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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도, '섬김'도 실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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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도, '섬김'도 실종되었다

미래연의 '지구촌 분석과 전망' <82> 이명박정부 100일 ③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연말 대통령선거에서 민주화 이후 가장 높은 득표율을 자랑하며 당선되었다. 다른 후보들이 유권자들에게 크게 매력적이지 않았던 탓도 있겠지만, 그만큼 국민들의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물론 국민들이 이명박 정부에 가장 크게 기대했던 것이 경제문제의 해결이지만 그와 동시에 국민들은 더 포괄적으로 사회문제의 해결을 기대했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자녀의 교육문제가 고통과 불안의 원천이 되고, 장성한 자녀를 둔 부모에게는 자녀의 취업이 절실한 문제이다. 또한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이 다른 지역에 비해 발전이 뒤쳐졌다고 생각하는 주민들에게는 지역발전이 당면한 중요한 문제이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를 이명박 대통령이 잘 해결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바로 이명박 대통령이 과거 대기업을 경영하면서 보여준 CEO로서의 리더십에 대한 믿음에 근거했었다.
  
  취임 이후 100일이 지난 지금 국민들은 취임 당시 가졌던 막연한 기대가 점점 사라지고 실망과 불안이 점점 늘어나는 모습을 보인다. 국민들이 실망하고 불안해하는 것은 단지 기대했던 문제 해결이 아직 못 이루어져서는 아니다. 이제 겨우 100일 밖에 되지 않은 정부에 문제의 해결을 기대하는 것이 무리라는 것은 국민들도 잘 안다. 근본적인 문제는 정부가 보이는 태도와 자세가 국민들의 당면한 문제들을 원하는 방향으로 해결하려는 태도와 자세가 아니라는 데 있다. 그리고 이러한 태도와 자세는 그간 이명박 정부가 사회와 문화 분야에서 보여준 모습에서 잘 드러난다.
  
  새로운 정부를 출범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은 국정운영의 기본입장을 실용주의에, 그리고 기본정신을 섬김의 정신에 두었다. 실용주의는 원칙주의에 대한 반대가 아닌 이념주의에 대한 반대이다. 원칙을 포기한 무분별한 절충이 아니라 과도한 이념의 분열을 넘어서서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적절한 조화와 타협을 지향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실용주의가 무원칙하게 이것저것 시도해보는 실험주의로 빠져서는 안 된다. 섬김의 자세는 국민들이 절실하게 바라고 기대하는 것에 제대로 부응하고 국민들을 편하게 하기 위해 국민들과 소통하고, 국민들로부터 끊임없이 듣는 것이다. 현재 국민들의 의식은 어느 때보다도 주권의식이 높은 상태이며, 정부를 많이 신뢰하지는 못하지만 정부가 무언가를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요컨대 정부를 기업에 비유한다면 까다로운 고객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지난 100일 동안 사회와 문화 분야에서 보여준 모습은 애초에 약속했던 실용주의나 섬김의 자세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먼저 교육정책을 살펴보자.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의 기조는 한 마디로 요약하면 자율화로 집약된다. 시도 교육청에 대폭적으로 권한이 위임되고, 각급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학사 운영을 할 수 있는 여지가 늘어나며, 대학교 입시 역시 교육부가 주도하는 것이 아닌 대학 간 협의를 통해 이루어지는 등의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자립형 사립고 등의 설립을 통해 학교의 다양성을 높이려고 한다. 결국 이러한 자율화와 다양화를 통해서 보다 경쟁력이 있는 교육시스템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 정부의 기본 방향일 것이다.
  
