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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와 문재인, 경제 정책 다르긴 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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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박근혜와 문재인, 경제 정책 다르긴 한가?

[기고] 자유주의자들의 축제가 된 대선, 민중정치의 새 길은?

1986년에 대학을 들어온 나는 87년 대선에서의 단일화 실패, 민주화 투사였던 김영삼이 보수 3당의 야합을 통해 문민정부를 수립한 일, 진보를 표방한 고졸 대통령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신자유주의화를 경험하면서 대통령 선거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기대를 하지 않게 되었다. 이는 한국사회에 적어도 민중들에게는 만연한 정서다. 정치 무관심과 정치에 대한 환멸을 넘어 민중들에게도 의미 있는 정치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대선 허허허>(정승일 외 지음, 홍진북스 펴냄)를 읽으며 이 물음에 대한 나름의 답을 찾고 싶었다.

민중들의 정치 혐오는 정치인들의 부패와 구태정치 탓도 있지만 대중들에게 선택의 여지를 주지 못한 것이 더 큰 원인이다. 지식인들은 오만하게 대중의 정치적 무관심과 무지를 꾸짖지만 대중들의 정치 인식은 상당히 현실적이고 객관적이다. 자신들의 삶에 구체적인 답을 제시하는 정치 세력도 없고 그마저도 개인사나 가족력 혹은 대중매체를 통해 꾸며낸 이미지 말고는 구별할 차이가 없는 마당에 어떻게 정치적 관심이 생기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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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선 허허허-허탈 철수, 허당 재인, 허걱 근혜>(오세제·정승일·정찬원 지음, 홍진북스 펴냄). ⓒ홍진북스
저자들은 진보적 자유주의자들의 의제가 형식적 민주주의에 국한된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래서 사회경제적 차원에서의 실질적 민주주의와는 괴리가 발생한다. 진보적 자유주의자들의지지 기반은 김대중 노무현 정권 동안에 고소득 직장을 얻고 그들이 열어준 자산 시장에서 재테크에 성공한 집단이 주축이다. 이 과정에서 경제적으로 배제당한 집단이 보수 세력과 연합하여 진보적 자유주의자들의 위선에 대해 복수한 것이 이명박 집권이다. 민중들은 파이라도 키우는 쪽을 선택했다. 민중들은 진보 정치 세력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할 것이라는 기대를 접은 지 오래다. 하지만 민중정당운동은 민중들의 신뢰를 얻기도 전에 자멸하고 있다.

이 책은 두 후보(며칠 전까지는 세 후보)가 이념적, 정책적으로는 한 통속에 불과하다는 것을 밝힌다. 대통령 후보에 대한 평가는 그가 어떤 정책들을 실제로 펼칠지 그리고 그 정책들이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근거해야 한다. 그가 독재자의 자식이라거나 실패한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다는 것은 과거의 일에 대해 책임을 물을 근거는 되겠지만 앞으로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꿔놓을 지를 알 수 있는 척도는 아니다. 대통령 후보가 공언하는 정책들, 후보 주변에서 중요 정책을 담당하는 이들의 성향, 그들이 지향하는 바를 실행에 옮길 힘과 방안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가 판단의 근거가 되어야 한다.

특히나 중요한 것은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관점과 그에 근거한 경제 정책들이다. 대선 후보들의 정책이 유사하다는 얘기는 많이 나오지만 어떤 의미에서 유사하고 얼마나 닮아있는지에 대해서는 막연한 상태다. 국민들이 먹고사는 문제가 핵심이 되어야 한다는 저자들의 주장은 한국사회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경제적 접근이 우위에 있어야 한다는 내 생각과 일치한다.

경제 정책 중에서도 핵심은 기업과 금융 정책이다. 저자들은 후보들의 기업과 금융 정책이 대동소이하게 자유주의에 기반하고 있다고 본다. 물론 노동과 복지 부문에서 더 진보적인 정책을 제시하는 후보도 있다. 그러나 기업과 금융 정책은 더 신자유주의로 기우는데 노동과 복지를 강조하는 것은 거짓말이다. 기업과 금융 정책이 노동과 복지 정책을 규정하기 때문이다. 캠프내의 역학 관계에서도 주류 경제학에 물든 학자들이 지배하는 한 노동 복지 학자들의 목소리는 관철될 수 없다. 따라서 각 후보들이 집권 이후에 한국의 기업과 금융을 어떤 방향으로 운영할지를 예측하는 것이 대통령 후보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어야 한다.

야당 진영이 주장하는 경제 민주화의 최우선 과제는 재벌 개혁이다. 재벌 개혁 문제야 말로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 진보정의당과 시민사회진영을 자유주의로 수렴시키는 공통분모이기 때문이다. 야당 진영 재벌 개혁론의 핵심은 재벌을 시장의 통제 아래에 두자는 것이다. 여기서 시장이란 기업의 법률적 주인인 주식 소유자들이 지배하는 주식 시장과, 독점적인 계열 체제에서 분리된 개별 기업들이 공정하게 경쟁하는 장을 말한다. 재벌 개혁을 계열 분리로 보는 것은 자본주의의 역사와 현재의 경제 위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온 주장이다. 분리된 계열사를 다른 자본, 특히 금융 투기 자본에게 넘겨주는 것이 어떻게 진보일 수 있는가?

