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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아직 끝나지 않았다!"

구로을 낙선 민주노동당 정종권후보의 희망찾기

***정치는 사람의 마음을 훔치는 것이다**

선거가 끝난 지 3일도 되지 않았지만 기분으로는 몇 달 전의 일처럼 아득하게 느껴진다. 길거리를 지나가다 부딪치는 지역주민들의 얼굴을 보면 그 느낌은 더욱 강해진다. 주민들의 얼굴에선 언제 선거가 있었냐는 듯한 무심함과 무표정의 흔적만이 남아있다.

이번 3곳의 재보궐선거가 모두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이곳 구로에선 모든 언론과 여론조사기관의 예상을 완전히 뒤집어버렸다. 가장 큰 패배는 바로 그들, 언론과 조사기관의 몫일 것이다.

나 개인으로서는 지난 97년 대선에서 서울지역 중 유일하게 민주당 지지가 50%를 넘어섰던 민주당 초강세지역에서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패배했다. 이것은 내게 소리 없는 다수 대중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새삼 깨닫게 해준 기회가 되었다.

물론 어떤 이들은 지역의 변화, 주민구성의 변화, 대규모 신흥 아파트단지의 등장 등 선거와 투표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가지 변수와 요인들을 이용하여 결과에 대한 논리적 분석과 설명을 하려고 할 것이다. 그것 또한 의미 있는 분석과 접근법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민심이다. 대중의 정서와 흐름, 판단의 1차적 기준이 무엇인지를 읽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민심은 객관적 사회여건의 반영인 동시에 다양한 세력과 힘에 의해서 새롭게 형성되고 변형되기도 하는 것이다.

누군가 ‘정치는 사람의 마음을 훔치는 것’이라고 했는데, 정확한 표현이다. 그 사람의 마음을 훔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마음과 나의 마음이 같다는 것을 알리고, 또 행동으로 그것을 보여주어야만 한다. 그 결과는 신뢰, 정치적 신뢰로 발전해야만 한다. 연민과 동정에는 신뢰가 없지만 애정과 지지에는 신뢰가 필수적이다.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이번 선거를 통해, 나는 대중의 판단을 형성하는 요인은 크게 세 가지라는 교훈을 얻었다.

첫째 대중들은 자신들이 경험하고 느끼고 있는 현실에 대한 자신 스스로의 판단이 있다.

둘째 또한 정치세력(정당과 후보)과 자신을 비교(동일하다고 느끼거나 이질적이라고 느낄 수 있는)할 수 있는 여러 요인들에 대해 판단한다.

셋째 신문이나 TV와 같은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는 여론기관이나 주변의 친지나 이웃과 같은 개인들을 통해 스스로의 판단을 점검하거나 변화시키기도 한다.

선거는 이 세 가지 요인들의 방정식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거대정당의 경우와 신생정당의 경우가 다를 수 있고, 보수정당과 진보정당이 다를 수 있고, 당선을 목표로 하는 경우와 의미 있는 득표를 목표로 하는 경우가 다를 수 있지만 이 또한 세 가지 요인의 방정식이라는 기본틀을 부정할 수는 없다.

***구로에서 민주노동당의 한달을 되돌아 보며**

9월 10일 민주노동당 당내 후보로 등록하고, 9월 23일 지구당 개편대회 및 후보선출대회를 치렀다. 10월 9일부터 10월 24일까지 선거운동기간이었으니 정확하게 한달간 전쟁을 치룬 것이다.

선거는 궁극적으로 대중들의 지지를 얻는 것을 목표로 하는 활동이다. 그런데 출발점에서 우리에 대한 지지 이전에 우리 스스로를, 민주노동당과 후보를 알리는 것에서 출발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었다.

그래서 선거운동의 절반 이상을 우리는 민주노동당을 알리고, 민주노동당이 무엇을 주장하고 어떤 활동을 하는 당인지, 어떤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에 쏟았다.

“2000년 1월에 창당했다. 민주노총 조합원이 중심이 되어 노동자 서민들로 구성되었다. 당원들이 오천원 만원씩 당비를 내고 그것으로 운영하는 당이다. 후보를 대표가 임명하는 것이 아니라 당원들의 투표로 선출한다. 정리해고를 반대하고 고용안정특별법을 제정하려고 한다. 이제는 권력자들에게 월급쟁이들 서민들의 무서움을 알게 해야 한다 등등.”

