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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벌한 게 아니다! 범인은 바로…

[프레시안 books] 존 퀘이조의 <콜레라는 어떻게 문명을 구했나>

1.
혁신(Innovation)이란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점진적 또는 급진적 변화를 의미한다. 오늘날 사회에서 혁신이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바로 혁신을 통해 사회의 물질적 기반이 변화할 뿐만 아니라 동시대인들의 가치관과 관점 역시 변화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관점과 가치관이 변화한다는 것은 이들이 새로운 시각으로 사물과 현상을 분석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를 통해 이전에는 나타나지 않았던 새로운 변화들이 등장하게 되고, 새로운 관계들이 형성된다. 결국 혁신은 사회적 변화를 야기하는 원인인 동시에 가치관과 관점의 변화를 야기함으로써 나타나는 일종의 결과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전에 나타나지 않았던 새로운 변화라고 해서 모든 것이 혁신은 아니다. 혁신이란 관점과 시각을 달리 하여 사물과 현상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사회 구성원들과 전 지구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존 퀘이조의 <콜레라는 어떻게 문명을 구했나>(황상익·최은경·최규진 옮김, 메디치 펴냄)에서 분석하고 있는 10가지 즉, 의학과 공중위생, 세균, 마취, 엑스선, 백신, 항생제, 유전학, 항우울제 그리고 대체 의학은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인류 역사의 패턴과 흐름에 영향을 미쳤던 혁신으로 볼 수 있다. 그는 자신의 저서에서 의학계의 가장 중요한 10가지 혁신을 선정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분석하면서 이와 같은 혁신들에 대한 다양한 층위의 반응까지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곧 이 책은 인류 역사 속에서 발생했던 10가지 의학적 혁신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나타난 패러다임과 사상의 변화까지도 잘 보여주는 책이라 할 수 있다.

2.
▲ <콜레라는 어떻게 문명을 구했나>(존 퀘이조 지음, 황상익·최은경·최규진 옮김, 메디치 펴냄) ⓒ메디치
<콜레라는 어떻게 문명을 구했나>는 모두 10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존 퀘이조는 제1장에서 세계 최초의 의사인 히포크라테스로부터 시작된 세계 최초의 의료 행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질병이 신에 의한 처벌이 아니라 자연적인 원인 때문에 발생한다는 히포크라테스의 주장으로 인해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학문으로서의 의학이 발전하기 시작했으며, 환자에 대한 관찰과 임상을 통해 다양한 의학 기술이 발전했음을 강조한다. 이와 더불어 히포크라테스를 통해 자신을 의미하는 내부 세계와 자신을 둘러싼 외부 세계가 공존하기 시작했으며, 질병을 치료하고 건강해지는 것은 궁극적으로 인간의 신체와 환경의 본질, 그리고 이들의 상호 작용을 제대로 이해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제2장과 제3장에서 존 퀘이조는 세균의 발견 및 인류 역사상 치명적인 전염병 가운데 하나였던 콜레라를 예방하고 대처하기 위한 공중위생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그는 19세기 말까지 미생물에 의해 질병이 발생한다는 생각이 널리 수용되지 않았지만, 산욕열이나 탄저병, 광견병, 결핵 등의 질병을 치료하고 그 원인을 분석하는 과정 속에서 많은 과학자들은 결국 미생물이 여러 가지 질병의 원인임을 밝혀냈던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쉽게 설명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존 퀘이조는 미생물에 의해 발생하는 전염병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이를 초기에 예방하기 위해 비위생적인 환경을 개선함으로써 공중위생을 향상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1800년대 초반에 영국에서 발생했던 콜레라를 통해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제4장에서 그는 통증을 완화시키는 마취법의 발견 및 확산을 여러 가지 사례들을 통해 설명하고 있는데, 이는 특히 질병의 발생과 통증이 부도덕한 인간들에 대한 신의 심판이라고 믿었던 19세기의 사회적 분위기를 변화시키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존 퀘이조는 마취를 통해 환자들이 자신의 생명을 구하고 건강을 개선하는 수술을 적극적으로 수용함에 따라 의학 기술뿐만 아니라 사회적 분위기가 변화되었음을 강조하고 있다.

