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정대철 민주당 최고위원이 주간 한국정치신문의 ‘칭찬합시다’라는 난에 ‘한국정치의 이단아’라는 제목으로 기고한 이부영 한나라당 부총재에 대한 글이다. 역설의 논리를 통해 상대 당의 부총재를 칭찬하며, 정치인으로서 한국정치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에 대해 꼬집고 있는 대목들이 눈길을 끈다. 정대철 의원과 이부영 의원은 한국정치의 개혁을 주창하는 여야 중진의원들의 모임인 ‘화해와 전진 포럼’의 회원이기도 하다. 편집자
한국 사회에서 정치인이란 무엇인가? 한국에서 정치인으로 성공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가?
몇 가지 전제 조건이 있다. 첫째, 소신이 없어야 한다. 오래 전 우리 어머니들은 시집가는 딸에게 꼭 해주는 말이 있었다. “시집가면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 장님 3년으로 살아야 한다.” 한국 정치에서 정치인들이 반드시 명심해야 할 말이다.
여론을 들어서도 안되고, 타당(他黨)의 잘하는 점을 보아서도 안되고, 자기의 소신을 말해선 더더욱 안된다. 만약 이를 어기면 정치권에서 왕따 당하기 일쑤고, 정치권으로부터 소박을 맞는다.
둘째, 지역주의에 교묘히 편승(便乘)할 줄 알아야 한다. 한국 정치인은 '지역주의의 사생아'다. 정치지도자는 한 지역의 맹주가 되어야 하고, 지역주의를 잘 이해하고 전략적으로 이를 능수능란하게 이용하는 사람이 곧 정치지도자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지역주의의 조류(潮流)를 타는데 서투른 사람 또한 정치인으로서 한계가 있고 바로 정치소비자인 국민들로부터 배척당한다.
셋째, 줄서기를 잘해야 한다. 어쩜 우리 사회 전반에 깔려있는 문화가 바로 '줄서기 문화'다. 초등학교 입학식에서부터 우리는 ‘앞으로 나란히’란 구호와 함께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우리의 숙제를 터득한다.
줄을 잘 서지 못하면 우리는 선생님께 꾸중을 맞는다. 그리고 튄다고 친구들로부터 눈흘김을 당한다. 우리 정치에서 1인 보스 눈에 벗어나면 그걸로 정치적 생명은 끝이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1인 보스를 기준으로 정렬(整列)해야 한다.
넷째, 피아(彼我)를 정확히 구분하고 우리편이 아니면 무조건 싸운다는 전투자세를 가져야 한다. 절대 다른 당을 칭찬해서는 안되고, 선거에 나서서는 다른 후보자를 칭찬하는 행동은 절대 허용되지 않는다. 관용과 화해의 미덕을 갖춘 자는 정치인으로서 자격을 상실할 거라는 공포심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항상 긴장해야 한다. 어디 이뿐 만이겠는가?
그런데 이런 우리 한국 정치에 어울리지 않는 '이단아'가 있다. 바로 한나라당의 이부영 부총재다. 그는 위에서 언급한 한국 정치인으로서 갖춰야 할 조건을 하나도 갖추지 못했다.
***한국정치의 규칙을 무시하는 이단아**
그는 정치권에서 '절대불허(絶對不許)' 1항인 자기 소신을 멋대로 피력하곤 한다. 그런 큰 잘못을 저지르고서도 떳떳하다. 게다가 자신의 소신이 관철되지 못하면 분노하는 모습을 보이기까지 한다. 정치인으로서 하자(瑕疵)가 있어도 한참 있다.
그리고 한국 정치 최고의 무기인 지역주의를 이해하려 들지도 않는 것 같고, 더군다나 이용할 줄도 모른다.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지역주의를 해체해야 된다"라고 까지 주장한다. 현재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보면 그런 망발(妄發)이 있을 수가 없다.
참으로 한심한 사람이다. 중진 정치인으로서 자신의 정치적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선 '지역 헤게모니'를 장악해야 함이 필수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를 거부한다.
