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 전에 <미디어오늘>에서도 보도됐듯이 조선일보는 안기부 내 도청전문 비밀조직에 대한 구체적 정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적어도 오늘 보도된 내용은 이미 2주 전에 정리하고 있던 내용이다. 11일 월요일자 보도설, 18일 월요일자 보도설이 조선일보 주변에서 계속해서 흘러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이 연이어 '설'로 끝난 이유는 단지 MBC가 하지 않는 보도를 '우리가 왜 해'라는 데스크의 판단이 개입돼 보류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조선일보, '눈치보기'는 피차일반 아니었나"**
결국 오늘내일 하면서 시간을 끌다가 뜬금없이 20일자 동아일보에게 '선수'를 빼앗긴 조선일보. 닭 쫓던 개가 될 것인가, 아니면 끝내 닭 잡은 개가 될 것인가를 두고 엄청나게 고민했을 것이다. '삼성과 중앙일보'. 이들은 결코 쉽게 무너질 조직이 아니기 때문이다. 왜 삼성을 한국판 '프리메이슨'이라고 하겠는가. 그리고 이미 조선일보에게 신문시장 1등 자리를 빼앗았다고 생각하는 중앙일보가 갖고 있는 보수진영에서의 영향력과 정보력이 그리 만만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동아일보가 20일자로 알맹이 없는 '이상호 X파일' 관련 보도를 터뜨린 것은 '조중동'의 치열한 1등 경쟁이 그 이면에 도사리고 있고, 그것이 '침묵의 늪' 속에서 허우적거리던 정-경-언-관(政經言官)의 초대형 스캔들을 다시 세상 밖으로 끌어내는 연쇄작용의 촉발점이 되었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재미있는 것은 동아일보의 어제 보도 때문에 조선일보가 그동안 보여준 '눈치작전'도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눈치작전 끝에 1면 머릿기사로 보도한 조선일보 때문에 MBC 보도국은 거의 '바보 멍청이'가 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MBC가 그동안 '구관조'처럼 읊조린 'X파일'을 공개하지 못하는 이유, 아니 적실하게 표현해 '변명'을 보면 첫째, 기사요건이 불충분하다 둘째,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MBC 보도국의 '새가슴'을 드러내는 근거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기사요건이 불충분하다면 '특별취재팀'을 꾸리자는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위원장 김상훈)의 주장을 왜 무시했는지 설명이 안 된다. 하필이면 조선일보가 터뜨리자 오늘에서야 특별취재팀을 '6명으로 하니 7명으로 하니', '이상호를 포함시키니 마니'하며 난리법석을 떨었는가. 가소로운 변명이었다. 다음으로 통신비밀보호법인데,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언론의 자유 정신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하위법일 뿐이다. 보도 직후 헌법소원을 제기하면 될 일이다.
***"국민 알권리 뭉갠 보도국장 경질 마땅하지 않은가"**
결론적으로, 일단 MBC 보도국장은 이번 기회에 경질해야 한다. 지난 7개월간 MBC 보도국은 특종을 잡고 있으면서도 특종을 터뜨리지 않았다. 기자 세계의 월계관으로 통하는 이 '특종'도 보통 특종이 아니라 한국사회에서 청와대-정치권-언론사-검찰-안기부 그리고 현존 최고의 권력이라고 할 수 있는 삼성재벌이 포함된 초특급 스캔들을 뭉개고 앉아서 '변명만 늘어놓았을 뿐 아무 것도 한 게 없는', 아니 '변명만 해 온' 보도국장이 공영방송 MBC의 보도국장으로 앉아 있을 이유가 전혀 없다.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언론의 가장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사명인 '권력과 자본의 감시기능'을 수행할 수 있겠는가. 자의적 판단으로 자기조직의 유·불리만 따지면서 국민의 알권리를 유린한 보도국장이 얼마나 뻔뻔하면 자기 입으로 안 된다던 특별취재팀을 자기 손으로 꾸린다는 말인가.
또한 MBC 보도국장의 '이상호 X파일'과 관련한 그동안의 행적을 보면 이쪽저쪽 눈치를 보다가 흐지부지 깔아뭉갤 개연성이 높았기 때문에 더욱 더 경질시켜야 한다. 폼으로 '국민의 알권리'를 외치는 이런 보도국장이 무슨 능력과 의지로 정치권력, 언론권력, 자본권력, 관료권력 등 한국을 대표하는 '4대 권력의 검은 커넥션'을 파헤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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