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정책을 비판해 오다가 간첩 혐의로 쫓기고 있는 아랍계 이스라엘 의원이 미국의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 글을 보내 이스라엘의 차별적인 정치체제를 맹렬히 비난했다.
간첩 누명을 받아 이스라엘 경찰의 추적을 받다가 지난달 22일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한 아즈미 비샤라 전 의원은 3일 이 기고문을 통해 자신에 대한 혐의는 유대인만을 국민으로 여기는 이스라엘의 정치탄압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아랍 민족주의 정당인 '발라드'의 당수로 지난 1999년 아랍계로는 최초로 이스라엘 총리 경선에 나서기도 했던 비샤라 전 의원은 팔레스타인 독립국가가 건설될 경우 대통령 후보 1순위에 오를 정도로 명망있는 정치인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그간 국회의원 면책특권을 박탈하거나 선거운동을 방해하는 등 '눈엣가시'인 그의 입을 틀어막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해 왔고 마침내 간첩 혐의로 고발했다.
현재 의원직 사퇴서 제출 후 이스라엘에 돌아가고 있지 못하는 비샤라 의원은 이 글에서 민권운동의 역사가 있는 미국이 왜 국민들을 탄압하고 비민주적인 행태를 보이는 이스라엘을 그토록 전폭 지지하는지 따져 묻고 있다. <편집자>
이스라엘은 왜 나를 쫓는 것일까?
나는 팔레스타인 북부 나자렛에서 태어난 팔레스타인 사람으로 이스라엘 국민이며, 지난달까지 이스라엘 국회의원이었다.
그러나 현재 이스라엘 정부는 작년 7월 레바논-이스라엘 전쟁 기간 동안 내가 적(레바논 헤즈볼라)을 도와줬다는 혐의로 나를 고발했다. 그 전쟁은 실패한 것이었고, 나에 대한 기소는 프랑스를 배신했다는 혐의로 유대계 프랑스인을 기소했던 드레퓌스 사건을 묘하게 연상시킨다.
이스라엘 경찰은 내가 간첩에게 정보를 제공했고, 그 대가로 돈을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스라엘 법에 따르면 언론인이건 친구건 정보기관이 정하기만 하면 다 '간첩(foreign agent)'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간첩에 대한 정보 제공은 종신형이나 사형을 받을 수 있는 죄다.
이스라엘 경찰의 주장은 터무니없다. 말할 필요도 없지만, 이스라엘의 적인 레바논 헤즈볼라는 크네세트(이스라엘 의회)의 아랍인 의원들이 제공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이스라엘 관련 정보를 자체적으로 모아 왔다. (팔레스타인이나 헤즈볼라에 대한 이스라엘의) 폭력행위에 가담해 왔던 이스라엘 의회 의원들과는 달리, 나는 폭력을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고 전쟁에 참여하지도 않았다. 내가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 쓴 방법이라고는 책이나 논문을 쓰거나 연설을 하는 것뿐이었다.
내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그 혐의는 날조된 것으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아랍인들은 '모든 국민을 위한 나라'에 살아야 한다는 목표를 갖고 싸우는 이들의 입을 틀어막으려는 시도에 불과한 것이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국민으로서의 권한을 유대인에게만 주는 게 아니라 비(非)유대인에게도 주는 나라를 원한다.
팔레스타인 사람보다 미국에 사는 유대인을 우대하는 나라
1948년 이스라엘이 건국됐을 때 70만 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들은 (자신들의 땅에서) 쫓겨나거나 도망쳤다. 우리 가족은 그같은 운명을 피할 수 있었던 소수의 팔레스타인인들 중 하나였고, 살던 곳에서 그냥 살 수 있었다. 유대인만을 위한 나라로 만들어진 이스라엘은 자기 나라에서 살아 왔을 뿐이었던 우리들을 외국인으로 전환시키는 작업에 즉시 돌입했다.
이스라엘 건국 초기 18년 동안 우리는 이스라엘 시민권자이면서도 우리의 모든 움직임을 감시당하는 군정 속에서 살았다. 우리는 파괴된 팔레스타인 마을 위에 유대인들을 위한 이스라엘 마을이 세워지는 것을 목격했다.
오늘날 팔레스타인인들은 이스라엘 인구의 20%를 차지한다. 이제 우리는 유대인들과는 별도의 상수원에서 나온 물을 먹지 않아도 되고, 버스를 타면 뒷좌석에 앉지 않아도 된다. 총선이 있으면 투표도 하고, 국회의원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삶의 모든 영역에서 법·제도·정보에서의 차별을 받고 있다.
