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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라운드 협상 이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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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뉴라운드 협상 이제부터다

WTO 국민연대 장원석 집행위원장의 협상 참관기

지난 11월 9일부터 14일까지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에서 우리의 관심 사항은 시장접근, 국내보조, 비교역적 관심사항(NTC) 등이었다.

특히 농업 부문 협상의 성패는 그야말로 농업이 사느냐 죽느냐의 관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일례를 들어, 현재 농축산물의 평균관세는 60% 수준인데 수출강대국의 요구대로 철폐 내지 대폭 감축한다면, 우리의 가격경쟁력은 50-60% 떨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술, 경영, 유통 등의 구조혁신에 의하여 생산비를 50-60% 이상 줄여야 하는데, 이에는 20년 내지 30년 이상 소요된다. 이처럼 순간의 협상이 엄청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그런데도 냉혹한 국제환경 속에서 우리의 대응책은 골리앗에 대항하여 싸우는 다윗처럼 비쳐졌다. 그러므로 정부 혼자만의 힘으로는 안 되고, 국민적 힘과 지혜를 모아 함께 대응해야 하는 사안이었다.

이러한 처지는 강대국도 마찬가지이기는 하다. 유럽연합(EU)은 농민단체의 요구와 시위를 교묘하게 이용했다. 일본도 의원들과 전국농협중앙회 등 NGO의 지원을 받아가며 세계무역기구 사무국 실력자들을 만나 국내여론을 전하고 입장을 표명하는 등 동분서주하였다. 제3세계에서는 정부의 협상력을 보완하기 위해 민간전문가들을 정부대표로 위장시켜 내세우기도 했다.

미국마저 협상대표들은 국내 압력단체들을 설득할 수 있는 용어의 선택에 신경 쓰면서, 우리나라 등 NTC(농업의 비교역적 관심사항) 그룹 대표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등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는 것을 전해 들으면서, 초강대국 미국 역시 다자간 협상장인 WTO 협상에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여하튼 WTO 협상은 정부, 의회, NGO들이 때로는 비판하고 때로는 공동대응하면서, 국가와 국민, 계층의 이익을 관철시키기 위해 추호의 허술함도 보여서는 안 되는 전쟁과도 같은 것이었다.

***WTO 협상 농업부문의 3대 목표**

당초에 농업과 관련해서 우리 NGO와 정부가 관철시키려 한 것은 다음의 세 가지였다.

첫째, WTO가 마련한 초안에 의하면 시장접근의 속도와 국내보조 수준을 ‘대폭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를 ‘삭제’ 하거나 ‘점진적으로’라는 말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농업의 영세성과 어려움으로 미루어, 개방 확대 속도를 빠르고 대폭적으로 하게 되면, 농업 자체의 존립이 어렵기 때문이다.

둘째, 농업의 비교역적 기능 내지 다원적 공익기능이 핵심사항이 되도록 해야 하는 것이었다. 농산물은 공산품과 같이 단순한 상품이 아니다. 농업이 갖고 있는 환경보전, 식량안보, 농촌경제 활성화를 통한 국토의 균형개발기능 등이 더욱 중요할 수 있다. WTO가 마련한 초안에도 이를 고려한다고는 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는 너무 소극적이고 외교적 표현에 지나지 않는 것이었다.

따라서 협상에서는 농업의 다원적 공익기능을 실현하기 위하여, 농민을 살릴 수 있는 정부지원이 확대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 동안 WTO 체제 하에서 그리고 IMF 체제 때문에 농가소득은 줄고 부채는 늘어났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WTO 협정에서 농가소득을 보전할 수 있는 각종 장치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셋째, WTO 협정은 일괄타결 원칙에 충실해야 하지만, 이에 따른 문제점을 사전에 방지하는 기제도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공산품 수출을 위하여 농업 분야를 양보함으로써 농공격차가 커졌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더 이상 농업을 희생양으로 삼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만약 국가전체의 이익을 위하여 농업 부분에서 양보를 한다면, 농업이 받은 피해액을 2차 산업이나 3차 산업에서 보상하는 균형 있는 정책이 사전에 마련되어야 한다. 농민의 입장에서는 농업소득이 감소된다 해도 소득보전 직접지불제 또는 농외소득 증대에 의하여 농가소득 전체가 증가한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현실은 지난 반세기동안 선(先)성장 후(後)분배라는 미명 하에, 일단 농업 부분의 양보만 요구하고, 그 후속대책은 농민에게 불리한 결과를 보여 왔다. 정부에 대한 농민의 불신이 이러한 사실에 연유하고 있으므로, 이제부터라도 국민의 정부는 과거의 나쁜 선례를 반복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끝으로 쌀 협상문제는 UR 협정대로 2004년 이전엔 논의 자체가 안 되도록 차단시켜야 한다. 쌀 가격 하락과 판로문제로 농민의 심기가 극도로 불안한 점을 감안하여, 농민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협상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민족의 혼이요 정신인 농업, 농민에게 희망을 주어야 한다.

