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최전방 스트라이커'는 김연아…2010년 월드컵의 초상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최전방 스트라이커'는 김연아…2010년 월드컵의 초상

[월드컵 '감아차기'] 주인공 뒤바뀐 '축제' 씁쓸한 뒷맛

프랑스의 사회학자 에드가 모랭은 그의 '스타론'이라는 저서에서 현대사회에서 스타는 단순히 인기가 많은 배우나 운동선수를 넘어서 대중들이 추종하고 그 추종 속에서 환희와 안식을 찾는 신적인 존재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런데 신적인 존재가 더욱 신적인 존재감을 주는 것은 '땅으로 내려올 때'이다. 신적인 존재가 우리와 같은 사람처럼 느껴질 때, 우리 옆의 이웃처럼 행동할 때 그 존재감은 극대화된다. 도저히 접근할 수 없는 존재가 아닌 이웃집 동생, 누나 같은 느낌을 줄 때 스타에 대한 열광은 배가 된다.

그런데 이 스타에 대한 열광은 대중들을 현혹시키고 자본주의에 이용되게 할 뿐이라고 아도르노를 위시한 프랑크푸르트학파는 주장하였다. 이들의 비판이론에 대해서는 대중의 주체적인 역량을 무시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많았었다. 한국의 경우 대중의 주체적인 역량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의 거리응원에서 확인되었다.

2010 남아공 월드컵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2004년 유럽 선수권 우승팀인 그리스를 상대로 태극전사들은 용감하게 싸웠고 이겼다. 멋졌다. 8년 전에도 폴란드와의 첫 경기를 승리로 이끌면서 태극전사들은 그야말로 국민들의 스타로 급부상하였고 우리에게 한 달간 꿈을 꾸게 했다. 이루어지든 이루어지지 않든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을 하면서 우리는 행복해했다.

그런데 그리스를 2:0으로 완파하면서 지금까지의 월드컵 중 최고의 경기력과 자신감을 보여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월드컵의 스타는 태극전사들이 아니다. 월드컵 기간 동안 경기 중계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에 국민들은 응원단장 김연아를 만난다. 응원가를 불러주고, 붉은 티셔츠를 입고 CG 처리된 관중석에서 환호하고, 국민들에게 스타로서의, 최고의 광고모델로서의 존재감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비단 김연아 뿐 아니다. 김연아보다는 존재감이 떨어지지만 그래도 이름 석 자만 대면 알 수 있는 아이돌 걸그룹, 영화배우들 또한 역시 응원단장처럼 노래하고 춤을 춘다. 8년 전에는 경기장에서 사력을 다하던 태극전사들, 시청 광장에서 '그냥' 모여서 춤추고 응원하던 국민들이 주인공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주인공이 바뀌어 있는 느낌이다.

태극전사들과 국민들은 조연으로 밀려났다. 대기업이라는 새로운 감독님이 들어오면서 태극전사들의 땀과 국민들의 응원을 어시스트로 받아서 스타들이 주연이 되어 있는 것이다. 경기에서 좋은 결과가 나올수록, 거리에서 열심히 응원할수록 대기업이 기뻐하는 이상하지만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긴장, 슬픔, 환희, 초조, 열광이라는 감성이야말로 최고의 비즈니스 상품이라는 것을 깨달은 이들에게 이번 월드컵은 최고의 시장이며, 우리는 알지 못하는 사이 그들이 만들어 놓은 '프로젝트 기획서'에서 우리에게 부여해놓은 '열광적인 응원'이라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