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강행으로 한반도에 긴장상태가 조성된 지 벌써 두 달이 넘어가고 있다. 지난해 9.19 6자회담 공동성명의 희망 찬 분위기는 온데간데 없고 지금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실험 여부를 숨 죽이며 주시하고 있다.
과연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는 파국의 시작인가, 아니면 새로운 반전의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인가? 50여 년 이상 지속된 한반도의 군사적 대치상태를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현재의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일이 중요할 것이다.
'미래전략연구원'의 한반도 및 국제문제 전문가들이 '제2차 북한 미사일 위기'에 대한 북한과 한ㆍ중ㆍ미ㆍ일의 입장을 분석한 글을 5회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1. 불가피한 정책선택, 오산, 전(專)-홍(紅) 갈등?
북한이 국제사회의 경고와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난 7월 5일 새벽 미사일 시험발사를 강행함으로써 제2차 미사일위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북한은 그동안 단계별 위기조성전략에 따라 말로 하는 위기조성과 행동으로 하는 위기조성으로 나눠서 '벼랑끝 전술'에 따라 위기수위를 높여 왔다. 미국 독립기념일에 맞춰 전격적으로 시험발사를 강행함으로써 북한 미사일문제는 시험발사 준비를 통한 북-미 양자협상 시도라는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단계를 지나, 군사ㆍ안보적 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발사 배경은 우선, 북-미 직접대화를 위한 '위험한 승부수'로 볼 수 있다. 6자회담이 장기간 교착 국면에 빠진 가운데 미국이 6자회담 미국측 단장의 평양 초청을 거부하자, 북한은 미사일 발사를 강행해 북-미 양자협상을 하려는 위험한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미사일 시험발사 준비단계에서 북-미 양자협상을 모색했다. 하지만 미국이 북한의 미사일카드를 북-미 직접협상을 위한 '초대장'으로 인식하지 않고 '군사ㆍ안보적 위협'으로 간주하면서 대북 강경자세를 유지하자 새로운 판을 짜기 위해서 미사일 시험발사라는 초강경정책을 구사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미국 부시행정부의 전방위적인 대북압박을 더 이상 견디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무력시위를 통한 국면전환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미사일발사의 또 하나의 배경은 시험발사를 통해서 미사일 능력을 과시하고 이를 체제수호와 외화벌이의 수단으로 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단거리(스커드), 중거리(노동), 장거리(대포동) 등 7발의 미사일을 연달아 무더기로 시험 발사함으로써 사정권 내에 있는 한국, 일본, 미국에 대한 위기인식을 자극하여 협상을 모색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그들에 대한 외부 세계의 정권교체와 체제전환 시도들을 경계하면서 '자위적 조치'로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는 점을 무력 시위한 것이다. 또한 북한은 미사일 능력을 과시해 미사일 수출을 통해 외화를 벌어들이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포동 2호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의 실패로 미사일 성능에 의문이 제기되고 미국에 대한 영향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게 됐다.
한편, 북한은 미사일 시험발사를 '자위적 국방력 강화를 위한 군사훈련의 일환'이라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7월 6일 대포동 2호 등 일련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이번에 있은 성공적 미사일 발사는 자위적 국방력 강화를 위해 우리 군대가 정상적으로 진행한 군사훈련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미사일시험발사에 대해 주권국가의 합법적 권리라고 주장하고 국제법이나 조일평양선언, 6자회담 공동성명, 미사일기술통제제도 등에 따른 어떠한 구속도 받을 것이 없다고 밝혔다.
요컨대 북한당국이 밝힌 미사일발사의 의도는 외부세계의 정권교체 및 체제붕괴와 관련한 어떤 시도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을 통해서 이번 미사일 시험발사의 목적이 "자위적 억제력 강화의 일환"이라고 밝혀, 사정권 내에 있는 국가들을 '인질'로 하여 정권과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미사일 시험발사로 6자회담 무용론이 나오는 것을 막고자 "군대의 미사일 발사훈련은 애당초 6자회담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8월 26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서 "6자회담을 더 하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은 '9·19 공동성명'에서 북한이 핵계획 포기를 공약했고, 미국이 평화공존을 공약했기 때문에 이 합의가 이행되면 북한이 얻을 것이 더 많다고 주장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다만 미국이 북한으로 하여금 회담에 나갈 수 없게 금융제재를 가하는 것이 결정적인 장애"라고 밝혔다.
