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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랄라세션은 모르는 불편한 진실…"먹지마, 위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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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랄라세션은 모르는 불편한 진실…"먹지마, 위험해!"

[기업이 점령한 밥상] 매리언 네슬의 <식품 정치>

몸, 최고의 투전판

메뉴를 고민해야 해야 할 시간, 홈쇼핑 4대천왕(GS, 롯데, 현대, 우리)은 친절히 메뉴판을 펼쳐 보여준다. 미적거리던 식욕이 갑자기 들끓는다. 간신히 그 유혹을 뿌리치면, 이제 건강을 챙기라며 각종 영양제와 홍삼이 등장한다.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 승인을 받았고 아무개 협회 추천 제품 정도는 돼야 명함을 내민다.

먹을거리 쓰나미가 지나가고 이제 살 빼라는 다이어트 보조제와 각종 운동 기구가 등판한다. 오늘도 이토록 다양한 액션을 감당하느라 고생한 몸을 누일 돌침대와 라텍스 침구, 안마기가 지나가고 나면 남은 최후의 일격. 질병과 죽음을 대비한 보험 상품 판매가 시작된다. 오늘도 우리의 몸은 건강과 다이어트 정보, 그리고 쏟아지는 생명공학의 과도한 정보를 처리하느라 헉헉 댄다. 몸에서 벌어지는 이런 스펙터클은 단연 '식품'을 중심으로 펼쳐지기 마련이다.

<식품 정치>(김정희 옮김, 고려대학교출판부 펴냄)는 미국의 식품 영양학자이면서 식품 사회학자이기도 한 매리언 네슬이 2002년에 출간한 책이다. 저자는 미국 정부의 식품 및 영양 정책에 관여했던 당사자이기도 하면서, 유수의 식품 기업에게 협찬을 받기도 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책에는 저자가 겪어야 했던 미국의 '식품 정치'의 맨얼굴이 드러난다.

특히 FDA의 안전성 승인을 두고 벌이는 식품 기업의 비즈니스(마케팅과 로비)와 그들과 결탁한 의회 정치의 내막이 가감 없이 드러나 있다. 심지어는 신선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고, 고기(지방) 섭취를 줄이라는 건강 상식마저도 정치권력 앞에서는 힘을 못 쓴다. 넬슨은 결국 식품과 건강 정책은 과학의 외피를 뒤집어 쓴 '식품 정치'의 결과물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그들에게 우리의 몸은 승률 높은 투전판일 뿐이고 우리는 그들이 내다 파는 상품을 소비하다, 몸이 아파오게 된다. 그들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을 건넬 것이다. "아프냐? 너만 아프다."

매리언 네슬은 <식품 정치>가 출간되기도 전에 혹평이 쏟아져 나오는 기이한 체험을 한다. 훗날 혹평을 쏟아 내던 사람들이 식품 기업과 유착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들의 일관된 주장은 식품 선택은 전적으로 개인의 자유일 뿐이다. 하지만 저자는 식품 선택에 있어서 개인으로 환원된 논리에 이의를 제기한다. 반면 식품 선택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것은 식품 마케팅임을 주장한다. 따라서 식품을 선택하는 데 있어 개인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사회의 변화가 중요하다는 것을 누누이 강조한다.

꽤 두꺼운 분량의 이 책에는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초국적 기업 식품들(시리얼, 마가린, 분유, 탄산음료, 식이보충제(영양제) 등등)이 대거 등장한다. 그리고 식품 기업들이 어떻게 FDA의 안전성 승인 라벨을 '강탈하는지', 또 먹고 싶지 않아도 어떻게 해서든 먹게 만들기 위해 얼마나 치밀한 마케팅 전략을 짜는지, 당해낼 재간이 없겠다 싶다.

그리고 과학적 합리성을 내세우는 영양학계마저도 식품 기업과 정치권력 앞에 어떻게 굴복하는지 뼈아픈 속내가 당사자의 입을 통해 직접 드러남으로써 식품 정치의 작동 과정을 더욱 실감나게 구경할 수 있다. 일례로 저자가 관여했던 미국의 식품 피라미드는 올바른 식생활 가이드를 위해 제시한 모형으로, 곡물과 채소, 과일 등은 피라미드의 하단에 배치하고, 섭취를 줄여야 하는 지방과 당류는 상단을 차지하는 일종의 먹을거리 교육 자료이다.

