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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치킨게임에 끌려다니는 지구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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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북한의 치킨게임에 끌려다니는 지구촌

윤재석의 '지구촌 브리핑' <56>

Q1) 북핵 현안으로 지구촌이 어수선합니다. 미국과 국제기구의 강력한 저지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핵실험을 강행할 기미를 보이면서 지구촌을 압박하고 있는데요.

A1) 국제정치학 이론 중 하나인 치킨 게임(chicken game), 일명 겁쟁이 게임은 1950년대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자동차 게임입니다.

한밤중에 도로의 양쪽에서 두 명이 차를 몰고 정면으로 돌진하다가 충돌 직전에 핸들을 먼저 꺾는 사람이 지는 경기죠. 핸들을 꺾은 사람은 겁쟁이, 즉 치킨으로 몰려 친구 사이에서 매장 당하게 됩니다. 어느 한 쪽도 핸들을 꺾지 않을 경우 둘 다 승자가 되지만, 결국 모두 자멸하는 모순에 봉착하게 됩니다.

제임스 딘이 주연한 1955년 영화 '이유 없는 반항(Rebel without a reason)'에 나오는 자동차 게임도 전형적인 치킨 게임이죠. 여기선 차 두 대가 절벽을 향해 달립니다. 북한과 미국은 지금 열심히 절벽을 향해 달리는 상황입니다.

Q2) 최근의 양상을 점검해 주시죠.

A2) 북한의 동북부 길주 지역에서 핵실험 준비가 진행중인 것으로 추정된다는 뉴욕타임스 보도후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이 일제히 북한에 대해 핵실험 중단을 촉구하고 나서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스캇 매클렐런 미 백악관 대변인은 어제 "자세한 정보는 아직 알지 못한다"면서도 "(그러나) 북한이 그런 단계(핵실험)를 취한다면 그것은 또 하나의 도발적인 행위로,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을 심화시킬 뿐"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미 국방부 관계자 역시 같은 경고를 했습니다.

한편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IAEA 사무총장은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가 열리고 있는 유엔본부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아시아와 세계에 파멸 수준의 정치적 파장을 일으키고 환경 면에서도 방사성 낙진이 아시아 지역에 퍼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Q3) 북한과 미국간의 치킨 게임이 여러 차례 있었지만 최근들어 치킨 게임 양상은 날로 고약해지고 있는 상황이죠?

A3) 최근의 치킨 게임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부시가 북한 김정일에 대해 '위험한 사람' '폭군''주민을 굶긴다''위협하고 허풍떤다' 등의 말로 비판하면서 비롯된 것입니다. 말하자면 부시가 싸움을 건 셈인데요.

그러자 바로 다음날인 30일 김정일이 북한 외무성대변인을 시켜서 부시를 '불망나니' 등으로 표현하며 반격합니다.

외무성은 특히 부시 행정부를 깡패집단으로 규정하고(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 바로 미국이 북한 등을 지칭하던 rogue states와 같은 맥락) 부시 집권기간동안엔 핵문제 해결이나 북미 관계 진전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밝혀서 치킨게임을 하자고 노골적으로 덤비게 됩니다.

그리고 1일 북한은 동해상으로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합니다. 일종의 시위인 셈이죠.

앤드루 카드 백악관 비서실장의 커멘트가 걸작입니다.

그는 "북한은 깡패같은 행동을 하면 세계 다른 나라들이 우러러 봐줄 줄 알지만, (깡패는) 별로 건설적인 지도자는 아니다"고 말하고 "김정일은 약속 준수라는 측면에서 우리가 별로 신뢰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결국 이번 치킨 게임으로 부시와 김정일이 모두 깡패가 된 셈입니다.

Q4) 미국의 대북 압박이 상당히 입체적이죠?

A4) 그렇습니다. 지난 2일 영국의 핵전문가 존 라지 박사는 시나리오 하나를 공개합니다.

라지 박사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영변 등 핵시설을 폭격할 경우 핵탄두 1기 투하만으로도 방사능 낙진으로 최소 43만명의 사상자가 발생한다는 시뮬레이션(모의 실험) 결과가 나왔다고 밝힙니다.

그는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공식화하고 핵실험 준비설 제기 등으로 위기상황이 증폭되면서 미국의 북핵 문제 해결 옵션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면서 "미국의 새로운 '선제공격'(first strike) 정책으로 한국인들이 위험에 처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제 남한까지 볼모가 되는 셈인데요.

문제는 이 폭로의 근거지가 미국이라는 사실입니다.

라지 박사는 기밀 해제된 미국 정부 문서를 인용해 "동남풍이 부는 상황을 가정해 400kt 위력의 B61-11 투하시 방사능 낙진이 남한 국토의 3분의 1과 일본의 일부에 떨어져 43만~55만의 사상자가 발생할 것"이라는 덧붙였습니다.

