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늑대가 시냇물 상류에서 물을 마시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조금 떨어진 하류 쪽에서 한 마리의 새끼 양도 물을 마시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이 늑대는 그 양에게 슬슬 다가가서 "이 나쁜 놈! 너는 어째서 내가 먹으려고 하는 물을 흐려 놓느냐." 라고 다그쳤습니다. 그러자 늑대가 다가오는 줄 미처 몰랐던 새끼 양이, "전 이쪽 하류에 있었는데 그게 말이 되나요?"하고 겁에 질린 눈으로 대답했습니다.
순간 당황한 늑대가, "좋아, 그런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어. 그런데 네가 내게 마구 욕한 것이 바로 1년 전 일이었지?"하고 다른 시비를 걸었습니다. "미안하지만 전 1년 전에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어요." 새끼 양이 그렇게 대답하면 사태가 괜찮아질까 하고 대답했습니다. 이번에는 늑대가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내뱉었습니다. "응 그래? 네가 아니었다면, 그건 네 아버지다. 더 이상 이런 저런 변명은 하지 않는 게 좋아." 그 다음은 어떻게 되었는지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다 아실 겁니다.
이미 목표가 정해진 상태에서 시비를 제기하는 것은 그 시비 자체에 관심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다만 자신의 음험한 목표를 숨기거나 정당화하기 위해서일 뿐입니다.
그 시비에 상대가 몰리면 그걸로 상대를 공격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상대가 어떤 대답을 내놓아도 그건 상관이 없습니다.
늑대는 물이 흐르는 시내도 다 자기 것이고 상류든 하류든 자신의 허락을 받지 않으면 안 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에 더하여 누구든 약한 자가 자기 눈에 띄면 다만 공격 대상이 될 뿐입니다. 시비는 공격의 이유를 만들기 위한 것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이 우화를 이렇게 다소 바꾸어 보지요.
늑대가 양에게 슬슬 다가가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늑대는 자신을 교묘하게 위장할 줄 압니다. 늑대가 아닌 척 합니다. 몸이 좀 큰 양 행세를 했습니다. 그래서 새끼양은 미처 경계하지 못했습니다. 아니 경계할 이유가 없었던 것입니다.
"아, 이쁜 어린 양아. 내가 너를 늑대로부터 지켜줄게. 저기, 저 쪽에 있는 저 놈 보이지? 저거 아주 위험한 늑대야. 조심해야지. 이런 데서 물을 마실 때에는 혼자서 이렇게 나와 있다가 큰 일이 날 수도 있단다. 나만 꽉 믿어."
그런데 늑대가 늑대라고 가리킨 것은 사실은, 들에서 풀을 뜯고 있던 이 양과는 달리 저 산에서 들로 겨우 힘들게 내려온 비루마르고 허기진 나머지 눈이 움푹 들어간 한 마리, 몰골이 안 되어 보이는 산양이었을 뿐입니다. 살아온 세월만큼 얼핏 보기에 다소 거친 인상을 주기는 하지만 분명 양임에는 틀림이 없었습니다.
그 산양은 본래 이 양과 같은 무리에 속했던 양이었건만 그 산양이 정말 늑대인줄로 알고, 여전히 이 진짜 늑대에게 자신의 안전을 위탁하려는 양들이 그 들판에는 아직도 많았다고 하네요.
아니, 그래야 한다고 목소리 높여 주장하면서 그러면 안 된다고 하는 양들을 모두의 안전을 위태롭게 한다고 공격하는, "늑대를 섬기는 양들"이 여기 저기 우루루 몰려다니는 아무리 보아도 기이하기 짝이 없는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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