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의 말이 중국과 달라, 한자와 서로 통하지 아니하기 때문에 …… 백성들이 이르고자 하는 생각이 있어도, 마침내 제 뜻을 제대로 펴지 못하는 자가 많으니라, ……. |
훈민정음 어지의 일부분이다. 사고와 언어와의 관계를 생각하지 않더라도 우리에게는 이렇듯 사고를 우리의 언어로 표현하려는 창조적인 노력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비록 한자를 빌려 사용했던 시대에서부터 한글 전용을 하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고등사고력의 언어적 표현인 논술에 대한 전통도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논술은 지적 활동으로써, 언론 활동으로써, 그리고 인재를 등용하는 방식으로써, 교양인들의 삶에 필수적인 조건이었다. 사리를 분별하고 이치를 따지는 제반 정신 활동은 지적활동과 연관된다.
따라서 논술을 지적 활동이라는 넓은 의미로 이해하면, 예전의논(論), 문(文), 서(書), 기(記) 등 한문 양식들도 논술의 양식들로 볼 수 있다.또한 언론 활동으로서 국가 경륜(經綸)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거나, 어떤 사실을 자세히 설명하거나, 신하로서 국가 임무를 수행함에 있어 그 전말을 보고 했던, 소(疎), 차(箚), 전(箋), 표(表) 등도 한문 문체의 양식이었지만 내용상으로는 논술에 해당하는 것들이다.
그리고 폭넓은 교양과 실제적인 일 처리 능력, 훌륭한 인품을 갖추고 있는 인재를 등용하기 위해 과거(科擧)시험에 부과하였던 책문(策文) 등은 논술의 좋은 예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논술에 관한 전통은 교양과 능력의 표준이었으며 인품의 척도였다.
외국의 논술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은 논술을 대학 입시의 수단으로만 고려하지 않고, 사고의 틀로, 학교 교육의 방법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나라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학 입학시험으로 부과되는 시험은 대부분 논술식으로 치루어 진다.
먼저, 프랑스의 바칼로레아는 대학 입학 자격시험인 동시에 고등학교 졸업을 위해 반드시 치러야 하는 시험이다. 바칼로레아는 여러 과목에 부과되고, 텍스트 요약, 텍스트 분석과 해석, 논술 가운데 하나를 택하도록 한다. 각 문제에 대한 논리성, 개성적 반응, 표현력 철자법 등을 채점 기준으로 삼는다.
독일의 경우는 아비투어라는 시험이 있다. 학교에서 학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주관식 문제로 출제되는 시험이다. 논술 과제로는 자유 주제를 부여하고 논술하도록 하는 방식과 자료를 제시하고 논술하는 방식이 병용되고 있다. 또한 분석적 관점을 중심으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는 방식과 자료에 대한 해석을 문제로 부과하는 방식이 병용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도 SAT(Scholastic Aptitude Test, 학업 적성 검사)는 학문 수행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으로 언어 능력과 수리 능력을 주로 측정한다. 또한 SAT 1과 SAT 2로 구분하여 SAT 1은 종전의 SAT로 추론 능력을 중심으로 평가하고, SAT 2는 교과 내용 혹은 학업 성취도를 평가한다. SAT2의 영어 과목은 표준 영문의 이해와 작문법을 평가한다. 작문법(rhetoric)에는 주제, 구성, 논거, 문장, 어휘 등의 능력이 포함된다. 그리고 논의를 포함하는 에세이 형식이 주종을 이룬다. 여기서 말하는 에세이는 논의를 포함하는 논술 성격의 글이다. 우리가 수필 문학을 뜻하는 것과는 다르다.
일본의 경우 논술(소논문-小論文)은 일반적 주제 또는 소재를 주고 논술하도록 하는 형식을 취하는 것이 일반적 경향이다. 그러나 다양한 변형도 사용되고 있다. 제시된 자료(긴 글)를 분석하고, 그에 대한 감상과 의견을 제시하도록 하는 유형, 자료의 요약과 논술을 겸하는 유형도 있다. 전체적으로 일본의 대학 입시는 자유 연상적 작문 경향을 보이고 있으나, 분석과 요약을 적절히 부과하는 방법도 병행되고 있다.