하지만 이 선의의 목적을 지닌 정책마저도 시련을 겪는다. 피라미드 꼭대기의 '기름 및 단 것'을 생산하는 식품 기업과 설탕 생산업자의 공격을 받아야 했다. 또 지방의 바로 밑 단계를 차지한 유·육류 생산업자도 들고 일어났다. 게다가 낙농, 축산업계의 이익을 지켜줘야 하는 미국 농무부마저도 피라미드 자리 배치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케첩 회사 하인즈는 토마토케첩이 '채소'라고 우겨대기까지 했으니 무슨 말이 필요하랴.

이에 더 나아가 비만과 성인병에 시달리는 미국 국민의 건강 개선을 위해 '적게 먹기'를 식생활 목표로 제시하려고 했지만 수많은 식품 기업과 이익단체의 반대와 로비가 시작된다. 무엇이든 많이 먹어야 많이 팔 수 있는 식품 기업에게 '적게 먹기'는 가장 무서운 말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 그 등살을 견디지 못해 '적절한 식생활을 선택하라'는 고도의 수사학으로 마무리 되는 경우도 있었다.

ⓒ프레시안(손문상)

동네북, FDA를 믿지 마세요

한국에서는 KFDA(식품의약안전청)의 말은 믿지 못해도 미국 'FDA 승인' 한마디면 만사형통이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 FDA는 사실상 미국 정치와 식품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동네북에 가까워 보인다.

식품 기업이 특효 성분이 발견되었다고 호들갑을 떨면, 그 성분의 위해성 검증 의무는 FDA의 몫으로 남는다. 위해(혹은 효과)가 검증되는 그 긴 시간을 추적 조사할 의무가 식품 회사에는 없는 것이다. 일단 식품 회사는 팔고 보면 되는 것이다. 효과가 있으면 좋고 아님 말고.

물론 식품 회사도 안전성 인증 라벨을 얻기 위해 자신들이 수행한 실험 결과를 들이댄다. 하지만 그 실험의 수행 집단은 기업에 소속된 과학자들이거나 동원된 과학자들이다. 그러니 정작 그걸 먹고 발라서 효과가 있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그저 표적 집단 몇몇이 효과를 봤다는(더불어 소수에게 부작용이 생기기도 하고) '카더라 통신'만 남을 뿐.

위해성 검증은 그나마 단일한 목적이 있기 때문에 나은 편이다. 긍정의 메시지인 '건강 효과'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을 제제하려 들면 식품 기업들은 말도 잘 듣지도 않는데다 FDA를 대상으로 전 방위적인 압박을 펼친다. 판매업자들을 동원해 수만 통의 편지를 보내 업무를 마비시켜 버리거나 소송을 제기해 장기적인 법정 싸움을 벌인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정치인들에게 로비를 벌이고 여론몰이를 한다. 그러고 나면 법원은 식품회사에 승소 판결을 내리고 굼뜨던 의회는 관련 법규를 손질해 판매가 쉬워지도록 하는 수순을 밟는다. 하여 우리가 만나는 FDA 식품은 과학적으로 안정성이 검증되었다기보다는 정치적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게다가 건강식품을 먹고 건강해졌다는 것은 과학적 결과인지 느낌인지 알 턱이 없다. 무엇보다 건강식품은 가격 프리미엄 때문에 '건강에 관심이 많은 중산층 이상의 건강한 사람'들이 선택한다. 즉 건강하니까 건강할 뿐.

식품 선택, 그 애매한 기준에 대처하는 자세

▲ <식품 정치>(매리언 네슬 지음, 김정희 옮김, 고려대학교출판부). ⓒ고려대학교출판부
이 책의 저자인 매리언 네슬과 역자인 김정희는 모두 식품영양학자이다. 네슬은 '식품 정치판'에서 영양학자로서의 딜레마를 솔직하게 고백한다. 다국적 식품 기업의 후원 없이는 학회가 굴러가지 않고, 그들의 후원금으로 실험이 수행되고 학회지가 출간된다. 저자는 스스로 연구윤리를 세우고 지켜나가려 하지만(일단 학회 참석 시 스폰서 기업에게서 교통비와 숙박비는 수령하되, 후원금은 직접 받지 않고 장학금이나 시민 과학 단체로 돌리고, 논문에 후원받은 기업을 정확하게 명시한다.) 그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기업의 후원이 실험 과정과 결과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것도 충분히 근거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행복한 밥상>(조윤정 옮김, 다른세상 펴냄)의 저자 마이클 폴란은 영양학이 식사와 건강에 대한 지식을 확장시켜주는 학문이기도 하지만, 모든 과학이 그렇듯 영양학도 종종 오류를 낳는 과학자들로 구성돼 있음을 일깨운다. 무엇보다 영양학계와 식품 산업이 만나 영양 산업 복합체(Nutritional Industrial Complex)를 형성하면서 우리의 밥상을 좌지우지 한다는 주장은 그냥 넘길 만한 일은 아니다.