한편 미국은 지난 3일부터 유엔본부에서 열리고 있는 NPT 평가회의에서도 북한을 압박하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그 압박이 dual standard, 즉 이중기준에 의한 것이라는 데 있습니다.

미국은 핵연료용 우라늄 농축 사업을 기존 핵보유국 이외에 일본, 독일, 네덜란드,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5개국에만 허용하고, 북한 등 이른바 깡패국가들은 물론 다른 국가에도 아예 핵의 평화적 이용마저 봉쇄하겠다고 천명했습니다.

이러한 방침(?)은 우리나라로서도 수용하기 어려운 이중기준인 셈이죠.

Q5) 외교적인 압박도 만만치 않습니까?

A5) 부시 대통령은 5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로 북한 문제를 논의하면서 북핵문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북학이 6자회담 테이블로 조속히 나와야 한다는 것을 후주석과의 전화통화로 재차 강조했습니다.

한편 반기문 외교장관과 리자오싱 중국 외교부장은 교토에서 회담을 갖고, 북미간의 상호비난전에 우려를 표시합니다.

이것은 최근의 치킨 게임에 대한 책임이 북한과 미국 모두에 책임이 있다는 한ㆍ중 두 나라의 상황 인식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Q6) 한반도 문제, 특히 북핵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중국의 자리가 더욱 커 보이는데요.

A6) 부시가 후진타오와 전화 회담을 하고, 외교부장은 점잖게 두 세력을 꾸짖는 모습이 마치 아이들 싸움 말리려는 어른 형국입니다.

7일자 워싱턴포스트는, 중국이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압력 수단으로 대북 석유 공급을 중단해달라는 미국의 주문을 거부한 것으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주한 미 대사 출신의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4월26일 중국을 방문해 대북 석유공급 중단 방안을 제기했지만 중국측이 송유관 손상 위험이 있다며 거부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북한에 공급하는 석유엔 양초 성분인 파라핀이 많이 들어 있어 송유관을 일시 막으면 심각한 손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중국 관리들은 대북 압력면에선 식량 공급 중단이 가장 효과가 크다면서 식량 및 일부 품목의 대북 금수 확대 방안을 검토하고 있음을 내비쳤습니다.

참고로 대북 석유공급 중단은 재작년(그러니까 2003년) 3월 북-미-중 3자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중국이 대북 압력수단으로 쓴 적이 있습니다.

북핵 문제의 유엔 안보리 상정도 중국의 거부권 행사가 예상돼 만만치 않습니다. 일본은 6월중에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 제재안을 논의하자는 입장이지만, 미국 측은 거부권을 가진 중국이 꺼리는 한 안보리 압박 수단의 성공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Q7) 치킨 게임에서의 입지는 누가 유리한가요?

A7) 우리나라에서도 보수진영에서 북한은 불리한 치킨 게임을 포기하라고 협박반 회유반 주문을 하고 있는데, 틀려도 한참 틀린 분석입니다.

외형적으로야 당연히 미국이 유리합니다. 힘세고 지구촌의 공통된 지지를 얻고 있고 등등.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우선 미국의 경우 대북 경제제재의 확대, 공해상에서의 북한 선박 나포 등 지엽적인 것 두어가지, 그리곤 바로 북폭이라는 초강수를 둘 수밖에 없습니다. 인내심 있게 기다리지 않는다면요. 중국과 러시아가 동의한다는 전제가 있긴 합니다만.

그런데 북한의 경우는 불행히도 전략적 선택의 여지가 많습니다. 우선 요즘처럼 대미 비난 강도를 계속 높이면서 단거리 미사일발사나 핵실험 준비 제스처로 미국의 첩보망을 교란시킵니다.

그러면서 6일 홍서헌 조ㆍ러 친선의원단 위원장이 러시아 의회대표단과의 회담에서 한 발언처럼 "미국이 믿을 만한 성의를 보이고 행동하면 6자회담에 나갈 수 있다"는 식의 유화제스처도 있지 않는 것입니다.

한편으로 실제로 대륙간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라든가, 지하핵실험을 강행하는 것입니다. 미국이나 국제사회로선 뾰족한 대응책이 별로 없습니다. 북폭을 하기 전에는. 물론 그건 지구촌의 파국을 의미하는 것이죠.

Q8) 북한 핵실험 가능성과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가능성은 있는지?

A8) 우선 김정일은 별로 잃을 게 없는 입장입니다. 또 미국에 굴복할 수도 없습니다. 북한은 미국의 위협에 실제로 상당히 위협을 느끼고 있거든요. 핵실험 준비 징후나 미사일 발사 징후도 양면성이 있습니다.

나한테 관심을 주지 않으면 계속 떼를 쓰겠다는 어린이의 투정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길주 지역 핵실험 준비 징후도 마찬가지입니다. 미 정부내에서조차 북한의 의도에 대해 평가가 엇갈리고 있지 않습니까.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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