미사일 시험발사 이후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결의안 채택, 미국의 대북 '체제변환(regime transformation)' 정책의 본격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한국과 중국의 대북 지원축소 등 잃을 것이 훨씬 많은 손익계산에 따르면 북한이 시험발사를 하지 않는 것이 합리적이다. 하지만 정권유지를 최우선 순위로 생각하는 북한지도부의 정책 합리성은 좀 다를 수 있다. 난국돌파를 둘러싸고 내부적으로 강온파 간에 심각한 갈등이 불거져 있을 경우 북한지도자는 강경군부의 손을 들어주고 대외위기조성을 통한 대내결속에 주력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북한의 최근 일련의 강경조치와 의사결정과정의 혼선은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혁명4세대'에 대한 견제(전-홍갈등 조짐? 또는 강-온갈등)로도 해석할 수 있다. 열차시험운행 무산, 북측인사와 언론의 대남강경발언, 미사일시험발사 강행 등은 6자회담 교착과 남북관계 진전이 늦어지는 데 따른 강경파들의 불만을 반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정책선택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김정일시대 기본통치방식인 '선군정치'가 북한 군부의 과대성장을 가져와 '김정일 직할체제'의 정책적 자율성을 제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최근 열차시험운행 무산, 미사일시험발사 강행 등의 강경노선은 결국 선군정치에 따른 무리수로 볼 수도 있다. 특권층의 자녀 등으로 이뤄진 혁명4세대(30~40대) 전문기술관료(Experts, 專)들이 대남사업과 대외사업 부문에서 새로운 실세로 떠오르는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의 결과 합의 이행이 잘 안 되는 문제와 대외적인 초강수가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당성과 계급성이 강한 강경파(Reds, 紅)들이 남북관계 진전 성과에 불만을 표출하는 과정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강경파의 손을 들어줌에 따른 정책혼선 가능성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는 전-홍갈등이 일어나는 징후로 볼 수 있음으로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 전진 배치된 혁명4세대인 전문기술관료들의 개혁개방노선이 본격화하려면 성과로 이를 뒷받침해 나가야 한다. 미국과 한국의 대북정책도 전문기술관료들의 입지가 강화될 수 있는 방향에서 이를 지원하고 성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2. 미사일 발사 이후 고립 심화
7월 15일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를 규탄하고 미사일 개발과 수출을 막는 결의안을 채택함으로써 북한 미사일 위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유엔은 북한이 핵보유선언과 함께 핵보유고를 늘려나가고 있는 가운데 운반수단인 미사일 시험발사를 강행함으로써 국제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보고 대북 결의안을 통과시켰던 것이다. 북한이 미사일발사를 강행한 것은 북-미 양자대화를 위한 것이지만 의도와는 달리 북한문제는 6자회담 틀을 넘어 '북한 대 유엔 문제'로 확대됐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사일 시험발사를 강행함으로써 그동안 압력조절장치 역할을 해 왔던 한국과 중국의 대북 포용정책에도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를 '도발적 행위'로 규정하고 '심각한 유감'을 표명했다. 3자회담과 6자회담의 개최국인 중국은 북한의 미사일시험발사 강행으로 외교적 위신이 추락하고 안보적으로도 우려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북한의 미사일발사는 '예방외교'의 실패를 의미한다. 미사일발사를 억지하지 못한 것을 둘러싸고 실패론 공방이 있었지만, 6자회담 참여국 모두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 두말 할 것 없이 무엇보다 가장 큰 실패를 한 나라는 북한이다. 선군정치를 하고 있는 북한 내부의 강경기류와 미국 네오콘의 입장을 대변하는 강경파의 입장이 맞서 9·19 공동성명 이후 북-미관계 진전이 어렵게 되자, 북한 지도부는 무력시위란 충격요법을 통해 국면전환을 시도했다. 하지만 미사일발사는 북한의 국제적 고립을 자초하는 '자충수'였다.
