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100여 명, 버스 7대 동원해 광주로 총출동한 우리당
광주민중항쟁 26돌을 하루 앞둔 17일, 정동영 당의장과 지도부 의원단 100여 명이 광주로 총출동한 열린우리당은 "광주는 우리당의 모태와 같은 곳이고 '광주 정신' 없는 우리당은 생각하기 어렵다"면서 "우리당은 광주의 5월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노력해 왔고 앞으로도 더 분투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의장은 "평화세력과 민주세력이 지리멸렬할 위기에 처해 있다"며 "5.31선거에서 (우리당이) 승리하는 것이 평화세력과 민주세력이 대결집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며 광주시민들의 '전략적 선택'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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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시골에서 기자 생활을 하다 보니 이렇게 국회의원들을 많이 본 건 처음이다"는 '뼈있는 이야기''로 말문을 연 광주지역의 한 기자는 "지금은 우리당의 위기지 광주전남의 위기가 아니다"고 일침을 놓았다.
이 와중에 의원들과 당직자들 모두 연두색 당 점퍼를 챙겨 입었다가 '공식선거운동기간 이전에 후보자들이 참석하는 정당 집회는 선거법 위반'이라는 선관위의 유권해석을 받고 부랴부랴 점퍼를 벗는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지도부와 의원단은 26년 전 계엄군이 최초로 발포했던 광주고등학교, 당시 사망자들의 시신이 안치됐던 상무관 등 5.18 사적지를 방문하고 도청 앞 5.18 전야제에 참석했다.
"부산에나 갈 것이지 여기는 뭐하러 왔냐"
의원단과 지도부가 이동하는 동안 광주 시민들은 대체로 심드렁했다. 강금실 서울시장 후보 만이 광주시민들로부터 악수신청을 받거나 학생들의 폰카 세례를 받으며 '전국구'의 면모를 보였을 뿐이다.
오히려 노무현 대통령을 포함한 여권을 겨냥해 분노를 토로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한 노인은 "우리당이 밀어줘서 대통령이 됐는데 대통령 되고 나니까 안면을 싹 바꿔 버렸다"고 삿대질을 했고, 5.18 행사에 자원봉사자로 참석한 한 직능모임 회원들은 "광주를 배반한 사람들이 뭣 하러 왔느냐"고 고함을 질렀다.
특히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발언 탓인지 "여기는 부산이 아니라 광주다", "부산 가서 할 것이지 여기는 뭣 하러 왔느냐"는 고성들이 잇따르기도 했다.
그렇다고 민주당이 환호를 받는 것도 아니었다. 같은 시간 박광태 광주시장, 박준영 전남도지사와 민주당 당직자들도 전야제가 벌어지는 도청 앞을 찾았지만 중년 남녀들이 악수를 하는 모습이 보였을 뿐, 큰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복잡한 광주 민심… 민주당은 이제 갔고 우리당은 별로고"
직접 접한 광주 민심은 좀 더 복잡했다. 30대 남성 택시기사는 "뭐, 자기들이 오고 싶으니까 왔나 보다 하는 거지 별 생각이 없다"고 했다. 그는 "그렇다면 민주당을 찍을 거냐"는 질문에 "예전 민주당이 아닌데…. 광주 전남에서만 찍어주면 뭐 하느냐"고 말했다. 그는 "사람 보고 찍어야지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40대 후반의 한 남성은 "선거 때만 되면 저렇게 몰려다니니까 보기 영 안 좋다"면서 "투표를 하긴 할 텐데 누굴 찍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민주당은 이제 맛이 갔고 우리당은 별로고…"라고 말했다.
"저기 정동영 왔다. 어머 강금실도 왔네"하고 우리당 지도부에게 호기심을 보이며 웃음을 짓고 있는 40대 여성 2명에게 "우리당 찍을 것이냐"고 묻자 웃음을 싹 거두며 "아녀. 우리는 모두 민주당인데요"라고 답했다.
전야제 행사를 열심히 카메라에 담고 있던 한 광주대학 3학년 학생은 "아무래도 어르신들은 민주당이 많고 젊은 사람들은 우리당 쪽인 것 같다"면서 "요즘에는 민노당에도 마음이 좀 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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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적으로 민주당 지지자들은 목소리가 큰 반면 우리당 지지자들은 "우리당을 지지한다"는 말을 하기조차 꺼리는 모습이었다.
우리당 광주시당의 한 고참 당직자는 "이원영 의원의 광주발언 폭탄이 터지고 나니까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부산정권 발언 폭탄이 터지고 거기다가 '김완기 폭탄'까지 터져 정신이 없다"고 토로했다. 김완기 전 인사수석이 광주지역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부산정권이 맞다. 아니면 호남정권인 줄 알았냐"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 당직자는 "중앙이나 국회의원들은 조영택 국무조정실장 세워놓으면 지지율이 저절로 오를 줄 알았는지 모르겠지만 그건 오산이다"며 "탄핵 바람으로 당선된 사람들이야 또 그렇게 될 줄 알고 있는데 지금 상황은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하여튼 여기선 다들 5.31선거 이후에는 정계 개편이 있을 것으로 보고 다들 '선거 이후'를 계산하는 중"이라고 말을 맺었다.
전략적 선택과 역 전략적 선택의 충돌
우리당이 광주민심에 전략적 선택을 요구하는 것처럼 민주당 역시 '전략적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은 "우리당 찍어주면 한나라당이 집권한다"는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어차피 안 될 우리당에 힘을 실어주면 정계개편이 어려워질 뿐이고 우리당 후보가 '反한나라당' 대표선수로 나서면 필패라는 것.
민주당 한화갑 대표는 이날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얼마 전 고건 정 총리를 만나서 '고 선배 좀 적극 나서서 민주당을 도와주시오. 우리가 큰 틀에서 언제든지 완전히 개방돼서 고 선배를 모실 준비가 돼 있소'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고 총리에게 대권주자 자리를 내주는 것을 포함해 뭐든지 다 가능하다"며 고 전 총리를 중심으로 한 정계개편을 강조했다.
이 와중에 우리당은 이날 저녁 예정되어 있던 '5.31필승결의대회'와 18일 아침 '5.18정신계승 및 지방선거 필승다짐 산행'을 모두 취소했다. 국회의원 100여 명과 당 지도부가 광주에 내려와 '잠만 잔' 셈이다. 몇몇 의원은 광주민중항쟁 기념식도 빼먹고 자기 지역으로 올라갔다. 이들은 "바쁜 사람 불러놓고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고 지도부를 향해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공식선거 일정이 시작되는 18일 광주에서는 각 당간 최초 '진검승부'가 벌어진다. 이날 낮 우리당 지도부는 광주의 중심 충장로에서 첫 유세를 시작한다. 같은 시간 민주당 지도부도 광주공원에 총출동해 첫 테이프를 끊는다. 대선에서 두 자리수 지지를 목표로 하는 한나라당도 박근혜 대표도 광주 충장로에서 선거운동을 시작한다. 민주노동당도 이날 아침 전남대 정문 앞에서 출정선언식을 갖는다.
'전략적 선택'으로 한국정치사를 움직여 온 광주의 표심이 이번에는 과연 어느 쪽으로 움직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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