1. 논술의 성격
프랑스의「라루스」사전에서 논술·논문의 뜻으로 Dissertation 을 찾아보면 '어떤 주제에 관한 토론, 또는 비판적 연구, 또는 어떤 주제를 토론하면서 작문하는 연습' 이라고 사전적 의미를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 고등학고 국어과 교과 과정에서도 작문 교과목의 성격은 '자기의 글을 통하여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다른 사람과의 의사를 소통하며, 복잡한 사고 과정 및 문제 해결 과정을 필요로 한다.'라고 밝히고 있다.
사고력 교육 이론에서는 글쓰기를 지식 습득에 동원되는 사고 유형들과는 구분하여 문제 해결, 의사결정, 과학적 탐구, 글쓰기 등은 지식을 산출하거나 활용하는 데 관계되는 사고 유형이라고 밝히고 있다.
논술을 역사적 사실에서 찾아보거나, 외국의 사례에서 찾아보거나, 사전적, 혹은 교육 이론적으로 찾아보든, 논술은 분명히 논술만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즉, 고등사고의 언어적 표현이 논술이라는 것이다.
먼저 논술의 성격으로는 문제발견으로서 성격이 있다. 설명, 해결, 개선, 입증, 분석, 선택 등이 필요한 사상을 독자적으로 찾아내는 능력을 말한다. 논술활동은 그 자체가 문제를 찾아내는 활동에서 시작된다.
두 번째, 문제 해결로서의 성격이 있다. '문제해결' 이란 문제 상황에 대한 판단을 통해 마련되는 대처 행위를 뜻한다. 여기서 대처 방식은 사리에 맞아야 하고 논리적으로 오류가 없어야 한다. 따라서 문제에 대한 예리한 분석력, 객관적 논의능력, 전환적 관점의 적용능력 등의 고등사고력을 필요로 한다.
세 번째, 종합적 사고로서의 성격이 있다. '종합적 사고'란 문제와 그에 관련된 여러 사항, 즉 인간, 사회, 자연, 문화 등을 상호연관 속에서 파악함으로써 합리적 사고에 이르는 것을 뜻한다. 종합적 사고는 사물에 대한 치밀한 관찰, 폭 넓은 독서체험과 사색, 건전한 관점 등의 수용에 의해 길러진다.
네 번째, 논리적 사고로서의 성격이 있다. '논리적 사고'란 문제와 해결을 논리적 절차와 규칙에 따라 생각하는 과정을 뜻한다. 논리적 사고는 적정한 논거를 발견하고 그 논거를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합당하게 정리하는 능력을 필요로 한다. 또 객관성,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논리를 전개할 수 있는 추론능력을 필요로 한다.
다섯 번째, 효율적 언어 행위로서의 성격이 있다. 논술은 일차적으로 글쓰기의 한 양상이다. 따라서 글쓰기 일반특성을 고려할 때, '글쓰기'는 생각을 바르고 효율적인 언어로 표현하는 행위이다.
2. 논술의 개념
평가 이론상의 논문형 문항이란, 객관식·주관식 문항을 분류할 때의 개념이다.
주관식 서답형(supply type)에는 단답형, 완성형 및 논문형(essay type)등이 있다. 서답형의 공통된 특징은 학생이 정답의 반응을 써넣는 형식에 있다. 그리고 논문형 문항은 어떤 질문이나 지시에 따라 자유롭게 수검자의 능력을 구사할 수 있게 반응에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논문형 출제 방식에서는 '설명하라, 논하라, 비교하라, 정의하라, 비판하라, 서술하라, 예시하라, 요약하라 등의 용어가 사용된다.
서답형 논문형의 장점은 학생 반응의 자유도가 크다는 것이다. 즉, 적절한 자료와 정보를 선택하고. 자기 말로 표현할 수 있다. 단답형이나 완성형에서도 간단한 표현력을 측정할 수 있지만 전체와의 관련 속에서 전체가 논리적 일관성을 요구하는 표현에서는 논문형이 가장 적절하다. 논문형에서 반응 자유를 허용한다는 것은 제한된 자유 반응, 구조화된 자유 반응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서답형 논문형의 단점으로는 채점의 비객관성과 비신뢰성 이다. 그리고 학습한 교수 목표를 골고루 표본화할 수 없고, 편파된 표본이 되기 쉽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글쓰기의 전개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설명(exposition), 논술(argument), 묘사(description) 및 서사(narration) 등은 글을 전개하는 원리나 논법에 따라 상응하는 서술·전개 방식을 요구 한다.
