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과거 방식은 다 털어버리고 미래지향적인, 진정성 있는 일을 하겠습니다. 형식도 타파하고 매우 실용적으로, 진보와 보수를 뛰어넘는, 매우 실용적으로 나아가면서 국민들의 요구를 하나씩 해결하면서 가려고 합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더라도 이해해 주시고 함께 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30일 전남 구례에서 열린 한나라당 연찬회에서 이명박 후보는 다시 한 번 '실용정당'으로의 당 쇄신을 예고했다. 특히 "진보와 보수를 뛰어넘는"이란 부분에서 연설을 듣고 있던 일부 국회의원, 당협위원장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전날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를 만난 자리에서는 이번 대선을 "친북좌파 세력과 보수우파 세력의 대결"로 규정했던 이 후보가 하루 만에 다시 이념을 초월한 '실용주의'를 강조하고 나선 것이기 때문이다.
김용갑 "이명박, 정치철학 의심"
연설을 들은 중립성향의 한 의원은 "사실 이 후보가 무얼 하자는 건지 아직 모르겠다"며 "아직 전반적인 파악이 덜된 탓도 있겠지만 이런가보다 하면 며칠 있다가 또 저런 말을 하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나라당 보수논객인 김용갑 의원은 아예 31일 개인성명을 내고 이 후보의 이념 성향에 대해 "색깔이 왔다갔다, 너무 어지럽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경선 때 박근혜 전 대표를 도왔고 이번 연찬회에는 불참한 김 의원은 "이 후보의 이념 성향을 좌측으로 줄곧 의심해왔는데 주한 미 대사와의 면담에서 '이번 대선은 친북좌파 대 보수우파의 대결'이라고 발언한 것은 이 후보의 정체성에 대해 웃어야 할지, 의심해야 할지 정말 헷갈리게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이 후보가 상대와 상황에 따라 수시로 다른 말을 하는 것이 중도실용주의라고 생각한다면 정치지도자로서 철학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대선에서 가장 유력한 한나라당 후보가 이념이 뭔지 헷갈리게 온탕,냉탕을 왔다 갔다 한다면 국민이 어떻게 이 후보를 믿고 소중한 한 표를 투자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쇄신과 화합을 동시에 하려다 보니…"
한나라당 경선이 끝난 지 고작 열흘이 지났을 뿐이지만 이 후보의 발언이 뒤집히거나 오락가락한 것은 이미 여러 차례 있었던 일이다.
당 쇄신에 대한 메시지가 대표적이다.
경선 직후인 21일 이 후보는 최고위원회의에 처음으로 참석해 "당의 색깔, 기능 면에서 모두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다음 날은 "정당이 비대하고 첩첩한 것은 전 세계적으로 없는 일"이라고 해서 전 방위 당 개혁을 예고했다.
그러나 이 후보의 이 같은 발언이 '인적 청산론'으로 연결되는 등 특히 박 전 대표 측 인사들의 반발을 사자 이 후보는 23일 "혁명을 하는 것도 아닌데 언제 인위적 인적 쇄신을 한다고 했느냐"며 "개혁, 혁신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을 바꿨다.
박 전 대표 측과의 관계 설정에 대해서도 시간이 갈수록 말이 바뀌었다.
이 후보는 경선 직전인 17일 "경선이 끝나는 즉시 박 후보를 찾아가고 캠프에서 일했던 사람들에게 선거 기간 쌓인 풀겠다"고 말했고 20일 전당대회 직후 기자회견에서도 "조만간 박 후보를 만나겠다"고 했다.
하지만 28일에는 "자는 척 하는 사람은 절대로 깨울 수 없다"며 "그래서 시간이 필요하고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일정기간 냉각기를 예고한 발언으로 여겨졌다.
30일에는 "굳이 만나서 미안하다고 인사하는 것보다 우리가 남남도 아니고 흩어졌다가 만난 것인데 마주 보고 쓱 웃어야 한다"고도 했다. 당분간 박 전 대표를 찾을 마음이 없음을 드러낸 것이다. 이에 박 전표 측 인사들은 "말로만 화합이지 실제로는 의지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메시지가 일관성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데 대해 이 후보의 한 측근은 "개혁과 화합이라는 상반되는 과제를 동시에 충족시켜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혼선이 있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다"면서도 "전체 맥락을 두고 보면 크게 달라진 게 없는 얘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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