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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국제정세를 걱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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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국제정세를 걱정하다

[FILM FESTIVAL] 제59회 칸 경쟁작 <도망의 연대기> 등

오는 5월 17일부터 28일까지 12일 동안 열리는 제59회 칸국제영화제는 예년에 비해 유난히 정치적인 색채를 강하게 띨 것으로 예상된다. 영화제의 하이라이트인 '경쟁부문'에 오른 20편 중 무려 절반인 10편이 정치 역사물 또는 사회 비평물이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열렸던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보스니아 내전 당시 강간 피해여성들의 고통을 생생하게 그린 <그르바비차>, 쿠바 관타나모 포로수용소의 인권탄압을 다룬 <관타나모로 가는 길> 등 정치영화들이 강세를 나타냈던 경향이 올 칸영화제에서도 그대로 이어질 전망이다. 테러와의 전쟁, 이라크 전쟁 등의 영향으로 폭력의 피해와 인권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경쟁부문에 가장 늦게 합류한 우루과이, 아르헨티나 합작의 <도망의 연대기>가 대표적인 작품. 우루과이 출신으로 중남미 인권문제에 큰 관심을 나타내 온 아드리안 카에타노 감독의 이 영화에는 '아르헨티나, 1977'이란 부제가 붙어 있다. 77년 군사정권 당시 반정부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는 이유로 비밀요원들에 의해 끌려가 모진 고문을 당하다가 마침내 탈출해 자유를 되찾았던 축구선수 클로디오 탐보리니의 실제 이야기를 다뤘다는 점에서 벌써부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아랍계 프랑스 감독 라쉬드 부샤렙의 <토착민들>은 제2차 세계대전 중인 1943년 나치에 의해 점령된 프랑스를 해방시키기 위해 투입됐던 북아프리카 군인 13만 명의 희생을 소재로 하고 있다. 2차대전 때 프랑스 식민지였던 북아프리카 알제리 출신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소위 '본국'을 위해 싸우다가 전쟁터에서 총알받이로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그들은 전후 역사 속에서 제대로 평가 받기는커녕 기억으로부터 사라져버린 것이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전쟁폭력의 의미와 더불어 서구 제국주의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프랑스 감독 브뤼노 뒤몽의 <플랑드르>도 전쟁에 투입된 젊은 군인들의 공포감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실제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가상의 인물과 드라마를 엮어낸 작품들도 여러 편이다. 멕시코 감독 길레르모 델 토로의 <판의 미로>는 스페인 프랑코 군사정권 치하에서 혼자만의 판타지로 일상의 두려움과 단조로움을 벗어나려 하는 소녀의 이야기이며, 영국의 대표적인 사회파 감독 켄 로치의 <발리를 흔드는 바람>은 아일랜드 독립전쟁에 휘말린 두 형제의 엇갈린 운명을 그리고 있다. 경쟁 부문에 들어간 유일한 아시아 작품인 중국 로우예 감독의 <여름궁전>은 천안문과 베를린 장벽 붕괴란 20세기 극적 사건을 겪는 두 남녀 대학생들간의 사랑을 그리고 있다. 그런가 하면, 최근 사임한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를 신랄하게 풍자한 내용으로 화제를 모아온 난니 모레티 감독의 <케이먼>, 미국 패스트푸드 산업을 중심으로 탐욕스런 자본주의 체제를 비판한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블랙코미디물 <패스트푸드 네이션>, 9.11테러 이후 미국의 국가안보 강박증을 2008년 로스앤젤레스 디스토피아 사회를 통해 고발한 리처드 켈리 감독의 <사우스랜드 이야기들> 등도 이번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켈리 감독은 아이러니하게도 국토안보부의 테러리스트 블랙리스트에 오른 사람과 이름이 동일하다는 이유로 칸영화제 참석이 불투명한 상태로 알려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의 본명은 제임스 리처드 켈리.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는 이름은 제임스 켈리다. 켈리측은 "관료주의의 전형적인 사례"로 불쾌감을 나타내면서, 영화제 개막을 앞두고 현재 신원증명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켈리는 국내에서도 개봉됐던 <도니 다코>로 주목받은, 올해 31세의 신예감독이다.
한편 영국 가디언지는 최근 기사에서 이번 영화제에서 가장 화제를 모을 작품으로 소피아 코폴라의 <마리 앙트와네트>와 멕시코의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작품 <바벨>을 꼽았다. 두 작품 모두 커스틴 던스트, 쥬디 데이비스, 마리안 페이스풀(이상 <마리 앙트와네트>) 케이트 블랜칫, 브래드 피드, 가엘 가르샤 베르날(이상 <바벨>) 등 초호화판 캐스팅을 자랑하고 있는 화제작들이다. <마리 앙트와네트>는 프랑스 대혁명을 그린 작품이며, <바벨>은 이냐리투 영화답게 모로코, 멕시코, 일본 등을 배경으로 다양한 인물들의 서로 연관된 운명과 구원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러나 가디언은 칸영화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 유력 후보로는 심사위원장 왕자웨이의 취향을 고려할 때, 중국 감독 로우예의 <여름궁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한국영화는 이번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하지 못했으며,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감독주간', 윤종빈 감독의 <용서받지 못한 자>가 '주목할 만한 시선' 경쟁 부문에 올랐다.
제59회 칸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 스무 편 페드로 알모도바르 <볼버> 안드레아 아놀드 <붉은 길> 뤼카 벨보 <약자의 이유> 라쉬드 부샤렙 <토착민> 누리 벨게 체일란 <날씨> 소피아 코폴라 <마리 앙투아네트> 페드로 코스타 <유베투데 엠 마르차> 길레르모 델토로 <판의 미로> 브뤼노 뒤몽 <플랑드르> 니콜 가르샤 <찰리에 따라서> 자비에 지아놀리 <내가 가수였을 때>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바벨> 아리 카우리스마키 <교외의 불빛들> 리처드 켈리 <사우스랜드 이야기들> 리처드 링클레이터 <패스트푸드 네이션> 켄 로치 <발리를 흔든 바람> 로우예 <여름궁전> 난니 모레티 <일 카이마노(케이먼)> 파올로 소렌티노 <가족 친구> 아드리안 카에타노 <도망의 연대기– 아르헨티나, 1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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