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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비 부담이 美 자동차산업의 경쟁력 약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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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의료비 부담이 美 자동차산업의 경쟁력 약화시켰다"

미래연의 '지구촌 분석과 전망' <79> 민간의료보험과 의료산업화

새정부가 출범하면서, 보건의료 부문에서 민간의료보험을 활성화하고 의료의 영리산업화를 촉진하자는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즉 공공보험인 기존의 건강보험 대신 민간보험을 활성화하고, 의료기관에 있어서도 영리법인을 허용하며, 소비자가 어떤 의료기관이라도 이용할 수 있는 현행의 의료기관 강제지정제 대신 의료기관이 원하면 건강보험 환자를 아예 거부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들은 전반적으로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의 효율성과 형평성을 저해하리라 예상된다.
  
  보건의료 부문에서 민간 부문의 역할을 강화하자는 논의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의 현실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의료체계는 이미 다른 어떤 선진국보다도 민간부문의 역할이 크다. 우리나라 병원 중 공공 병원의 비중은 겨우 10% 남짓으로 심지어 미국의 공공병원 비중(27%)보다도 낮다. 우리나라 총 의료비용 중 공공부문(건강보험과 조세)이 차지하는 비중은 53%로서 OECD 국가 평균인 73%보다 훨씬 낮고, 45%인 (민간보험 중심 국가) 미국과도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보건의료부문에서 민간 부문의 역할이 커지는 것의 효과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의료비의 비중이 20%에 근접할 정도로 막대한 의료비를 지출하고 있는 미국 보건의료제도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비대한 민간부문이다. 반면 보건의료에 있어서 공공부문의 비중이 높은 유럽 국가들의 경우 국내총생산 대비 의료비의 비중이 10% 정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선진국들이 보건의료에 있어서 공공부문의 역할을 높게 유지하는 이유는 단순히 보건의료가 공익적 성격을 지니고 사회적 연대가 중요해서만은 아니다. 소비자 무지에 의해 의료공급자가 절대적 영향력을 가진 보건의료 부문에서는 경쟁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민간부문에 의존할 경우 오히려 의료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의료비용의 상승은 근로자들 그리고 근로자들의 의료비용을 부담하는 고용자와 기업에까지 영향을 미쳐 결국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낮추는 결과를 야기한다. 미국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이 크게 약화되는 데 있어서 의료비용의 압박에 따른 인건비 상승이 큰 영향을 미쳤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물론 비용만이 보건의료제도의 성과를 판단하는 유일한 기준은 아니며, 의료의 질이나 접근도도 중요하다. 하지만 선진국 중 의료보장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인구가 존재하는 유일한 국가인 미국의 경우 의료 접근도는 매우 낮다. 나아가 가장 중요한 의료의 질의 척도는 그 나라 국민들의 건강 수준인데 이 역시 선진국 중 미국 국민의 건강 수준이 가장 낮다.
  
  건강보험의 급여가 너무 미흡하여 민간보험이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민간의료보험은 영리를 극대화하기 위해 아픈 사람의 가입을 제한하거나 보험료를 할증하므로 진정으로 민간보험이 필요한 계층은 과도한 보험료 부담 때문에 실제로 가입하기 어려울 것이다.
  
  민간보험에 가입한 사람이 의료를 이용할 때에는 민간보험의 급여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건강보험에서 급여해 주는 의료 역시 이용하게 된다. 따라서 민간보험은 건강보험의 재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그 결과 민간보험의 의료비가 증가하게 되면 건강보험 의료비 역시 증가하여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될 것이다. 따라서 민간보험의 역할은 건강보험의 본인부담금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건강보험에서 급여하지 않은 영역에 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 의료의 산업화 논의에 있어서 중요한 논점중 하나는 고용창출이다. 하지만 의료산업의 고용창출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 창출되는 고용의 양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의료산업보다는 그보다 더 노동집약적인 장기요양(노인수발)산업이 더 중요할 것이다.
  
  지금도 대형 대학병원들의 증축이 증가하는 것을 보면, 의료부문에 있어서 자본이 부족하기 때문에 의료산업화를 통해 자본 유입을 활성화하자는 논의 역시 설득력이 높지 않다. 또 의료 산업화를 통해서만 연구 개발이 활성화된다는 것 역시 설득력이 약하다. 미국의 경우 연구 개발은 비영리 대학병원에 의해 주도되고, 민간의료기관의 역할이 미미한 유럽의 의료기관 역시 연구 개발의 질적 양적 수준이 낮지 않다.
  
  하지만 영리법인병원의 진입을 아예 금지하는 현행의 진입장벽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 따라서 영리법인병원은 면밀한 계획을 통해 장기적으로 허용하되 이것은 소비자 선택의 기회를 준다는 의미이지 정부정책을 통해 활성화할 만큼 사회적 편익이 큰 것은 결코 아니다. 미국의 경우에도 영리병원의 비중은 전체 병원 중 15% 에 지나지 않는다. 또 영리법인병원이라 하더라도 일단은 건강보험의 지정 대상이 되게 하고 추후 영리 법인병원의 행태를 보아가며 의료기관 강제지정제 해제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건의료 부문에 있어서 민간부문의 역할 증대와 산업화 논의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냉철히 판단하여야 한다. 민간의료보험은 필연적으로 대형 병원들과 주로 계약을 체결할 것이다. 따라서 그렇지 않아도 경영의 악화를 경험하고 있는 의원/일차의료기관과 중소병원들은 더욱 피폐화될 것이다. 따라서 민간의료보험 활성화와 의료산업화는 소수의 대형 병원과 민간보험에게만 혜택을 줄 뿐 소비자, 기업, 국가 재정 나아가 대부분의 의료공급자에게는 피해를 주리라 예상된다.
  
  이러한 결과를 종합해 볼 때 우리나라 보건의료제도가 추구해야 할 미래의 전략은 민간부문의 활성화가 아니라 오히려 공공부문의 역할을 강화함으로써 여타 다른 산업과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고 국가 경제를 활성화하는데 기여하는 것임이 자명하다. 외국 환자의 유치는 현재 우리나라의 보건의료체계를 통해서도 충분히 가능하며 지금의 건강보험체계가 걸림돌이 될 아무런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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