북한의 '벼랑끝 전술'에 의한 초강수는 대포동 2호 미사일 발사 실패, 안보리 대북 결의안 채택, 남북관계와 북-중관계 냉각,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의 '왕따' 등 총체적 실패로 돌아가고 있다. 북한은 미국 부시행정부의 '날카로운 제재(smart sanctions)'를 통한 체제변환(regime transformation)과 일본의 '화학변화' 등에 맞서 체제와 정권수호 차원에서 미사일 시험발사를 강행함으로써 미국과 일본이 쳐놓은 덫에 걸려들었다. 총체적 실패에 따른 리더십 위기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북한 지도부가 추가적인 위기조성을 감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약이 바짝 오른 북한군부가 북방한계선(NLL)과 휴전선 일대에서 남측의 실수 등을 계기로 '의도된' 무력충돌을 감행하거나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북한은 남측이 쌀과 비료지원을 '미사일문제 해결의 출구가 보일 때까지 유보하자'는 입장을 보이자, 이에 맞서 지난 7월 19일 이산가족상봉사업의 중단을 일방적으로 선언하고 나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북한은 심각한 수해를 당했다. 이로 인해 연초부터 준비했던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아리랑'을 취소한 데 이어 '8·15통일대축전'을 취소했다. 북한당국은 미사일 발사 이후 국제적 고립 심화와 홍수 등으로 체제위기가 가중됨으로써 더 이상 축제 분위기를 띄울 수 없고, 관광객 유치도 쉽지 않다고 판단하고 행사를 취소한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남북 민간교류가 축소되고 당국대화의 문이 완전히 닫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북한은 예정된 축전을 취소하고 당분간 '준전시적 위기관리체제'를 운영하면서 정세를 관망할 것으로 보인다. 남북관계에 있어서도 당분간 냉각기를 가지면서 정세를 관망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당국, 특히 강경 군부는 미사일 발사 이후 냉엄한 국제사회의 규범을 학습하는 과정에 들어갔다. 당분간 고통이 따른다고 하더라도 우리 정부는 국제사회의 '북한 정상국가 만들기'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우리 정부는 유엔 회원국으로서 대북 제재에 동참해야 하는 의무를 가짐과 동시에 민족문제 해결이라는 이중의 부담을 짊어지고 있다. 북한은 체제위기 심화와 수해 등으로 명분을 찾아 6자회담과 남북대화에 나오려 하겠지만, 미사일 발사 유예와 핵확산금지조약(NPT) 복귀 같은 '주동적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국제구조를 움직일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북한의 국제규범 학습기간을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야 할 형편이다.
중국은 그동안 대체로 대북 제재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등 북한 편을 들었지만, 이번의 경우는 북한의 '잘못된 행동'을 더 이상 두둔하지 않고 제재 쪽에 서서 유엔 규탄 결의안 채택의 주도적 역할을 수행했다는 점을 주목할 수 있다. 중국은 그동안 3자회담과 6자회담의 주최국으로서 북핵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를 강행함으로써 외교적 위신이 크게 실추됐다. 베이징 올림픽과 상하이 엑스포 등을 성공적으로 개최하여 국제사회의 중심 국가로 부상할 것을 꿈꾸는 중국으로서는 북한 대량살상무기(WMD) 문제를 조기에 해결하고 동북아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확보해야 한다는 전략적 판단을 하고 이번 결의안 채택에 주도적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 결의안을 통해서 북한의 WMD 문제를 조기에 해결해 '북한위협론'에 따른 미일동맹 강화와 미사일방어(MD) 체제구축, 미국의 북한 '체제전환(regime transformation)' 움직임 등을 차단하려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대북 결의안 채택에 주도적 역할을 한 것에 몹시 못마땅해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채택 이후 긴급 소집한 재외공관장 회의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신뢰할 수 없다"면서 "모든 도전을 우리의 힘으로 해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고립의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3. 핵실험 준비설과 북한의 미래
