일 신경써주시고 하니 성적도 처음 올 때보다 좋아지고, 처음 왔을 때 아이들에게 한 마디도 안 했던 애들이 반 친구들에게 싹싹해지기까지 했다. 게다가 우리 학교는 아이들 사이의 관계도 정말 좋고 아이들끼리 다소 마찰이 있긴 하지만 도를 넘어선 학교폭력은 일어나지 않는다. 매체에서 떠드는 학교 폭력? 우리 학교 아이들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그런데 우리 학교는 학원 폭력이 무지 빈번하게 발생하는 학교 중 하나란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학원 폭력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시선과 그 대응책 하나하나가 다시 검토되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이마저 과도한 기대일까? 모르겠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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