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이 국정감사 기간 중 피감기관 관계자들과 가진 술자리를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이 점차 흙탕물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마침 다음달 대구 지역 재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주고 받는 '음모론'과 '역음모론'의 소음 속에 피감기관과 국회의원들의 술자리 구태에 대한 지적도 파묻혀가는 듯 하다.
그러나 주 의원 사건이 처음 보도된 23일부터 현지의 관련 소식을 전해준 <대구경북시민신문> 박창원 기자는 결국 주 의원이 시작한 '음모론'이 본질을 흐리기 위한 물타기 술책일 뿐, 지역 정서상 재선거 자체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전기'를 전해 왔다.
해당 지역 출신 국회의원의 결정적인 추태 논란이 가십 이상으로 발전하지 못할 정도로 공고한 지역주의에 한편으로 씁쓸함을 느끼며 이 글을 소개한다. <편집자>
"달을 가리키는데 손가락만 쳐다봐서야 되느냐."
작년 8월말 한나라당 연찬회에서는 같은 당 의원 24명이 모여 참여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를 꼬집는 풍자극 '환생경제'를 공연했다. 이 연극에는 대통령 비하와 심한 욕설 등이 등장하는데 이에 대한 비판여론이 일자 '저승사자' 역을 맡았던 주성영 의원이 했다는 말이다.
대구의 술자리 '폭언(성희롱) 파동'을 보면 어느새 달 이야기는 사라지고 손가락 이야기로 떠들썩하다. 여기에다 엄지가 검지보다 조금 욕을 덜 했거나 우월한 위치에 있다고 해서 그 엄지 잘못까지 검지가 책임져야 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이야기까지 나돈다.
대구지역에서 바라보는 22일 밤의 달은 당연히 부적절한 '술판'이다.
28일 대구여성회 등 대구지역 20여 개 시민단체는 "사건의 본질은 외면한 채 폭언발언 등의 당사자가 누구인가에 초점을 맞추는 것에 우려를 표한다"며 "문제의 본질은 국감기간 중에 이루어진 피감기관의 부적절한 술자리에 있다"고 밝혔다.
이날 성명은 또 "사건초기 욕설, 폭언, 성희롱 사실을 폭로한 주점 사장은 이후 입장을 번복하고 있어 진실에 대한 규명은 지금부터 시작"이라며 "주성영 의원 본인도 욕설을 한 당사자이기에 더욱 자숙해야 하며 국민의 대표로 선출해준 대구시민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술자리' 논란의 파장은 이미 10월 26일 실시되는 대구 동을 재선으로 옮아간 듯하다.
사건 다음날 열린우리당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인사가 사건 현장인 ㅈ호텔을 찾아간 일, 이런 사실을 술집 여주인이 주 의원에게 알려준 내용의 전화 통화 녹취록, 또 처음 사건을 제보 받은 대구 여성회 ㅇ사무국장의 남편 등과 관련한 한나라당의 정치적 음모설 등이 그런 파장에 해당한다.
이런 상황을 '술자리 파동'과 바로 연결시키는 것에는 이해가 가지 않지만 이 모든 일이 술자리 추태가 터진 이후에 벌어진 일들인 것만은 사실이다.
더구나 대구 동을에는 한나라당 공천 신청자가 15명이나 되고 당 대표의 비서실장까지 후보로 거론되고 있을 정도로 '텃밭 선거'다. 이런 판에 술자리 하나로 선거 구도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대구의 실상을 너무 모르는 것이거나 알고도 이를 주장한다면 다른 목적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표심의 흐름을 보더라도 이번 술자리 추태가 동을 재선에 전혀 무관하다고 할 수는 없어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는 보기 힘들다. 뒤집어 말하면 이번 사건은 표심에 영향을 준다기보다 선거 내내 주요한 가십성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역주의를 기반으로 한 대구지역 선거가 원천적으로 안고 있는 특성이기도 하다.
이것은 지난 제17대 총선 때 대구 동갑 지역에서도 실증된 바 있다. 당시 이 지역에서 주 의원에 대항했던 인사는 이번 동을 재선거에 열린우리당 후보로 다시 나서는 이강철 씨였다. 당시에도 유종근 전북지사 비서실장의 머리를 술병으로 내리친 주 의원의 '전적'이 입방아에 올랐지만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이 된다'던 한나라당의 후보인지라 그런 논란은 전혀 당락의 변수가 될 수 없었다.
이미 동을 재선은 원하든 그렇지 않든, 당 대 당 또는 대통령과 야당대표의 대리전 양상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동을 재선은 '여당 의원 한명쯤은 있어야…'와 같은 열린 우리당의 지역 구호와 '대표를 위해 한번 더…' 라는 한나라당의 광역 구호가 키워드가 되고 있는 셈이다.
결국 동을 재선과 뒤범벅된 '술자리 파동'은 선거 기간 내내 유권자들의 술자리 안주거리는 될지언정 선거 판도를 흔들 만큼 대구의 지역구도가 허술하지 않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증명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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