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저병 소동과 함께 시프로라는 독시사이클린계의 항생제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시프로가 탄저병의 특효약이기 때문이다.
탄저균과의 접촉이 확실하면 반드시 시프로 항생제를 먹어야 한다. 그것도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먹어야 한다. 호흡기형 탄저병의 경우, 일단 증상이 시작되면 약을 먹어도 치료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달 24일 워싱턴 근교 약 4천명이 넘는 우체국 직원들이 시프로 항생제를 복용하도록 조치되었다. 워싱턴 지역 우편물을 총괄하는 브렌트우드 우체국과 접촉한 사람은 모두 예방 차원에서 시프로를 복용토록 한 것이다.
문제는 접촉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검사에 필요한 시간이 부족하고, 많은 사람들이 탄저병에 대한 공포심을 갖고 있어 시프로 복용이 반 강제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이다.
이런 경우 약의 부작용과 항생제 내성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다행히 부작용은 큰 걱정이 아니다. 시프로는 부작용이 적은 안전한 약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기증 유발, 수전증, 환각, 이명 등의 부작용은 사람에 따라 나타날 수 있다. 아주 드물게 심각한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으나, 현재로서는 그리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항생제 내성이다. 탄저병 예방을 위해 한두 번 시프로 항생제를 복용하다가 별 일이 없으면 중단하고, 그러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심각해지면 또 다시 겁이 나서 2-3일 먹다가 쉬는 일이 생긴다면 문제는 심각하다.
장 등 몸 안에 있는 많은 균들이 시프로로 인하여 생존환경이 바뀌고 여기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돌연변이 균주가 나타나게 되어 결국 항생제 내성을 갖는 균주가 발생하게 될 것이다.
***슈퍼 박테리아가 인류 미래 최대의 적**
아직도 인류는 세균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지난 세기 의학의 최대 업적이 바로 항생제를 발견한 것이다.
곰팡이가 세균을 제압하기 위해 만들어 내는 물질을 분리하여 항생제를 생산함으로써 사람이 모든 종류의 병원성 세균을 거의 철저히 박멸할 수 있게 되었다. 수술의 감염 위험성이 감소하면서 수술의 성공률이 상승하여 수많은 생명을 구한 것이 바로 항생제의 공이다. 항생제는 20세기 의학의 꽃이며 또한 엄청난 시장을 갖고 있다.
이렇게 세균과의 1라운드 싸움에서 인간은 세균에 대해 거의 완벽한 승리를 거둔 듯이 보였다. 그러나 세균은 항생제에 대하여 새로운 돌연변이를 일으켜 기존의 항생제로는 치료가 불가능한 슈퍼 박테리아를 만드는 것으로 반격을 시도하고 있다. 이것은 사람들이 항생제 투약시 지켜야 되는 규칙을 무시하고 항생제를 아무 때나 오·남용하였기 때문에 생긴 결과이다.
탄저병 공포 때문에 사람들이 시프로를 어쩔 수 없이 전세계적으로 남용한다면, 슈퍼 박테리아의 출현을 막을 수 없다. 결국 아주 평범한 세균이 인류 미래의 가장 큰 위협이 될 것이라는 예언이 현실로 나타날 것이다. 상기도 감염증, 폐렴균 등등 항생제가 있다면 치료가 간단한 균들이 항생제 내성으로 치료가 안 되어 대유행이 일어난다면 인류사회는 이것 때문에 멸망할 수도 있다.
이번 탄저균 테러가 탄저균 자체의 위험보다 공포심 때문에 항생제 남용이 유발되고 이것이 걷잡을 수 없이 번져 나간다면 이것은 또 하나의 엄청난 테러효과를 줄 것이다.
미국 무역센터 테러 때문에 모든 비행기 수속 등의 안전수색이 강화되었다. 이로 인해 엄청난 비효율이 발생한다. 그리고 이에 따른 사람들의 의욕상실로 이어져 효율 제고라는 자본주의 발달의 원동력에 문제가 되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생화학전으로 인한 항생제 남용이 슈퍼 박테리아의 출현으로 귀결된다면, 이는 탄저병 자체 위험보다 수백-수천 배의 피해를 가져올 것이다.
때문에 항생제 투여 시에 충분한 양과 충분한 시간 동안 항생제를 사용해야 하는 기본적인 지침은 우리 모두가 자신과 사회를 위해 지켜야 될 너무나도 중요한 규칙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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