식품에 특정 성분을 강화하거나 빼버리고 기능성을 강조한 '테크노푸드'가 판치고, 음식 자체의 맛과 문화적 의미보다 영양 균형을 강조한다. 영양 균형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급식 식판에 과일과 채소가 아닌 종합비타민제 몇 알을 올려놓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먹는 일은 생물학적 문제이지만 사회 문화적 행위이기도 하다. 먹는 것을 통해 사람은 사람이 되어 간다. 누구와 무엇을 어떻게 먹고 사는지에 따라 삶의 모양새는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켈로그는 섬유소 강화 시리얼 '올브랜' 1회 섭취량에는 사과 6개 분량의 섬유소가 들어 있다고 선전한다. 물론 켈로그 올브랜 한 그릇이면 사과 6개만큼의 섬유소를 먹을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과의 빛깔과 향기, 아삭한 식감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 그리고 사과 한 알이 선물하는 계절감을 올브랜은 재현할 수 없다. 그들이 좋아하는 과학적 사실로 밝혀진 사과의 조성 성분은 현재 밝혀진 성분일 뿐이지 사과의 '모든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사과 한 알은 미지의 세계이며 오래된 미래다.

이 저서의 일관된 주장은 식품의 선택 행위는 개인의 행위라기보다는 '식품 정치'의 결과물일 때가 많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올바른 정치 행위(선택 행위)를 매끼마다 수행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까.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정치적으로도, 과학적(신체적)으로도 유기농이 좋고 지역 먹을거리(local food)가 좋다는 것을 알지만 우리는 콜라도 먹고 새우깡도 먹고 살아 간다.

식품 선택을 하면서 느끼는 갈등과 애매한 기준 때문에 고민이 든다면 저자가 책 말미에 제안한 지역 소비를 염두에 두면 될 듯하다. 새우깡 한 봉지를 사먹어야 할 때, 대형 마트가 아닌 동네 슈퍼를 찾아가라는 것이다. 괜히 조금 더 싸게 사보겠다고 대형 마트에 갔다가 번들 포장 식품을 사서 더 먹지 말고, 미끼 상품과 시식 코너에 붙잡혀서 이것저것 쇼핑카트에 담지 말라는 것이다.

마트까지 가는 시간과 교통 비용, 대형 마트에 소모되는 에너지 문제, 지역의 경제 유출 문제 까지도 식품 선택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슈퍼 사장님도 같이 살아남아야 하니 말이다. 애매할 때는 동네 시장이나 슈퍼에서 사먹으면 됩니다~잉!

울랄라세션, 콜라 마시면 안돼요!

장안의 화제, 슈퍼스타케이 시즌3의 독보적 존재 울랄라세션. 그 실력도 출중하지만 암 투병 중인 리더 임윤택의 투혼은 큰 감동을 주고 있다.

그런데 이런! 위암 환자인 그가 코카콜라를 마시는 CF가 버젓이 나오고 있다. 이 책이 가장 먼저 물고 늘어진 식품은 탄산음료였다. 적어도 탄산음료가 건강에 '유익하지 않다는 것'은 상식이 아니던가. 그러니 제발 콜라는 마시지 말고, 좋은 노래 오래오래 들려주기를.

끝으로 방대한 분량과 영양학계에는 다소 부담스러웠을 주제를 동종 학계의 연구자가 번역했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다. 이런 저서를 소개했다는 자체가 과학자의 사회적 책임을 보여준 것이리라. 다만 심심치 않게 보이는 비문과 오탈자를 꼼꼼하게 살피지 않은 편집자들의 실수가 만회될 수 있도록 '증쇄'의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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