8월 초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북한의 지하핵실험 준비 조짐이 포착됐다고 지난 8월 17일 미국 ABC 방송이 보도함으로써 북한문제가 다시 국제사회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아직 미국은 북한의 핵실험 준비 여부를 정보 사항이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한다. 북한의 핵실험은 이른바 '금지선(red line)'을 넘는 벼랑끝 전술의 마지막 수위로 생존을 건 마지막 승부수라고 볼 수 있다. 북한은 핵실험을 통해서 핵보유국의 지위를 인정받고 싶겠지만, 핵실험이 가져올 파장은 미사일 시험발사와는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미사일 발사로 이미 유엔 대북 결의안이 채택된 가운데 또다시 핵실험으로 WMD 문제를 부각시킬 경우 유엔은 곧바로 강력한 대북 제재결의안을 채택하게 될 것이다. 또한 한국과 중국도 더 이상 대북지원을 하지 않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동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북한 미사일 발사의 경우는 미국과 일본이 이를 빌미로 하여 MD체제 구축에 박차를 가할 수 있어 어느 정도 용인될 수 있다. 하지만 핵실험의 경우는 동북아에서의 핵확산을 가져오기 때문에 미국으로서도 용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특히 북한의 핵개발에 대한 중국의 안보우려는 사활적인 것이다. 북한이 핵보유국이 될 경우 일본, 한국, 대만의 핵보유를 촉진하는 등 동북아에서의 핵확산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지난 7월 11일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양형섭 부위원장이 중국 후진타오 주석을 만났을 때 후 주석은 한반도 비핵화가 중국의 일관된 입장이며 그것이 지역안정에 이롭다고 했다. 핵문제를 질질 끌면 일본에 군국주의 부활의 구실을 준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 주석은 한반도 비핵화, 6자회담 복귀, 한국과 긴장관계를 만들지 말고 상호신뢰를 구축하는 등의 3가지 조건을 다 수용하면 에너지와 생필품 지원을 늘리겠다는 중국 입장을 밝혔다.
1993~4년 1차 북핵위기가 진행될 때 김영삼 전 대통령이 '핵을 가진 자와 악수할 수 없다'고 말한 것처럼 핵을 가진 북한과 상대할 나라는 없을 것이다. 북한의 핵개발은 체제유지 수단이다. 역설적이게도 북한이 핵보유국의 지위를 얻는 순간부터 김정일 정권의 생존은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대포동 2호 미사일 시험발사 실패와 같은 핵실험 실패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사일에 이어 핵실험이 실패할 경우 북한의 대미 억지력은 허구로 드러나게 될 것이다. 지난해 2월 10일 '핵보유선언' 이후 핵보유고가 늘어나고 있다는 북한의 '말로 하는 위기조성전술'과 '핵 모호성'을 유지하는 것이 북한에 유리할 수도 있다.
미국이 파키스탄의 핵보유를 묵인한 것은 인도를 견제하기 위해서였고, 최근 미국이 인도의 핵개발을 지원하고 있는 것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인도와 파키스탄은 외부 압력을 견뎌낼 수 있을 정도의 국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외부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핵개발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미국의 경제봉쇄 등으로 내부자원이 고갈됐고, 홍수 등 자연재해로 식량난을 해결하기 어려운 '위기국가'다. 만약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해 핵보유국이 될 경우 북한은 핵을 껴안고 죽게 될지도 모른다.
북한이 핵실험을 준비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면, 이는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어 북-미 직접협상을 하자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미사일 시험발사의 경우도 한 달 이상의 준비과정에서 대미 직접협상을 시도했지만 미국이 이를 무시하자 발사를 강행한 것이다. 1998년 금창리 지하핵 의혹시설의 경우처럼 북한은 미국의 과잉 대응을 기대하는지도 모른다. 당시 미국은 3억 달러의 '관람료'를 지불하고 금창리를 방문했지만 핵관련 의혹을 밝혀내지 못했다. 2차 북핵위기의 원인이 됐던 고농축우라늄(HEU) 핵개발문제도 미궁에 빠져 있다.