제5장은 엑스선의 발견에 대한 것으로서 엑스선을 통해 신체 내부를 관찰하게 됨으로써 인간의 실재를 어떻게 이해하는지에 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야기되었다. 존 퀘이조는 이 장에서 엑스선의 발견 과정 및 엑스선에 대한 당시 대중들과 사회적 분위기를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으며, 엑스선이 다양한 질병 치료에 활용되는 구체적인 사례들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존 퀘이조는 제6장과 제7장에서 백신과 항생제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데, 백신을 통해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항체를 형성하고 면역력을 강화시켰던 역사적 사례와 항생제의 개발로 치명적인 감염을 치료하는 사례를 설명한다. 특히 그는 백신 개발을 통해 건강을 위해서는 의학적 기술과 치료뿐만 아니라 면역력과 항체 형성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으며, 전염병에 대한 관점을 변화시켰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백신은 전체 사회의 건강이나 복지와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8장에서 그는 DNA의 발견을 통해 급속하게 발전한 유전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실 유전학은 오늘날보다 훨씬 이전인 인류의 등장과 진화, 그리고 가축화나 작물화 등의 과정에서도 나타났던 것으로서 존 퀘이조는 19세기부터 오늘날까지 유전학의 발전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으며, 특히 유전자와 환경의 복잡한 상호 작용을 강조하고 있다.

제9장과 제10장은 특히 현대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과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서 항우울제와 대체 의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존 퀘이조는 정신 질환에 대한 구체적인 의학적 치료 사례를 통해 환자와 가족, 지역 사회 더 나아가 국가의 네트워크 형성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며, 현대 사회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대안으로서 전통 의학과 대체 의학의 필요성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

3.
존 퀘이조의 <콜레라는 어떻게 문명을 구했나>는 다양한 사례 분석을 통해 의학계에서 나타났던 10가지 혁신들을 설명하는 동시에 이와 같은 혁신들이 당시 사회에 미쳤던 영향과 그로 인해 나타났던 사고와 패러다임의 전환까지 언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역사적 의의에도 불구하고, 그의 저서는 몇 가지 한계점을 지니고 있다.

첫째, 다양한 역사적 사례들을 지나치게 인물 중심적으로 분석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존 퀘이조는 10가지 혁신을 통해 당시 사회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언급하고 있지만, 자신이 강조하고 있는 인간과 자연환경의 상호 관련성이라는 보다 넓은 맥락 속에서 역사적 사례를 다양한 층위를 통해 분석한다면 그의 주장이 훨씬 설득력 있을 것이다.

둘째, 그의 저서 전체에서 나타나는 유럽 중심주의의 시각이다. 존 퀘이조가 선정한 10가지 의학적 혁신들이 대부분 유럽이나 미국에서 나타난 것이기는 하지만, 질병의 원인을 분석하고 건강을 위한 다양한 조치들에 대한 보다 균형 잡힌 시각과 서술이 필요할 것이다. 전체 저서에서 동양의 의학에 대해 언급한 부분은 사실상 제10장에서 설명하고 있는 대체 의학 이외에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가 설명하고 있는 10가지 혁신과 관련해 다양한 지역들에서 나타났던 시도나 사례 등을 함께 분석함으로써 보다 균형 잡힌 시각을 유지한다면 보다 효과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내세울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이와 같은 한계점을 지니고 있을지라도, 인류 역사 속에서 나타났던 의학적 혁신을 통해 의학 기술과 과학의 발전뿐만 아니라 사회적 분위기와 대중의 태도, 그리고 더 나아가 인간 그 자체와 인간과 자연환경의 상호 관련성을 살펴보고자 했던 존 퀘이조의 시도는 매우 높이 평가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콜레라는 어떻게 문명을 구했나>는 오늘날 의학 전문가뿐만 아니라 역사학자들에게도 보다 균형 잡힌 시각과 관점을 견지할 필요성을 제기하며, 다양한 층위의 상호관련성을 모색하는 데 중요한 동기를 부여해줄 수 있을 것이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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