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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과 이명박의 동상이몽?

미래연의 '지구촌 분석과 전망' <76> 이명박 정부의 러시아 외교

러시아와 한국에서는 거의 동시적으로 대선과 총선이 치러지고 있다. 러시아의 경우 2008년 3월에 치러진 대선을 통하여 푸틴 정부는 형식적으로 막을 내렸다. 그러나 대통령 당선자, 드미트리 메드베제프가 푸틴의 후계자 구도를 통하여 탄생했다는 점과 푸틴이 수상으로 취임할 경우 이원집정부제의 제도적 조건을 활용하여 정책결정과정에 긴밀하게 개입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러시아의 대 한국 외교노선의 기본적 흐름에는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90년대 후반부터 한·러 외교관계가 소원해진 가운데 러시아는 2000년 2월 9일 북한과『러·북 우호·협력 및 친선조약』을 체결하고 제2차 북핵 위기 시 북한의 일괄타결 방안을 지지하는 등 친북 외교노선을 강화한 바 있다. 이는 일방적 친서구 외교노선의 수정과 아시아를 포함한 전방위 외교로의 방향 전환, 동아시아에서의 강대국 위상의 회복과 미일동맹의 견제라는 전반적 러시아외교노선의 반영이었다.

그러나 참여정부에 이르러 2004년 한·러 양국 간 외교관계 역시 『상호 신뢰하는 포괄적 동반자관계』로 격상되고 특히 2005년 11월 부산 APEC 회의에서 체결된 『행동계획』의 틀 내에서 경제·통상·에너지 분야에서의 협력이 활성화되는 등, 한·러 관계 역시 점차적으로 복구되어 왔다.

이렇게 러시아와 한국 참여정부 사이에서 일정한 교차점이 형성될 수 있었던 것은 동북아에서의 미일동맹의 패권적 지위에 대한 직·간접적 견제의 필요성에 대한 동의였다고 볼 수 있다. 러시아가 다극질서를 지지하며 미일동맹에 대한 견제로서 대북 및 대중 외교를 강화하였다면 참여정부는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하는 일방적 친미 외교노선을 부분적으로나마 수정·약화하는 동시에 부상하는 지역 패권, 중국과 러시아를 활용하는 "실용주의적 균형정책"을 표방했던 것이다.

이는 참여정부가 제2차 북핵위기시 6자 회담의 틀을 통해 다자협의 구조를 정착시키고 러시아의 중재자적 역할을 활용함으로써 부시정부의 일방적이고 공세적인 북핵정책을 완화하고자 시도했던 점에서도 반영된다.

이러한 한·러 관계는 이명박 정부의 출범과 더불어 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과 더불어 한미동맹의 재강화를 초점으로 하는 외교노선을 밝힌 바 있다. 2008년 3월 11일에 외교통상부는 『선진 일류국가로 가는 외교 - 2008년도 활동계획 』을 발표하였다.

외통부는 이명박 정부 외교노선의 첫 번째 외교 목표로서 "안보를 튼튼히 하는 외교"를 설정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한미동맹의 강화 발전", "한미일", "한중일 협력" 등을 구체적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러시아의 경우 "에너지, 자원 분야에서의 협력"에 제한되어 거론되고 있다. 두 번째 외교목표로 설정되고 있는 "경제살리기"에서 비로소 러시아는 다른 "중앙아, 중남미, 동남아" 등과 함께 "에너지 자원 부국"으로서 "적극적인 정상외교"의 대상으로 거론된다.

중국의 경우 "북핵 관련 협력 강화"가 거론되고 일본과는 "정당 셔틀외교를 재개할 것"을 명시하는 등, 군사안보와 관련하여 적극적인 외교의사를 표명한 것에 비교해 볼 때 대 러시아 외교의 전반적인 수위는 비교적 낮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이명박 정부의 출범과 더불어 한미일 삼각동맹이 다시 강화되고 러시아와 중국의 경우 4강대국 외교로부터 실질적으로는 소외될 것이라는 일부의 우려를 현실화하고 있다.

그러나 한·러 관계의 유지 및 심화는 정치·경제안보의 제 측면에서 여전히 중요하다. 우선 정치적으로 동북아지역에서의 러시아의 영향력은 빠르게 증대하고 있다. 러시아는 푸틴 정부에 들어서면서 국내정치적 안정, 고유가에 기반한 연평균 6-7%의 급속한 경제성장, 에너지외교를 통한 국제적 영향력의 강화, 그리고 SCO(상하이협력기구)를 통한 중·러 관계의 심화와 동북아 지역에서의 영향력 확대 등을 통하여 다시금 강력한 지역 강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반도에서의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 의지는 특히 제2차 북핵위기를 계기로 구체화되어 왔으며 동북아다자안보협력체의 창설과 주도라는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외교목표를 배경으로 한다. 그리고 러시아는 영구적 비핵화지대화와 대량살상무기(WMD) 확산의 저지, 군사·정치적 대결의 해소, 그리고 평화적 한반도 통일의 기반 조성 등을 내용으로 하는 한반도통일관련 입장을 표방한다. 이러한 한반도정책노선과 더불어 전통적인 우호관계에 기반한 북·러 관계는 한반도의 갈등 완화에 있어 러시아의 중재자적 역할을 그 어느 때보다도 기대하게 한다.
▲ 이명박 대통령ⓒ국정홍보처 제공