북한의 핵실험 여부는 어쩌면 미국의 대북정책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이 금융제재 등 전방위적 대북압박을 통한 정권교체 시도를 지속할 경우 북한은 핵실험이라는 위기조성전술의 마지막 카드를 빼들 수도 있을 것이다.
북한은 8월 26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의 대북금융제재 강화를 비난하면서 "필요한 모든 대응조치를 다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앞서 북한 외무성은 "보다 강경한 물리적 행동조치"(7월6일), "부득불 초강경 조치"(6월1일) 등으로 위협해 왔다. 외무성의 담화 발표에 맞춰 같은 날 그동안 북한 입장을 대변해 왔던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기관지 조선신보가 시론을 통해 "조선(북한)의 핵실험도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밝힌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8월 22일 조선인민군 판문점대표부 대변인은 담화를 통해 한미 을지포커스렌즈(UFL) 훈련 실시를 전쟁행위라고 비난하며 정전협정에 구속받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북한군은 "미국의 이번 전쟁연습을 정전협정의 무효화를 선언하는 전쟁행위로 간주하고, 인민군측은 앞으로 나라의 안전과 자주권을 수호하는 데 필요한 군사적 조치들을 주동적으로 취하는데 정전협정의 구속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언명한다"고 밝혔다.
4. 북한문제의 안정적 관리와 예방외교 강화
1차 미사일 위기 때처럼 북한은 미사일 시험발사카드를 내놓고 '제2의 페리 프로세스'를 만들려고 하는지도 모르지만 지금의 상황은 1990년대와는 아주 다르다. 1차 핵위기와 미사일위기가 진행될 때는 미국 클린턴 행정부의 개입과 확대정책,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 김정일 정권의 생존전략 사이에 이익의 조화점이 있었다. 9・11 테러 이후 미국 부시 행정부의 WMD 비확산에 대한 의지가 워낙 확고하고,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 보상하거나 협상하지 않겠다는 것이 미국의 기본입장이므로 지금은 1990년대와는 달리 새로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만들기까지 많은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를 강행한 의도는 미국 부시 행정부가 대북 강경정책을 구사하여 핵, 미사일 등 WMD 문제가 심각해졌다는 여론을 환기시켜 북-미 양자협상을 시도하는 것이지만, 단기적으로는 미국 강경파의 입지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2월 10일 북한의 핵보유선언 이후 '핵보유고'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미사일 시험발사를 강행함으로써 북한 WMD 문제가 전면적으로 부각할 것이다. 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라는 위험한 승부수를 던짐으로써 미국이 쳐놓은 덫에 걸려드는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른다. 9.11 이후 미국 세계전략의 핵심은 반테러와 비확산 정책이다. 미국이 이미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을 통해서 북한에 대한 압력을 지속해 왔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를 강행함으로써 미국의 대북압박정책은 보다 강화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북한 핵실험 준비설에 따른 '6월 위기설'과 같은 근거 없는 위기설이 다시 나올 경우 대외신인도와 주가 하락 등 한국경제의 위기가 올 수도 있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이 남북관계에 대해 "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좌절감을 느낀다"고 한계를 토로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북한의 잘못된 행동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정책수단들을 찾아 대북 억지력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예방외교'를 활발히 펼쳐 북한의 핵실험 등 또다른 상황악화 행동을 막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북한당국도 핵실험의 위험성과 파장을 재인식하고 김일성의 비핵화 유훈을 이행해야 할 것이다.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에도 반복되는 한반도 위기설은 우리의 대외신인도에 영향을 주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등 한국경제 발전에 주요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북한의 핵ㆍ미사일 개발 등 '북한문제'가 한국경제의 대외신인도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한국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서는 '북한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
1990년대와 같은 패턴으로 북한 핵문제와 미사일문제가 2000년대에도 차수를 바꿔가며 다시 반복하고 있다. 이러한 반복하는 한반도 위기는 한국전쟁을 종결하지 못한 데 따른 '북-미 적대관계의 산물'로 역사-구조적 근원을 가진 문제다. 따라서 북-미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공존을 합의하는 등 냉전구조를 해체하고 평화체제를 구축해야 반복하는 한반도 위기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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