또, 줄서기도 잘하지 못한다. 사실 그는 태생적으로 한국 정치문화에서 뛰어난 조건을 가지고 있다. 개혁을 좋아하는 정치 소비자인 국민들에게 그의 민주화 운동 전력(前歷)은 상품으로서 커다란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한 장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줄을 서지 않으려는 그의 성격 때문에 수난을 당하고 있다. 이는 한국정치에서 이만저만한 실수가 아니다.
대북정책에 대한 입장에서 대표적으로 볼 수 있듯 그는 피아(彼我)를 전혀 구분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내가 아니면 적(敵)이라는 우리 정치의 편가르기 원칙을 중진 국회의원이라는 그가 모르고 있는 것일까?
상대방 당인 민주당의 통일정책에 동조하고, 이를 칭찬하는 경우마저 있다. 무조건 다른 당은 투쟁의 대상이라는 것을 그가 잊고 있다고 비난하는 사람도 많다.
사실 그는 현역 정치인 중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만큼 타고난 싸움꾼이다. 과거 독재 정권과 가장 치열하게 투쟁한 사람 중의 한 명이었음이 이를 증명한다. 이런 자질로 보면 그는 당의 선봉에서 상대 당과의 싸움을 선동, 지휘하고 있어야 하는데 그런 기대를 그는 쉽게 저버리고 있다.
이제 그의 사생활에 대해서 얘기를 좀 해야 겠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그는 직업인 정치인으로서도 낙제자임과 동시에 가정에서 또한 나쁜 아빠, 못난 남편이다. 어려웠던 시절 선망의 대상이던 일간지 기자직을 과감히 버렸고, 과거에 민주화 운동을 한답시고 그는 감옥을 제집 드나들 듯 했다.
다섯차례, 7년간이나 감옥 생활을 했으니 가정 생활은 불 보듯 뻔하다. 아들을 낳은 지 3일만에 투옥되어 3년 후에서나 아들에게 아버지 얼굴을 보여 주었고, 어린 딸에게 “아빤 무슨 잘못을 해서 이상한 사람들이 날 따라다녀?”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가족들마저 정권의 감시대상으로 만들어 고생시켰다.
***정치입문 10년에 20여평 아파트 전세**
오랜 수감생활 동안 옥바라지하느라 고생한 아내에게 보상은 못할 망정 여전히 속을 썩히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국회의원에 당선되어 이젠 호강하겠다고 주위의 부러움을 사던 부인에게 호강은 커녕 아직도 20여평 되는 아파트에서 전세로 살게 하고, 잠바와 시계를 노숙자에게 주고 들어와 부인에게 야단맞는 그런 사람이다. 이 얼마나 무심한 남편이고, 무책임한 아버지의 모습인가?
이부영 부총재도 이제 정치에 입문한지 10년이 되었다. 그 시간이 길고 짧음을 떠나 그의 행적이나 삶을 보았을 때 이제 더 큰 일을 해야 할 때가 되었다.
며칠 전 그의 홈페이지에서 추석민심을 탐방하고 난 후의 소회(所懷)를 적은 글을 읽었다. 그의 각오대로 '절망의 정치', '실망의 정치', 국민에게 외면당하고 질타당하는 우리 한국 정치를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 국민의 기대를 만족시키는 정치로 바꿔 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히 배어 있었다. 한국 정치에는 어울리지 않는 자기 소신과 올곧은 그의 마음이 정치에 대한 한탄으로 묻어 있었다.
그는 한국 정치에서 이단아다. 정말 우리 한국 정치에는 어울리지 않는 정치인이다. 그가 나보다 학교 선배다. 그래서 이러한 표현이 결례가 된다라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를 사랑하는 나로서는 언젠가 한번은 꼭 이 말들을 하고 싶었다. 그가 한국 정치에서 더 큰 지도자로 커 나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말이니 그가 분명 이해하리라고 확신한다.
난 그가 한국 정치에서 이단아로 남길 바란다. 더 나아가 한국 정치에 이부영 부총재와 같은 이단아가 더 많이 탄생하여, 그의 파행적인 정치 행태가 우리 정치의 주류 문화가 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난 믿는다. 그가 정상인이고, 지금의 우리 정치가 기형이었다고 대중이 말할 날이 오리라는 것을. 나도 그날을 위해 함께 노력하고 성원을 보내겠다고 그에게 약속한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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