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미의 <세시봉, 서태지와 트로트를 부르다>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우선 이 책의 제목은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을 명확히 적시한다. '세시봉', '서태지', '트로트' 각각은 특정 시대에 청(소)년기를 보낸 이들에게 가장 핵심적인 화두였기 때문이다.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가장 대표적인 세 가지 분기점을 포착하여 그에 대한 이해를 구하고 오해를 해명하고자 시도한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저자가 속한 세대인 세시봉 세대를 포함해 나머지 두 세대―이전의 트로트 세대와 이후의 서태지 세대가 보다 합리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통로를 저자는 마련하고자 한다.
| ▲ <세시봉, 서태지와 트로트를 부르다>(이영미 지음, 두리미디어 펴냄). ⓒ두리미디어 |
이제 이영미는 이 책에서 '세대'를 주목한다. 저자는 음악 범주를 중심으로 세 세대를 선정하여 이를 평가하고 분석한다. 시기적으로 대략 1930년대, 1970년대, 1990년대에 청(소)년기를 보낸 이들이 주로 향유했던 대표적인 음악 장르인 트로트, 포크, 그리고 댄스 음악과 록이 대상이 된다.
사실 세대는 학문 영역과 일상생활에 이르기까지 과잉적일 정도로 많이 거론되는 범주이지만, 또 어떤 분야를 분석하는 데 있어 세대론만큼 유효한 잣대도 없을 것이다. 대중음악은 특히 특정 세대와 긴밀한 영향을 주고받는다. 그러고 보면 이 세 시기는 대중음악과 문화에서 세대에 대한 담론이 가장 풍성한 시대이기도 하다. 물론 어느 시대나 유행의 첨단에 서있는 핵심 세대라 할 수 있는 청(소)년 문화가 존재했지만, 위의 세 시기는 특히 대중음악과 문화에서 큰 영향을 끼친 시기로 손꼽힌다.
저자는 이렇게 식민지·전쟁 세대와 트로트, 청년 문화 및 7080 세대와 포크, 그리고 서태지와 HOT 세대와 '신세대 가요'가 각기 어떻게 다른 사고와 의미를 갖는지 분석한다. 여기서 저자의 태도가 중요해진다. 트로트를 다루는 1부에서는 (저자가 속한) 포크 세대가 자신의 부모 세대를 이해하려는 방식으로 접근했다면, 댄스 음악과 록을 다루는 마지막 3부에서는 역시 포크 세대의 입장에서 자식 또는 조카 세대를 이해하려는 견지에서 쓰였다. 이를 통해 저자는 여러 세대 간의 대화와 소통이라는 저자의 대전제를 투영시키고 있는 것이다.
세대론이라고 해서 어렵거나 재미없지 않다. 딱딱할 수 있는 사적(史的) 주제를 친밀한 사적(私的) 방담으로 풀어내는 기술은 저자의 최대 강점이기 때문이다. 저자의 특강이 책의 모티브라는 점을 그대로 살려, 구수하고 수다스러운 특유의 경어체 입담을 그대로 실었기 때문에 직접 말을 건네는 듯 친밀하며, 그간의 글쓰기가 그러했던 것처럼 쉽고도 이해하기 쉬운 문체로 구성되어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일반인들이 가질 법한 질문과 오해를 던지고, 이에 답변을 하는 형식이 많다. 가령 트로트가 촌스러운 구닥다리 음악이라는 편견, 반대로 포크가 수준 높은 음악이라는 또 다른 신화에 대해 오해를 풀려고 한다.
예컨대 트로트의 경우 지금의 통념과 달리 일제 강점기 대도시의 고학력 '신세대' 청년들이 새로운 유행으로 받아들인 "전혀 촌스럽지 않은 세련된 노래"였으며, "당대의 고통을 당대의 방식으로 절절하게 노래한 매우 긴장감 넘치는 새로운 유행의 노래"였다. 다시 말해 "상황이 극복될 가능성이 애초부터 배제되어" "합리적 해결 태도를 전혀 갖추지 못"하였기 때문에 "과잉된 눈물과 탄식 그리고 자학과 자기연민이 뒤섞인" 방식으로 상황을 해결을 했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탄식과 눈물은 패배주의적인 순응의 태도"라고 낙인찍는 대신 "그 한계 내에서 할 수 있었던 최대한의 몸짓일 수도 있다"는 포용적인 시각은 트로트에 대한 저자의 오랜 관점이기도 했다.