  이러한 자율화와 다양화의 방향 자체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진행과정에서는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첫째, 자율의 의미에 대한 혼란이 있다. 그동안 규제가 많은 해악을 끼쳐왔기 때문에 규제를 대폭 없애야 할 것이다. 하지만 학교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 예컨대 부정부패를 예방하기 위한 규제는 필요하다. 그런데도 규제를 무조건 없애야 하고 모든 것을 자율화시켜야 한다는 논리만 따른다면 자칫 교육현장에 혼란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
  
  둘째, 경쟁이 중요하지만 어떤 경쟁인가, 그리고 경쟁이 과열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역시 고민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그동안 교육의 공급자 간의 경쟁은 너무 적었던 반면, 교육의 수요자 측면에서의 경쟁은 과도했던 면이 있다. 따라서 교육 공급자 간의 경쟁을 유도하자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그렇다고 수요자인 학생간의 과열 경쟁이 낳은 문제가 곧바로 해결되지 않는다. 학생들이 지나친 경쟁으로 인해 받는 고통을 덜어주려는 고민도 함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경쟁의 논리는 학생들에게 부담과 괴로움을 가중하는 결과를 낳고 있는 듯하다.
  
  다음으로 사회 복지 분야의 정책을 보자. 사회복지 분야에서도 교육과 마찬가지로 기본적인 기조는 공공의 역할을 줄이고 민간의 역할을 늘리면서 경쟁을 도입하는 것이다. 통합의료보험의 조합간 경쟁체제 도입, 민간의료보험의 도입, 복지서비스의 민간 공급자 확대와 국민연금기금의 경쟁체제 도입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최근 들어서는 의료보험만이 아니라 의료기관 자체의 영리법인화 가능성을 허용하는 방향으로의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의료보험 및 연금제도가 고령화 추세 속에서 많은 문제를 안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며 지속가능한 복지를 실현하기 위해 연금 및 복지제도의 개혁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민간의 역할을 늘리고 경쟁을 강조하는 것만으로 현재 국민들이 원하는 문제의 해결이 되는 것은 아니다. 복지의 본래 의미가 국민들이 마음 편하게 사는 것이라면 자칫 민간화와 경쟁의 무분별한 도입이 가져올 역기능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특히 현재와 같이 경제적 상황이 어렵고 그에 따라 가뜩이나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저소득층 및 서민들의 생활을 고려해서 이들을 지원하고 보호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지난 정부들에서 도입되었던 각종 복지제도들의 문제점은 그것들이 현실을 충분히 고려치 못한 이상적 원칙에 입각했고 따라서 의도대로 시행되기 어렵다는 것에 있다. 이러한 문제점은 복지제도가 과도하게 발달하고 지나치게 확대되어 나타나는 서구의 복지병과는 다른 종류의 문제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오히려 복지제도를 우리의 현실에 맞도록 토착화하고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조정하는 것이 실용주의적 접근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공공영역에서의 복지제도를 제대로 정비한 연후에 공공제도만으로는 제공하기 힘든 서비스와 보호를 제공하기 위해 민간영역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도 있다. 공공영역에서의 기반이 없이 민간부문의 의료, 복지, 연금만이 발달한다면 복지의 본래적 의미는 퇴색한 채로 해결해야 할 문제인 불평등을 더욱 조장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교육과 복지문제에서 보았듯이 이명박 정부가 취임 당시 내걸었던 실용주의와 섬김의 자세는 실제 정책의 입안과 집행 과정에서는 상당 정도 결여된 모습을 보여 왔다. 문제의 본질을 바라보고 그에 적절한 해결방안을 다양하게 모색하면서 조화와 타협을 이루기보다는 문제에 상관없이 탈규제, 민간화, 경쟁체제라는 방법론에 집착해온 측면이 강하다. 정책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의 수렴과 소통의 시도보다는 정부주도의 밀어붙이기식 추진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도 했다. 문제 해결을 위한 접근방식과 그를 통해 나온 해결책의 집행과정 모두 실용주의나 섬김의 자세와는 거리가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지난 100일 동안의 모습에서 유연하고 사려 깊은 실용주의나 국민들과 가까워지려는 섬김의 자세를 발견하지 못한 국민들이 실망하고 앞날을 불안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이제 이명박 정부가 국민들의 불안을 불식시키고 보다 국민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실용주의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금 고민하고 국민들에 대한 섬김의 자세를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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