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1991년작 〈네이키드 런치〉는 그의 필모그래피 가운데서도 가장 난해한 작품이다. 해충구제업자인 주인공 빌 리(피터 웰러)가 약에 중독된 상태에서 우연히 아내를 살해한 뒤 경험하는 환영을 그린 이 영화는 명확한 해석이 불가능한 정교한 상징과 은유, 논리 정연한 해독을 거부하는 환상적인 장면들로 가득하다. 크로넨버그 특유의 생물학적인 상상력에 기반한 온갖 특수효과, 이안 홈과 주디 데이비스, 줄리안 샌즈 같은 알 만한 배우들의 명연, 그리고 '크로넨버그 사단'인 프로덕션 디자이너 캐롤 스피어와 촬영감독 피터 서쉬츠키가 창조한 그로테스크한 비주얼은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독특하다.
알다시피 이 영화는 미국 현대작가인 윌리엄 S. 버로스의 동명 소설에 바탕을 두고 있다. 버로스의 소설은 1959년 파리에서 첫 발간된 뒤 1962년 미국에서 출간되었지만, 1960년대 초반 격렬한 외설 논쟁을 불러일으킨 문제작이다. 크로넨버그 이전에도 많은 이들이 이 소설을 영화나 뮤지컬로 옮기려 했으나, 즉흥적이고 자유분방한 글쓰기 스타일로 인해 각색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악명을 떨쳤다. 그러나 크로넨버그는 영화적 상상력을 발휘해 소설에 너무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소설의 정신을 충분히 구현하는 각본을 써냈다. 소설 〈네이키드 런치〉에서 가장 흥미로운 몇 가지 모티프를 작가 윌리엄 S. 버로스의 삶과 결합시키면서 완전히 새로운 허구를 만들어낸 것이다. 주인공이 자신의 환영을 타자기로 기록하는 과정을 영화의 뼈대로 설정하면서, 나아가 타자기가 바퀴벌레로 변하는 반복적인 장면을 배치함으로써 카프카적인 상징까지 접목시키고 있다.
따라서 소설 〈네이키드 런치〉는 영화와는 상당히 다르다. 버로스는 마약 중독자인 '빌 리'의 의식 안팎을 넘나들며 합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언어의 성찬을 펼쳐보인다. 이 책은 플롯과 캐릭터 위주의 전통적인 소설 양식으로는 도저히 설명되지 않는 작품이다. 마약 중독의 폐해에 대한 개인적인 소회를 밝힌 서문을 지나면 '나'라는 일인칭 시점의 주인공이 등장해 경찰의 단속에 쫓기는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러나 버로스는 이 소설에서 일인칭과 삼인칭을 번갈아 등장시키고, 소설적 구성 사이사이에 희곡의 형식을 차용한 대목을 밀어넣으며, 등장인물과 사건이 발생하는 장소를 변칙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따라서 소설 〈네이키드 런치〉는 일반적인 소설처럼 차근차근 내용을 파악하기보다는, '마약 중독'이라는 하나의 현상을 둘러싼 다양한 문화적 지형을 스치며 구경하듯 자유롭게 읽어나가야 한다.
이 소설에는 당대 미국의 마약 문화를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마약 중독'이란 일종의 대표적인 상징이다. 버로스 자신은 소설에서 '욕구의 대수학'과 '중독 이론'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현대인의 다양한 중독 증세를 풍자하고자 했다. 이는 "미국은 젊은 땅이 아니다. 늙고 더럽고 악하다. 이주민들이 도착하기 전은 물론 인디언 이전에도. 악은 거기서 기다리고 있었다"(85쪽)라는 구절에서 드러나듯, 1950년대 후반 불안 징후를 드러낸 미국 사회에 대한 그 자신의 혐오와 우려를 반영한 것이었다. 또한 이 소설은 동성애나 성행위에 대한 적나라한 묘사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실로 소설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소년의 섹스를 묘사하는 대목에서는 사드의 〈소돔 120일〉을 연상시킬 정도로 파격적이다.
〈네이키드 런치〉는 바로 그런 이유로 1960년대 중반 기나긴 법정 투쟁 과정을 겪어야만 했다. 이 책의 앞부분에는 보스턴 고등법원 재판 기록문을 함께 수록하고 있는데, 이는 난해한 소설과 버로스의 창작 의도를 이해하는 데 꽤 유용한 자료다. 노먼 메일러나 앨런 긴즈버그 같은 당대의 내로라 하는 작가들이 증인으로 참석해 〈네이키드 런치〉를 옹호하는 변론을 읽을 수 있다. 노먼 메일러는 "이 책은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와 비교도 할 수 없는 복잡한 작품"이라면서, "이 작품은 지옥을 그대로 묘사하고 있으며, 정확하게 지옥 그 자체"라고 말한 뒤, "내가 읽은 다른 어떤 현대 소설보다도 훨씬 더 강렬하게 영혼이 파괴되는 느낌을 준다"고 말한다. 앨런 긴즈버그는 "(소설의) 문단들은 고도의 섬세함과 아름다움으로 모자이크 형태로 짜여 있다"면서 이 작품의 문학적인 예술성을 강조하고 있다. 비록 의식의 흐름대로 쓰여지긴 했으나, 〈네이키드 런치〉는 소설 언어의 진화된 형태를 보여주는 정교한 작품이라는 얘기다.
미국의 크라이테리언 컬렉션이 출시한 영화 〈네이키드 런치〉의 DVD 타이틀에는 소설과 영화를 아우르는 여러 자료가 수록돼 있다. 특히 이 영화의 제작 이후 출간된 책 〈모든 것이 허락된다: 네이키드 런치 메이킹 Everything is Permitted: The Making of Naked Lunch〉(Grove Press, 1992)에 담긴 여러 글의 발췌문을 수록했다. 특히 윌리엄 S. 버로스 자신이 1991년 크로넨버그의 영화화 결정에 부쳐 쓴 글을 주목할 만하다. 버로스는 영화에 대한 기대를 감추지 않으면서, 자신의 소설이 대폭 각색된 데 대해서도 매우 관대한 입장을 밝힌다. 그는 이렇게 쓰고 있다. "레이몬드 챈들러는 한때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할리우드가 당신의 소설에 대해 한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그는 무덤덤하게 답했다. '내 소설요? 왜요, 할리우드는 소설에 아무 짓도 하지 않았어요. 소설은 그냥 책장 위에 놓여 있을 뿐이죠.'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네이키드 런치〉는 매우 야심차고 대담한 시도다. 나는 그 영화를 은막 위에서 볼 날을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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