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이전대상 공공기관 1백77개가 25일 발표됐다. 하지만 이들 공공기관이 어느 지역으로 옮겨갈 지는 발표하지 못했고, 핵심쟁점인 한국전력 이전과 관련해선 "제4의 방안을 검토중"이라는 모호한 입장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여권은 공공기관 이전이 자칫 국토균형 발전이라는 대의에서 벗어나 '판도라 상자'로 작용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하며, 후속대책 마련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정부, 1백77개 이전 기관 잠정확정**
건설교통부는 이날 "3백46개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에 대해 관계부처 협의, 공공기관 지방이전 특별위원회 검토 등을 거쳐 1백77개 기관을 이전 대상기관으로 잠정 분류했다"고 보고했다.
정부 분류에 따르면 ▲교육, 연수기능 또는 연구활동을 주로하는 기관(23개) ▲특수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32개) ▲전문분야에 대한 의결 또는 심의 등을 위해 설립된 각 부처 소속위원회(13개) ▲특정분야 연구개발을 위해 설립된 기관(32개) ▲정부가 출연한 기금 재단 또는 각종 공단(32개) ▲정부투자기관(21개) ▲정부출자기관(5개) ▲기타 공공법인(29개) 등이다.
정부는 그러나 초미의 관심사인 이전대상기관의 시도별 배치방식과 관련, 형평성과 효율성을 원칙으로 하고 ▲기관인원, 지방세납부액, 예산규모 등을 고려해 지역발전효과가 큰 대규모 기관 ▲지역전략산업과 연관성이 큰 산업특화 기능군 ▲지방의 중추관리기능강화와 지역역량 확충 시너지효과가 큰 유관 기능군 ▲대규모 기관, 기능군에 속하지 않는 기타기관 등으로 나누어 배치키로 했다는 선에서 발표를 멈췄다.
정부는 이전 기관 숫자를 국가균형발전위와 27일 국무회의 최종 심의를 거쳐 이전기관을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건교부-균형위-우리당, 한전 이전 제각각**
예상대로 연간 지방세 세수만 1천억원에 달한다는 이유로, 9개 광역시-도 등에서 치열한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는 '한국전력'은 이번 이전대상에서 빠졌다.
이날 국회 건교위에 제출된 정부 보고자료는 "정부는 한전이 배치되는 지역에 공개기관을 대폭 축소하는 방안과 방사성폐기물처리장과 연계해 배치하는 방안 가운데 최종안을 결정할 것"이라고 돼 있다.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 등이 제기한 서울 잔류 방안은 일단 배제된 셈이다.
전날 '서울 잔류' 가능성을 시사했던 추병직 건교장관도 의원들의 질의에 대한 답변 과정에 "한전 잔류방안은 하나의 가능성으로 예시된 것이다"라며 "한전이전은 현재로선 방폐장과 연계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고 말해, 정부가 최초 검토한 첫번째 방안에 무게를 싣는 듯한 뉴앙스를 풍겼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대구-경북지역이 방폐장 연계안을 적극 수용할 의사를 밝혔었다는 점에서 대구-경북 지역이 일단 배제된 게 아니냐는 해석을 하고 있기도 하다.
***'제4의 방안' 무엇인가**
그러나 청와대 정책실 산하의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성경륭 위원장은 이와 관련, "어제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한전+1개기관 이전방안 ▲한전과 방폐장 연계방안 ▲한전이전 배제 방안 등 기존의 3개 방안 외에 제4의 안이 제시됐다"면서 "시도지사들 다수가 제4안이 좋다는 의사표현이 있었고, 오는 27일 총리 주재의 시도지사간담회에서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말해 모종의 다른 대안을 모색중임을 시사했다.
이는 주무장관인 추 장관의 보고와 크게 어긋난 것이며, '서울잔류'에 무게를 뒀던 여당 수뇌부와도 입장이 다른 것이어서 귀추를 모으고 있다.
더욱이 성 위원장은 '제4의 방안'에 대해 "비공개 자리라면 소개할 수 있지만..."이라고 끝내 답변을 거부, 김한길 위원장 등으로부터 "다음에 보고할 때는 보안사항이라고 그냥 넘어가는 부분은 최소화됐으면 좋겠다. 결론만 가지고 와서 끝내겠다는 자세는 좋은 자세가 아니다"는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이에 앞서 24일 12개 시·도지사와 성경륭위원장은 서울에서 오는 27일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을 위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간 협약을 앞두고 최종 입장을 조율하기 위해 모임을 비공개로 가진 바 있다. 정부와 시·도지사들은 오는 27일 10여개의 항목으로 구성된 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호남의원들 강력반발, 일각서 우리-민주 합당 연계설도**
이날 건교위 회의에선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이 전원 불참했음에도,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한전 및 공공기관 이전 대책을 놓고 질책이 이어졌다. 특히 호남권 의원들의 압박이 거셌다.
열린우리당 주승용 의원(전남 여수을)은 "한전은 공공기관 이전의 몸통이다. 한전이 이전되지 않은 공공기관 이전은 의미가 없다"며 "깃털만 옮겨가고 한전이 잔류하는 방안은 검토돼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전기관을 시도지사가 최종 결정한다고 보고했는데, 시도지사는 민선 광역단체장으로 얼마든지 정치적으로 이용할 수 있고 지역간 힘겨루기에 들어갈 수 있어 중앙정부가 이에 휘말릴 수 있다"고 반대입장을 밝혔다.
같은당 김동철 의원(광주 광산)은 "한전-방폐장 연계 방안에 대해 이희범 산자부장관과 균형위는 연계안한다고 천명했다가 두달도 안돼서 흔들리고 있다"며 "이런 것 때문에 참여정부의 원칙과 신뢰가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라고 방폐장 연계에 강한 반대입장을 밝혔다.
같은당 이강래 의원(전북 남원-순창)은 "공공기관 이전의 정치적 결과는 참담할 것이며 내년 지방선거에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이라며 정치적 후유증을 우려했다. 그는 "(이전지역이 확정돼도) 11개 시도는 모두 자기손에 쥐어진 떡이 적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민주당 이낙연 의원(전남 함평-영광)은 "이전 공공기관 발표시기가 5회나 연기됐고, 방폐장과의 연계여부가 오락가락해 정부정책의 신뢰도가 손상됐다"고 지적했다.
이들 호남권 의원은 평소 정부가 한전을 "가장 낙후지역에 이전하겠다"고 밝혔던 만큼 전남-광주 지역이 최적지라는 주장을 펴고 있으며, 지역정치권 일각에서는 "한전 이전과 우리당-민주당간 합당 논의를 연계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합당 연계설'에 대해 정부여권의 고위관계자는 "합당과 한전을 연계시켰다가는 정권 스스로 '무덤을 파는 꼴'이 될 것"이라며 강력한 '수용불가' 입장을 밝히고 있어, 한전 이전은 계속 정치권의 가장 뜨거운 감자로 작용할 전망이다.
여기에다가 이전대상 공공기관 명단이 발표되는 것을 계기로 해당기관의 노조들도 강력한 반대투쟁을 펼칠 것으로 알려져, 공공기관 이전은 향후 정국의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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