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사회학자 마페졸리는 21세기에는 이성과 효용이 아닌 '감성'에 기초한 비즈니스만이 성공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그리고 이 감성 비즈니스는 아이러니하게도 극도의 합리성을 기초로 한 첨단기술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것이라고 하였다. 이 감성 비즈니스가 모터스포츠와 결합되어 탄생한 것이 '포뮬러원(F1)'이다.
그런데 F1? 도대체 무엇인가? 한 대의 차가 수백억 원대에 이르는 것이 말이나 되는가? 차는 사람들을 편하게 이동시키는 수준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F1은 쓸데없이 빠르기만 하지 않은가? 효용성은 전혀 없지 않은가? 이런 F1은 뭐하러 있는가? 도대체 이런 F1을 낙후된 전라남도 영암에서 무엇 때문에 개최하는가?
그 정도 예산과 노력이면 다른 사업을 해서 빨리 경제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더 나지 않은가? 이 질문들은 F1 한국 개최를 제시하였을 때 과거 산업화 시대의 사고에 사로잡혀 있는 중앙 정부 관계자들이 던졌던 질문이다.
여기서 잘 생각해보자. 아무 짝에도 쓸모없어 보이고, 시끄럽기만 한 F1을 왜 전 세계 180여 개국에서 중계를 할까? 그것도 대부분 생중계로 말이다. 180개 국가면 우리보다 못 사는 나라들도 엄청나게 많을 텐데, 먹고 살기도 바쁜 이들이 극도의 사치처럼 보이는 F1에 열광할 겨를이 있는가?
그것은 바로 F1이 단순한 자동차가 아니고, 단순한 스포츠도 아니기 때문이다. F1은 현대의 최고의 첨단기술과 인간의 감성이 융합된 형태의 감성 비즈니스이다.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기계로는 F1이 최고이다. 10여 년 전부터 F1 팬이 된 필자는 한국의 영암에서 개최되는 이번 대회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 중이다.
오늘(22일) 드디어 개막일, 필자는 걱정스러웠다. 과연 F1을 우리나라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느낄까? 가뜩이나 글로벌 문화를 경험하는 데 있어서 서울 사람들에 비해 어려운 처지에 있는 지역 주민들이 대표적인 글로벌 문화에 거부감을 느끼지는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그리고 오전 10시. 드디어 첫 번째 주행이 시작되었다. 저 멀리서 '우우'하는 엔진 소리가 들려오면서 스탠드 앞을 '휘잉'하는 굉음을 내면서 F1카가 지나갔다. 갑자기 옆에 계시던 나이 드신 할아버님께서 스탠드를 박차고 일어나셨다. "이게 뭐여. 뭐 이리 멋진겨!" 앞에 있던 꼬마들은 깜짝 놀라서 무서워하면서도 다음 차량을 보기 위해 목을 길게 뺐다.
경기장에서 우연히 만난 여고생들한테 물어보았다. "오늘 F1 어땠어요?" "시끄러웠어요, 그런데 진짜로 멋졌당께요. 이렇게 멋진 것이 세상에 있는 줄 몰랐어요." 어제부터 식당을 가도, 길거리에서 들리는 얘기들도 온통 F1뿐이다. 마치 F1을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사람들이 F1에 매료당하기 시작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서울에서는 F1이 무엇인지 모른다. G20만 안다. 엄청난 광고 공세에 모를 수가 없다. G20,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세계인 중 G20이 서울에서 열리는 것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니 G20 자체를 아는 이들이 얼마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F1이 한국의 전라남도 영암에서 열리고 있다는 것은 180여 개국의 수억 명의 F1 팬들이 알고 있다.
세계의 눈은 G20 서울 개최장이 아닌 영암으로 쏠려 있다. 정치·외교 중심에서 문화로의 패권 이동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메가트렌드다. 이러한 메가트렌드에 역행하게 되면 글로벌화를 통한 도약은 요원해진다. 지금 한국의 중앙 정부가 그러하다. 국가 브랜드는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무엇을 사랑하고 무엇에 열광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국가 브랜드를 만드는 데에는 좌파, 우파가 따로 없다. 한 사회에 대한 좋은 이미지는 그 사회 성원들로 하여금 강제가 아닌 즐거운 마음에서의 소통과 통합을 가능하게 한다. 하지만 여전히 이성과 효용만이 중요시 되는 한국에서 감성 산업의 중심축인 F1이 아직 반향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이러한 근대적 사고방식이 전남의 목포와 영암에서라도 깨지기 시작해서 다행이다.
문제는 대회의 준비이다. 예산 문제, 날씨 문제 등이 악재로 겹치면서 대회가 완벽하게 준비가 되지 않아 대회를 찾은 관객들의 불만의 수준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F1을 보기 위해 매년 6~7개국으로 비행기를 탄다는 한 외국인 노부부는 이번 한국 대회와 같은 대회는 처음으로 경험해본다고 했다.
서울에서의 이동 시간, 먼지 날리는 주차장, 러브호텔, 티켓과 스탠드 문제 등 모든 것들이 실망스럽다고 하였다. 그래도 한국의 잠재력이라면 2회 대회부터는 선진국 대회 수준으로 올라올 것이라고 믿고 싶다면서 내년에 다시 만날 약속을 필자와 하였다.
감성 비즈니스의 특징은 감성을 얻으면 모든 것을 얻지만, 감성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다. 만약 앞으로 7년간 영암에서 개최되는 F1이 금년처럼 준비되어 팬들의 실망을 얻게 된다면, 비난 전남뿐 아니라 한국 전체가 큰 것을 잃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올림픽과 월드컵으로 다져놓은 역동적 코리아의 이미지가 하루아침에 깨질 수도 있다.
그렇기에 내년부터는 전남 혼자 준비하는 코리아 그랑프리가 아닌 월드컵 때처럼 한국 전체가 함께 준비하는 코리아 그랑프리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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