반면 저자의 의견을 추론하면, "포크가 가장 건강하고 수준 높은 노래"라는 신화는 일면 엘리트주의적 산물일 뿐 아니라, 포크(그리고 청년문화)를 유신정권이 통제 정책과 대마초 파동을 통해 일거에 뿌리뽑은 것이라고 판정하는 데에서도 연유한 것이 아닐까. 물론 이 시기에 중요한 의미 있는 작가와 작품이 많이 등장했다는 점은 사실이지만, 당시 많은 '통기타 음악'들이 실제로는 다소 진부한 양식에 통속적인 사랑 노래에 국한된 작품이 많았다는 점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가령 "나이가 들면 트로트가 좋아진다"라는 통념을 제시하면서 포크 세대가 '젊은 날에 그토록 경시하던 신파성 트로트가 나이가 들어 세상에 굴복하는 경험을 하게 되면서 좋아지게 된다'라는 분석을 내놓으며 두 세대(아마도 자녀 세대인 포크 세대가 부모 세대인 트로트 세대)의 이해를 도모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의 어린 세대가 나이가 들었을 때 (부모 세대급인 포크를 이해할 수 있을지 몰라도) 트로트가 좋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물론 '신세대 트로트'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이것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여기서 살펴볼 것은 세대와 취향의 문제가 상호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사실 저자가 속한 포크 세대와 취향의 관점이 은연중에 반영되는데, 각 세대를 대표하는 음악인에 대한 부분을 설정하는 부분(고복수, 이난영, 이미자 / 김민기, 한대수, 정태춘, 송창식 / 서태지, 신해철, 강산에)에서도 비슷한 맥락 하에 저술된다. 1990년대의 음악인으로 거론한 사례의 경우 특히 "1970~80년대 냄새"를 풍기는 음악인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각각의 세대에 대한 소개와 소통이 주요 목적이므로, 가령 최근 '연예계 화제'가 되어버린 서태지와 그 시대 음악도 먼 옛날의 이야기처럼 들릴 지금의 청소년에게(또는 아직도 서태지가 한참 어린 연배라 생각하는 윗세대들에게) 어떤 길잡이 역할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들을 서술하는 관점 역시 다소 '포크 세대적'이다.
더불어 이 책에서 세 세대와 그들의 어떤 취향이 왜 특정 시기에 중요하게 등장하는 것인지 모두 해명된 것은 아니다. 사실 세대 분석을 위해서는 다양한 변수들이 등장한다. 정치적 맥락은 물론 사회학적 기제와 경제학적 지표가 동원되어야 하며 문화·예술의 유행에 대한 고찰도 필요하다. 가령 인구학적 지표가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데, 다수를 차지하는 어떤 세대를 위해 특정 정책이 수립되기도 하고, 경제적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며, 또한 이들이 집단적으로 어떤 흐름을 만들어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삶의 양식을 구성하게 되는 다기한 항목들을 분석하게 되면 앞서 세 시기와 세대가 특히 대중음악에서 주목을 받게 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처음 시작으로 가보자. '세시봉 세대'가 왜 지금 재등장한 것일까에 대해 이미 저자가 일부 답을 했지만, 모두 대답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앞서 말했듯 저자가 그 이유에 대한 꼼꼼한 분석보다도 그것이 갖는 효과와 세대 간의 소통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책과 벗어난 이야기를 하면) 이 열풍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장담하기 힘들다.
(저자의 수식어법을 빌면) 몇몇 "잘난" 청년 문화 세대만의 특성 때문에, 또는 다른 이유 때문에 예외가 될 수도 있겠지만, 여러 여건상 이들이 지금은 새로운 곡을 발표하는 창작자가 아니라는 점과 더불어, 무엇보다 한국의 취약한 토대 면에서 이들의 적극적이고도 지속적인 활동을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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