두 번째, 경제안보의 측면에서 한·러 관계는 초기의 부진함을 극복·발전하고 있는 추세이다. 한·러 관계의 큰 장애물이었던 한국의 대러 경협 차관 상환문제가 2003년 참여정부의 6.5억불 연체이자 탕감 결정과 방산물자를 통한 상환, 그리고 나머지 13.3억불에 대한 2007년부터 23년간의 분할 상환 결정을 통하여 전반적으로 해결되었다.

또한 러시아정부는 "2008-2013년 극동·자바이칼 지역 개발 프로그램"을 통하여 한국과의 적극적인 경제협력의지를 표명하였다. 특히 최근의 고유가와 이라크전쟁, 러시아의 공세적인 에너지정책 등과 맞물리면서 에너지문제는 한·러관계의 핵심적 안보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97%의 해외 에너지 의존성을 갖고 있는 한국에 있어서 세계 천연가스 매장량의 1/3, 석유매장량의 1/10, 석탄매장량의 1/5, 그리고 우라늄매장량의 1/6을 보유하고 있는 러시아와의 에너지외교는 필수적이다. 지금까지 한국석유공사의 서캄차트카 유전 공동개발, 그리고 SK에너지의 사할린 LNG 도입사업 등, 에너지외교와 관련한 현안들이 성사된 바 있다.

따라서 한·러 관계는 향후 지속적으로 유지·심화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인식해야 될 점은 러시아의 에너지문제를 비롯한 경제정책 결정과정이 동북아에 대한 지정학적 안보 이해와 밀접한 관련을 갖고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 블라디미르 푸틴ⓒ프레시안

특히 최근 들어 러시아는 에너지부문에 대한 정부통제와 외국기업들에 대한 자원민족주의 정책을 강화하고 있으며 지정학적 이해관계에 따라 차별적 에너지정책을 전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의 러시아석유산업 참여에 대한 투자응찰조차 거부하였던 러시아의 에너지외교노선은 중·러 관계의 전반적 심화와 더불어 변화하였고 2006년 러시아는 중국의 부분적 석유산업 참여 및 사할린 III 프로젝트에의 참여를 허용하였다.

마찬가지 맥락에서 러시아는 강대국으로서의 지위 회복을 위해 대 유럽 및 대 CIS 외교에 있어서 에너지자원을 공세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러시아는 CIS국가에 대한 저가 에너지 공급을 중단하고 친러시아 국가만 경제지원을 하고 있다. 또한 외국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던 사할린 II 유전개발사업, 코빅타 가스전 개발사업의 개발권을 환수하여 러시아국영기업 가즈프롬으로 이양하기도 하였다.

따라서 경제, 특히 에너지자원 분야에만 한정되어 러시아를 평가하고 활용하며 그 외의 분야에서는 전통적 한미동맹의 강화를 표방하는 이명박 정부의 대 러시아 외교노선은 위와 같은 러시아의 통합적 접근과 일정 지점에서 충돌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절대적으로 시급한 에너지안보 및 동북아지역안보에서의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고 보인다.

즉, 러시아의 대 한국 에너지외교는 강대국 위상의 회복이라는 지정학적 이해의 관철이 동반되지 않는 경우 한국의 기대와는 달리 소극적이고 제한적인 차원에 머무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러시아의 강대국 위상의 회복은 동북아에서의 한미일 삼각동맹의 견제라는 민감한 사안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위와 같은 러시아 외교정책노선을 고려할 때 한미동맹 강화와 대 러시아 에너지외교가 결합된 이명박 정부의 외교노선은 매끄럽게만 관철되기는 힘들 것이다.

따라서 대 러시아 외교노선 수립에 있어서 러시아의 중첩적 에너지안보노선에 대한 보다 심각한 분석이 요구된다. 그리고 동북아에서 강대국 위상을 회복하고자 하는 러시아의 열망을 고려하면서 실용주의적 에너지외교를 관철시킬 수 있는 보다 섬세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구체적으로는 북핵문제에서의 러시아의 중재자적 역할과 동북아다자안보협력체 형성과정에서의 러시아의 역할에 대한 인정, 그리고 한미동맹 강화에 있어서 예상되는 러시아의 견제와 비판에 대한 외교적 대응 등이 동시적으로 면밀히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최소한 90년대 후반 상이한 안보이해의 해석과 몰이해로 인해 양국 관계가 소원해지고 1998년 7월의 외교관 추방과 같은 외교적 갈등이 발생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위험을 감수하기에는 러시아는 너무나 빠르게 지역패권국으로 성장하고 있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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