또 재벌 개혁이 중소기업, 영세자영업자 그리고 거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까지 경제적 이익이 골고루 분배되도록 보장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재벌 개혁과는 별도의 노동 정책과 복지 정책이 필요하다. 경제 민주화론은 재벌 개혁을 만병 통치약인양 선전한다. 문재인·안 철수 캠프의 핵심 인물들은 대체로 소액주주운동 방향의 재벌 개혁을 지지하면서 주주자본주의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찬성했던 인물들이다. 산업자본 위주의 재벌을 규제하기 위해 금융자본의 힘을 더 강화시켜야 한다는 논리야말로 신자유주의의 논리다. 따라서 양자의 단일화는 민중들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선거 공학적 이벤트일 뿐이다.

이에 반해 저자들이 주장하는 사민주의식의 재벌 개혁은 시장이 아닌 사회가 재벌을 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자가 이사회에 참여하는 등의 방식으로 노동자의 경영 참여를 보장하고 더 나아가 금융 정책의 최고 의사 결정에도 참여해야 한다. 저자들은 주로 북유럽 사민주의의 사례에 근거하고 있다.

복지 문제에 대해서도 저자들과 자유주의자들의 차이는 뚜렷하다. 자유주의의 이념적 프레임 속에서 추구하는 복지 국가는 미국의 민주당 수준을 넘을 수 없다. 이들의 특징 한 가지는 세금 납부보다 자선단체 기부를 더 선호한다는 것이다. 한국사회에서도 진보적 자유주의자들이 이런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사회책임 투자,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을 강조하는 논리가 바로 그것으로 안철수와 박원순이 대표적 인물이다. 그들의 윤리가 위선이라는 얘기가 아니다. 윤리가 제도를 대신하는 것이 문제다. 이런 경향은 국가 역할의 축소를 가져온다. 국민들이 민주적인 방식으로 개입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사용해야 할 제도적 수단인 국가가 축소되고 자산가들의 선의에만 기대거나 자율이라는 이름으로 없는 자들끼리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다. 이것은 진보가 아니다. 전두환 정권이 내세운 구호도 '정의 사회 구현, 복지 국가 건설' 이었음을 저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진보 진영 안에서는 공정 국가론과 복지 국가론이 경쟁하고 있었다. 복지 의제는 모든 정치 세력이 받아들였지만 이내 시들해졌고 진보 진영의 경제 정책은 경제 민주화로 수렴되었다. 한국의 현실 정치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자유주의자들만의 리그가 되었다. 국가에 대한 관점의 차이로 단순화시켜 얘기하자면 시장만능주의자와 공정한 시장을 위한 규제와 시장에서 탈락한 이들을 위한 잔여적 복지 정도가 국가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진보적 자유주의 사이의 싸움이 된 것이다. 이마저도 2008년 경제위기 이후로는 시장 만능 목소리가 약해지면서 차별성을 찾기 힘들어졌다. 국가의 중립적 성격을 전제로 계급 타협에 근거한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는 사민주의와 국가의 계급적 성격을 전제로 국가 폐지를 궁극적으로 지향하지만 잠정적으로는 민중들이 국가권력을 사용해 경제를 통제할 것을 주장하는 사회주의는 진보 진영 안에서도 거의 배제되었다.

한국사회에 만연한 정치 무관심과 정치 혐오는 김대중 노무현 정권이 집권 전의 공언과는 달리 민중들의 삶을 더욱 질곡으로 몰아넣고 중산층을 붕괴시킨 것이 큰 원인이다. 이명박 집권은 강남좌파가 주도하는 자유주의적 진보정치에 대한 가난한 자들의 정치적 복수의 결과이기도 했다. 이제 민중정치운동의 과제는 어떻게 민중들의 이해관계를 실질적으로 대변하는가이고 진보적 자유주의는 그 역할을 할 수가 없다.

이 책의 저자들은 1980년대 말에 시작되어 20년간 지속된 독자적 민중정당운동의 한 시대가 끝났다는 평가를 내린다. 통합진보당, 진보정의당, 진보신당과 그 지도자들은 자유주의에 투항하거나 곧 사라질 것이다. 이는 오히려 민중정당운동의 새로운 시대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한다. 민중정치의 재구성은 정치세력, 정당구조의 재구성이 아니라 이념적, 정책적 노선을 재정비하는 것으로 나가야 한다. 반 자유주의를 표방하는 사민주의와 사회주의가 진보라는 이름으로 불려야 한다. 두 노선이 협력하거나 경쟁하면서 민중정치운동의 축이 되어야 한다. 이것이 자유주의 판이 된 대선 국면에 대한 사민주의자의 비평을 읽으며 사회주의자가 내린 결론이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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