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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협정 개정 한미FTA만큼 신경쓰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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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협정 개정 한미FTA만큼 신경쓰고 있나

[기고] 에너지 미래 달린 협상 위해 '컨트롤 타워' 구성해야

2014년에 만료되는 '한-미 원자력협력협정'의 개정을 위한 본격적인 협상이 조만간 시작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그동안 논란이 되어 왔던 파이로 프로세싱(건식 정련기술) 문제를 별도로 떼어내어 협상을 진행하기로 미국과 최근 합의했다.

한미 양국이 협상의 큰 걸림돌이었던 파이로 프로세싱 의제를 우회하는 실용적 타협안을 마련한 것이다. 지금까지 진행된 일련의 교섭과정을 고려해 볼 때 이번 '투 트랙(two track)'합의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한 협상의 물꼬를 튼 셈이라 할 수 있다.

파이로 프로세싱은 원자로를 가동한 후 남게 되는 '사용후 핵연료'(spent nuclear fuel)를 재활용하는 새로운 기술 방식이다. 한국은 사용후 핵연료를 파이로 프로세싱으로 재처리를 하면 핵무기의 주원료가 되는 플루토늄이 생성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미국은 파이로 프로세싱을 적용해도 기술적으로 플루토늄 분리가 전혀 불가능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언제든지 핵무기로 전용할 수 있다는 반대의 입장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핵무기 확산에 대한 미국의 우려는 타당하지만 이를 빌미로 지나치게 엄격한 규제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불합리하다. 더군다나 사용후 핵연료 저장능력이 2016년 고리 발전소부터 포화상태에 이르게 되는 세계 5위 원자력 생산국인 한국에 계속해서 재처리 금지라는 '주홍글씨' 딱지를 붙이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다소 과격하게 말하면 이러한 미국의 고압적인 태도는 무지하거나 무책임한 발상에 기인한다. 한국에서 재처리가 핵무기 개발로 이어질 수 없는 이유는 핵무기 개발과는 달리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

▲ 1978년 가동을 시작한 한국 최초의 원자력 발전소 고리 원전 1호기의 전경. 고리 원자력 발전소는 2007년 설계수명이 다해 가동이 중지되었으나 이후 IAEA 검증과 지역사회의 이해를 거쳐 상업 가동기간을 10년 연장하기로 합의되어 2010년 현재도 가동 중이다. 한국 원자력 능력은 고리 원전으로부터 30여년 동안 괄목할 만한 수준으로 성장했다. ⓒ연합뉴스

첫째, 한국은 수출 규모로 보면 세계 9위에 이르는 소강국가(小强國家)이지만 대외 의존도가 80%를 훨씬 상회하여 외부 영향에 매우 취약한 구조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

따라서 핵무기를 개발하는 순간 미국, 중국, 일본 등을 중심으로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제재에 국가 경제는 순식간에 패닉 상태에 이르게 된다. 이런 엄청난 결과를 뻔히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서 어느 정치 지도자가 무모하게 핵무기를 개발하려 할 것인가. 게다가 경제적 번영을 경험한 절대 다수의 국민들은 경제를 볼모로 하는 핵무기 개발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둘째, 한국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대해서는 대표적인 모범 국가이다. 1992년 발효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북한의 두 차례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준수하고 있으며 한걸음 더 나아가 2004년 9월에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4원칙'을 발표했다.

다시 말해, 핵무기를 개발하거나 보유할 의사가 없으며, 핵투명성 원칙과 핵 비확산에 대한 국제 규범 준수와 국제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핵의 평화적 이용 범위를 확대하기로 다시금 천명했다.

셋째, 2009년 아랍 에미리트연합(UAE)과 체결한 200억 달러의 원전 건설 계약에서 입증됐듯이 한국의 원자력 수준은 괄목할 만큼 성장을 했다.

1962년 미국으로부터 100kw급 연구용 원자로 'TRIGA MARK-II'를 도입하여 원자력 연구를 시작하여, 현재 20기의 원자로를 가동하고 6기를 건설하고 있는 한국은 문자 그대로 원자력 강국이 된 셈이다. 세계에 유례가 드물 정도로 최단 기간에 원전 건설 및 운영 분야에서 상당부분 기술적인 자립도를 달성하였다.

동시에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과는 달리 한국은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원천기술과 물자를 사용하고 있으므로 미 정부로서는 자연스레 이를 통제할 여지가 적지 않다. 말하자면, 한국이 미국의 원자력 정책에 독자적으로 역행할 가능성은 사실상 전무하다.

마지막으로, 한국이 미국에 이어 2012년 제2차 핵안보 정상회의 개최국으로 선정된 이유 역시 그동안 쌓아온 핵 투명성과 핵 비확산 모범국 이미지와 무관하지 않다. 이는 한국이 미국의 핵 비확산 정책과 보조를 같이하고 있다는 오바마 행정부의 정치외교적 판단도 고려됐다고 본다. 그렇다면 그 판단이 협정 개정에 적극적으로 반영되어야 함이 옳다. 한국과 미국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한미동맹의 가치에도 부합한다.

▲ 지난 4월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된 제1차 핵안보 정상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악수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당시 미국으로부터 '2차 핵안보 정상회의 서울 유치'라는 커다란 선물을 받았다. ⓒEPA=연합뉴스

문제는 협정 개정의 방향, 범위, 그리고 속도를 두고 부처 간, 원자력 관련한 전문가 및 이해 집단 간에 조율이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갈등을 효율적으로 조율하고 책임감 있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외교부 주도의 태스크 포스(task force) 형태보다는 청와대가 직접 개입하여 주도하는 이른바 '컨트롤 타워'를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래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는데 직결되는 원자력 협력협정 개정 문제가 한미 FTA보다 가볍게 다루어져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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