묘사문은 대상의 겉모양, 빛깔, 외형적 특징을 그림을 그리듯 드러내 보이는 글이며, 서사문은 행동이나 사건의 자초지종을 엮어내는 글이다. 설명문은 어떤 사물에 대하여 정의를 내리고, 비교·대조하며, 분류, 분석, 인용, 예시 등을 활용하여 알기 쉽게 풀이하는 글이다. 그리고 논술문(argument)은 어떤 문제에 대하여 자기 나름의 견해나, 주장을 내세우고 합리적인 근거를 밝혀 논증하는 글이다. 따라서 논술문은 논술 과제의 성격에 따라 설명문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고, 그 방법적 측면에서 묘사·서사 등이 활용되기도 한다. 설명문이 어떤 문제를 풀이하여 독자를 이해시키는 것이라면, 논술문은 자기의 독자적인 주장에 대하여 근거를 밝혀 독자를 설득시킨다는 데서 구별이 되지만, 상대방을 충분히 이해시킴 없이 상대방을 설득시키기는 어렵기 때문에 여러 가지 서술·전개방식이 사용된다.
3. 논술 기능의 구성 요인
논술문을 작성하는 것은 고등사고의 수행 과정이고, 이를 언로 표현하는 것이다. 따라서 논술문 작성 과정에서 필자는 글씨, 맞춤법, 단어의 선택, 문장 구성, 문장의 연결 관계, 글의 조직, 문체, 글을 쓰는 목적, 예상 되는 독자의 반응 등과 같은 여러 가지 문제들을 거의 동시에 해결하면서 글을 써 나가야 한다.
이와 같이 다양한 문제들을 동시에 처리하기 위해 필자는
첫째, 문자 언어로 표현하는 데 막힘이 없어야한다.
둘째, 주제와 관련되는 아이디어를 풍부하게 생성해 낼 수 있어야 한다.
셋째, 논술에 관한 일반적인 규칙과 관습에 통달해야 한다.
넷째, 예상되는 독자 및 글을 쓰는 상황과 글의 주제를 적절하게 연결시킬 수 있어야 한다.
다섯째, 우수한 글에 대한 감상력과 비판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여섯째, 글의 내용을 효과적으로 조직하고 적합한 언어로 표현하는 데 필요한 통합적 사고력과 통찰력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또한 범교과적인 논술 과정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해당 교과와 관련된 학문 공동체가 요구하는 세 가지 유형의 지식과 기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첫째,학문영역 혹은 교과 영역 내에서 필자가 글을 쓰는 관점에서 다루게 될 내용과 그 내용에 대한 지식을 충분히 갖추고 있어야 한다.
둘째, 학문 영역 혹은 교과 영역 내에서 필자가 텍스트를 조직하고 배열하는 방법에 대한 지식과 기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셋째, 학문영역 혹은 교과 영역 내에서 필자가 선택해야 하는 적합한 문체, 즉 표현 방식에 대한 지식과 기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지식은 일반적인 작문, 수사론에서 강조하는 예상 독자를 결정하고 분석하는 방법에 관한 지식과는 다르다.왜냐하면 해당 교과의 지적 공동체에 속하는 예상 독자는 해당 학문 분야의 논술문 작성에 따르는 관습적인 행동, 즉 필자의 사고 양식, 조리 방식, 문체 등의 측면에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표준적인 행동을 창조하고 공유하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해당 학문 공동체가 흔히 사용하는 논증 및 탐구의 방법에 대한 절차적 지식을 획득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장건태 에플논구술연구소 책임연구원, 맥 입시전략연구소 원장, 프레시안 논술칼럼니스트, 영남사이버대학교 논술지도학과 강사, 경원대학교 사회교육원 논술지도사 강사, 유니텔 교원 직무연수 논술 과정 강사, 교육사랑 원격연수원 논술 과정 강사,한국학원총연합회 논술강사 연수회 연사 <저서>논술지도론 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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