20개 이상의 이스라엘 법은 유대인에 대한 특권을 인정한다. 일례로 이스라엘의 귀향법(the Law of Return)은 세계 어느 곳에서 온 유대인이건 그들에게 자동적으로 이스라엘 시민권을 부여한다. 그러나 1948년 자신들이 살던 땅을 떠나 외국을 떠돌아야 했던 팔레스타인 난민들에게는 귀향할 수 있는 권한이 거부된다. 이스라엘의 '권리장전'이라 불리는 '인권과 자유에 관한 기본법'은 이스라엘을 모든 국민의 나라가 아니라 유대인의 나라라고 정의한다. 그에 따라 이스라엘은 토착 팔레스타인인들보다 미국 엘에이나 프랑스 파리에 사는 유대인들에게 더 좋은 대우를 해준다.
이스라엘은 특정 종교집단의 나라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다. 민주주의를 바라는 사람이라면 그같은 조건 하에서는 동등한 시민권이란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할 것이다.
아랍인들의 아이들은 대부분 격리되고 불평등한 학교에 다닌다. 최근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스라엘 유대인의 3분의 2는 아랍인들이 이웃에 사는 것을 원치 않고, 2분의 1 가까이는 팔레스타인 사람이 자신들의 집에 들어오는 것을 허락지 않는다고 답했다.
미국 민권운동의 역사를 돌아보라
화가 난 나는 이같은 문제들에 대해 거침없이 발언했다. 나는 또 레바논 사람들, 그리고 서안과 가자에 있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이스라엘의 불법점령에 저항할 권리가 있다고도 주장해 왔다. 나는 자유를 위해 싸우는 사람들을 나의 적으로 보지 않았다.
이런 나의 행동들이 이스라엘 유대인들을 불안하게 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스라엘 유대인-세계 유대민족의 관계를 부정할 수 있는 것만큼 그들이 우리의 역사와 정체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 이 땅에 이주해 온 이들은 우리가 아니라 유대인들이기 때문이다. 이주 유대인들은 평등한 시민권을 얻는 대가로 이전의 정체성(국적)을 포기하도록 요청받았겠지만 우리는 이주해 온 사람들이 아니다.
의원으로 재직하는 동안 이스라엘 법무장관은 내가 정치적인 견해를 표명한다는 이유만으로 나를 기소했고(결국 기각), 의원 면책특권을 빼앗기 위해 로비를 벌였으며, 비록 실패했지만 내가 속한 정당의 선거 참여를 막으려 하기도 했다. 이 모든 공작은 이스라엘은 모든 국민들의 국가가 되어야 한다는 나의 생각, 그리고 이스라엘의 군사 점령에 대한 나의 반대활동 때문에 비롯된 것이다. 몰도바에서 이주해 온 유대인으로 현 정부의 장관을 맡고 있는 아비그도 리버만은 지난해 이스라엘에 있는 팔레스타인 출신 국민들은 "이스라엘에 있을 곳이 없고" 따라서 "짐을 싸고 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있는 하마스 출신 정치 지도자 한 명을 만났을 때 리버만은 나를 처형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스라엘 당국은 나뿐만이 아니라 이스라엘에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인들 모두에게 협박을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 협박에 굴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조상 대대로 살아 왔던 땅에서 영구적인 예속상태로 살지 않을 것이며, 아랍 세계와의 자연스러운 연계도 단절하지 않을 것이다. 아랍 공동체의 지도자들은 모든 분야에서 민족과 종교에 따른 차별이 없는 나라를 위한 청사진을 만들기 위해 최근 함께 모였다. 우리가 바로 지금 자유를 쟁취하고자 하는 노력을 저버린다면 우리는 지난 60년간 겪어 온 차별의 역사를 미래의 세대에게도 넘겨주는 게 될 것이다.
미국인들은 제도상의 차별이 있었던 역사가 있었기 때문에 과거 민권운동의 지도자들이 저항했던 차별적인 수작들을 알고 있다. 전화도청, 감시, 그리고 허위 고발을 통해 정치적 반대자들을 불법시하고 범죄시 하는 행위들이 그것이다. 세계는 민주주의에 어긋나는 그같은 행위들을 더 이상 용인하지 않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아직도 그런 수작을 부리고 있다.
국민들을 희생자로 만드는 민족적·종교적 차별을 하고 있는 나라 이스라엘을 미국은 왜 그리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것인가?
(번역=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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