이런 말들로 지역주민을 만났던 것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우리 당에 대한 지지를 직접 호소하는 활동은 두 차례의 합동유세와 선거운동 후반기 유세팀과 함께 아파트와 지역거점에서 진행하였던 차량유세 그리고 법정공보물을 통한 지지 호소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대중들은 말로 사람을 평가하지 않는다. 비록 그 말에 대한 짙은 공감을 느끼더라고 대중들은 그것으로 지지하지 않는다. 왜냐면 번지르르한 미사여구들과 선거 때만 되면 쏟아지는 화려한 말들의 약속이 현실의 모습과 다르다는 것을 누구보다 대중 스스로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정당과 후보에 대한 지지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자신과 동일시할 수 있는 모습과 실천을 필수적으로 요구한다. 그것을 이미지와 선전기법으로 돌파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주민들을 개별적으로 만나고 민주노동당과 나에 대해 알려내고 지지를 호소하지만 주민들이 정치권 일반에 대해 가지고 있는 거대한 불신 실망 환멸의 장벽을 뛰어넘을 수 없었다. 민주노동당과 나는 그들과 다르다고 주장하고 설명을 하지만 그것으로 그 장벽을 뛰어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내가 느끼기에 가장 강력한 호소력을 가진 말은 그리고 사람의 마음을 조금이라고 움직였던 말은 ‘선거 이후에 우리의 모습을 지켜봐 달라, 우리가 그들 보수정당과 똑같은 정치꾼인지 아니면 진정한 노동자 서민의 벗인지, 선거 때 표만 달라고 구걸하고 협박하는 사람들인지 아니면 진정한 민중의 호민관인지, 선거 이후 우리의 모습을 지켜봐 달라’는 말이었다.

보지 않고 경험하지 않고서는 믿지 않는다는 것이 밑바닥에 깔린 대중들의 가장 근본적인 판단기준인 것이다.

그러기에 나는 이번 선거에서 우리를 지지했던 사람들은 선거 이전의 우리 모습을 알고, 지켜보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일상의 생활에서, 선거가 아닌 시기에 우리의 모습을 대중에게 알려내고 보여주고, 또 대중들이 참여하고 함께 하는 실천을 조직한다면 우리는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강점이 바로 거기에 있기 때문에.

***뇌리를 떠나지 않는 주민의 말**

“그놈이 그놈이다. 다르더라도 정치판에 가면 다 똑같아진다”
“당선되지 않을 줄 알죠. 계속 열심히 하면 언젠가 좋은 결과가 있을 거예요”

선거기간 내내 들었던 주민들의 말에서 항상 공통적으로 나오는 말이 위의 두 가지이다. 보수정치가 민중들에게 심어주었던 불신과 절망의 감정이 뼛속까지 맺힌 말들이다.

나는 이런 말을 들으면서 오히려 희망을 느꼈다. 우리가 그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면, 정치판에 가서도 그들과 다르다는 것은 보여준다면 거대한 희망의 물줄기를 형성할 수 있다는 희망을 느꼈다.

물론 만만한 일이 아니며 개인의 결심과 결의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진보정치 민중정치가 걸어가야 할 정도이며 또 가장 빠른 길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다만 나는 선거의 직접적 경험을 통해 그것의 의미를 보다 깊고 강하게 체감하였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두 번째 말, “당선되지 않을 줄 알죠. 계속 열심히 하면 언젠가 좋은 결과가 있을 거예요”는 두 가지를 함축하고 있다.

하나는 지속적인 활동과 모습을 지역주민에게 보여 달라는 것이고, 하나는 사표방지 심리를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의 말과 주장에 대한 공감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며, 우리의 말과 주장(거기에 던지는 대중 자신의 한 표)이 사회적 힘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나의 한 표가 의미 있게 사용되어야지 무의미하게 묻혀버리고 싶지 않다는 의미이다.

그러기에 민주노동당의 또 다른 숙제는 대중의 고민과 이해를 대변하는 것과 별개의 축으로 그 고민과 고통, 요구를 해결할 수 있는 사회적 힘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것이 먼저인지는 모르지만, 그리고 서로 무관한 것이 아니지만 그 두 가지는 별도의 고민과 계획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재선거라는 정치일정은 끝났지만 민중들의 지지를 얻고, 민중들을 정치의 주체로 세워가는 기나긴 대장정은 이제 시작되었다고 감히 주장한다.

불신과 절망과 환멸의 정치는 결코 지속될 수 없다. 그것은 무너지거나 대체될 수밖에 없는 붕괴하는 정치의 길이다.

정종권 위원장은 1967년 부산 태생으로 87년 서울대 국사학과에 입학한 이후 학생운동에 참여했으며, 93년 진보민중청년연합 조직국장, 96년 서울진보청년회 회장, 97년 국민승리 21 권영길 선본 청년지원단 단장, 2000년 사회진보연대 기획국장 등 줄곳 재야, 진보정당 운동 현장에 몸담아 온 청년운동가이다. 편집자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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