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의 비극이 일어난 지 5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제는 그것에 관한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기 시작할 때가 됐다." 제59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올리버 스톤 감독의 <월드 트레이드 센터> 20분짜리 데모필름 시사회가 끝난 후, AFP통신 등 외신들은 이와 같이 보도했다. 9.11테러 당시 무역센터 현장에 구조반으로 투입됐던 소방수들의 실제 이야기를 다룬 <월드 트레이드 센터>는 이번 시사회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9월 세계 개봉 때 흥행의 청신호가 들어온 상태. 오는 8월말 시작되는 베니스국제영화제에 경쟁작으로 선정될 것이 분명하다는 외신들의 전망도 벌써부터 쏟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미국에서 개봉된 또 한편의 9.11테러 영화인 폴 그린그래스 감독의 <플라이트 93>도 당초 우려를 가볍게 털어내고 지난 주말 미국 내 박스오피스 9위에 랭크되면서 안정적인 흥행 궤도를 나타내고 있다. 9.11테러를 다룬 두 편의 극영화가 이처럼 좋은 반응과 흥행성적을 올리면서, 이제 본격적으로 미국 엔터테인먼트업계가 같은 소재의 작품들을 쏟아내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
|
월드 트레이드 센터 ⓒ프레시안무비 |
|
지난 21일 칸에서 첫공개된 <월드 트레이드 센터>는 영화평론가들과 언론들로부터 매우 뜨거운 반응을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올리버 스톤 감독이 워낙 정치적으로 논쟁적인 인물인 만큼 이번 영화에서 음모론을 들고나올 것이란 시선이 적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막상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데모필름은 음모론이나 서구제국주의에 대한 비판 대신 비극의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강렬한 휴머니즘적인 요소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외신들은 완성본도 아닌 20분짜리 데모필름을 본 전세계 언론인들과 비평가들이 열렬한 박수로 스톤 감독에게 찬사를 표했다고 보도했다. 영화는 뉴욕시 경찰 소속 소방관인 존 맥롤린(니콜라스 케이지)이 새벽 3시 30분쯤 일어나 이른 출근 준비를 하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그 뒤 화면은 무역센터 인근 거리를 바쁘게 오가는 출근 직장인들을 보여주다가, 빌딩 숲 사이 하늘로 한 대의 비행기 그림자가 스쳐지나가는 장면으로 바뀐다. <월드 트레이드 센터>에는 예상과 달리 두 차례에 걸친 비행기 충돌장면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첫 번째 충돌은 비행기 그림자가 스쳐지나가는 방식으로, 두 번째 충돌은 주인공 맥롤린이 거리에 있던 아내와 전화통화를 하던 중 수화기를 통해 엄청난 굉음과 사람들의 비명소리를 듣는 방식으로 처리된다. 맥롤린은 동료들과 함께 무역센터 구조반으로 투입되고, 그 자신이 붕괴된 건물더미 아래 깔려 극심한 공포감 속에서 생과 사를 오가게 된다. 데모필름은 사람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최후의 순간까지 건물 안에 남아 있던 맥롤린 위로 엄청난 건물 잔해들이 쏟아져내리고, 잠시 새하얗게 변해버렸던 화면이 깜깜한 어둠 속에서 공포에 질린 (맥롤린의) 두 눈만을 클로즈업해 보여주는 것으로 끝난다.
 |
스톤 감독은 9.11 당시 무역센터에서 구조작업을 벌이다 매몰됐다가 살아 돌아온 실존 소방관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이 작품을 만들었으며, 소방대원들 및 테러 희생자 가족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칸영화제 기자회견에서 "베트남전쟁을 다룬 <플래툰>이나 <월드 트레이드 센터>나 모두 수퍼영웅이 아니라 미국 노동계급의 영웅을 그리는 데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플라이트 93><월드 트레이드 센터> 이외에 9.11테러를 다룬 또 다른 극영화로는 지난 해 뉴욕 트라이베카 영화제에서 선보인 <더 그레이트 뉴 원더풀 The Great New Wonderful>이 있다. 매기 질렌할, 토니 샬룹, 올림피아 두카키스가 출연한 이 영화는 테러 발생 1년 후, 이 사건의 후유증과 싸우는 몇 명의 뉴요커들에 관한 이야기다. 그런가 하면 컬럼비아사는 뉴욕타임스 기자가 쓴 <102분>이란 작품의 영화화 판권을 최근 구매했는데, 붕괴 직전의 무역센터 안에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사람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내는 작품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AFP통신은 이집트 출신의 영화제작자들이 9.11테러의 기획자인 국제테러조직 알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에 관한 영화를 내년초쯤 촬영하기 시작할 계획으로 있으며, 현재 빈 라덴 역을 맡게 될 미국의 최고 남자 스타배우 한 명과 출연조건을 협상 중이라고 25일 보도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