***협상결과 불만, 그러나 추가 협상 여지 남겨**

그러나 협상 결과는 매우 불만스러웠다. 다만 다행히 시장접근과 국내보조 분야에서 ‘실질적’(substantial)이란 용어의 삭제엔 성공하지 못했으나, 예정보다 하루가 연장된 마지막 날 EU와 우리의 요구사항인 ‘예단을 하지 말자’(without prejudge)는 전제조건이 추가되어, 절망의 순간에 한 가닥 희망과 기회의 여지를 얻게 되었다.

이는 개방의 폭과 속도, 국내 보조의 규모와 종류에 관해 후속 협상에서 어느 정도의 탄력성을 가질 수 있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번에 출범한 뉴라운드 협상은 이제부터(Now)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번 협상의 명칭을 시사적 상징적으로 명명하자면 ‘New Now Round’ 라고 붙이면 어떨까 한다.

다시 말해서, 국가의 이익과 국민의 생활에 구체적으로 영향을 미칠 본격적인 무역전쟁은 이제부터 향후 2년간 벌어지게 되었다는 말이다. 전체 협상은 2004년까지 종료될 것으로 예정되어 있지만, 농업분야 만큼은 세부협상(modality)이 2003년 3월말까지로 되어 있고, 국별 이행계획서(country schedule)는 제5차 각료회의가 개최될 2003년 말까지 확정되기 때문에 농업 협상은 너무나 긴박한 상황에 돌입했다.

농업과 달리 다른 분야의 협상결과는 비교적 성공적이다. 국민경제 전체적으로는 수출 증대와 이로 인한 연관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컬러텔레비젼, 강철 등 대미 수출에 제동을 걸어온 반덤핑 제소의 남용문제를 해결한 것은 미국과 한·일·칠레간의 타협점을 찾아 해묵은 체증을 치유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 놓았다. 이는 우리 정부가 협상력을 이 부문에 집중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일본이 거들고 칠레가 강하게 공조한 덕도 크다.

여기서 보여주는 하나의 시사점은 강대국과의 협상은 양자협상보다 다자협상이 유리하다는 점이다. 세계무역기구는 일부에서 ‘세계테러기구’ 또는 ‘농업해체기구’라고 힐난할 정도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기구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이에 적극 참여해 유리할 때는 이익을 극대화하고 불리할 때는 손실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투자 및 경쟁정책 분야는 우리경제의 대외의존도를 감안할 때, 긍정적인 면으로 작용할 것이고, 지적재산권 분야는 후속협상에서 종자산업 및 생명특허 일부를 제외하고는 적절히 활용할 분야가 많다.

결국 이번 세계무역기구 각료회의 결과가 우리 경제와 사회에 끼치는 영향은 제로섬 내지 포지티브섬 성격을 갖는다. 따라서 우리 정부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은 명백하다. 대외적으로는 협상력을 강화하고, 국내 대책으로는 경쟁력 강화(시장경제정책)와 소득보전(생산적 복지정책)을 조화롭게 병행하는 것이다.

새로운 무역질서 안에서도 직접지불제는 허용된다. 이와 같은 각종 지원제도를 대폭 확대해 간다면 우리 농업을 지킬 수 있다. 대외 협상력 강화, 대내 경쟁력 강화 및 소득보전 정책을 충실히 이행해 간다면 우리 농업과 농민에게 희망과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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