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도 짐작은 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이만저만 실망이 아닐 수 없다. 김기덕 감독의 새영화 <시간>은 지난 한주 서울 5800명, 전국 1만명 선에서 그쳤다. 박스오피스 10위권 안에도 이름을 얻지 못했다. 모두들 꼭 이래야만 하나,하는 생각이 든다. 근데 이건 관객의 책임인가, 김기덕의 책임인가. 돌이켜 보건대 이번 영화 <시간>만큼은 '김기덕 책임론'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는 개봉 전 스스로, 지나치게 '네가티브 마케팅'을 벌였다. 작가로서의 자존심은 지켰을지 모르지만 같이 작품을 한 배우들, 스탭들 생각하면 좀 미안해 해야 할 것이다. 유럽에서 이름과 명성을 얻는 것은 감독일 뿐이다. 같이 고생한 사람들은 이름 한자 올리지 못한다. <괴물>이 드디어 전국 관객 1200만 고지를 밟았다. <왕의 남자>가 1200만을 돌파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74일. <괴물>은 그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32일 만에 1200만 기록을 세웠다. <왕의 남자>가 갖고 있는 한국영화 역대 최다 관객인 1230만을 위해 <괴물>이 남겨 놓은 관객 수는 25만 명. 상영 초반에 비해 관객 동원력이 떨어지긴 했지만 지금의 추세를 그대로 잇기만 해도 오는 주말인 9월 초쯤에는 1230만을 넘어서고 새로운 흥행기록 작성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스크린 독과점 문제로 연일 언론의 도마에 오르고 있는 <괴물>은 스크린 수를 대폭 하향 조정했다. 하지만 현재 개봉 중인 영화 가운데는 단연 1위, 전국 380개 스크린을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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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의 흥행이 예상된 수순을 그대로 밟은 것이었다면 <예의없는 것들>은 예상 밖의 성과를 거뒀다. 서울 주말 9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괴물>에 이어 당당히 박스오피스 2위에 안착한 것. 사실 혀가 짧은 것이 콤플렉스여서 반 벙어리로 살아가는 킬러의 삶을 그린 <예의없는 것들>에서 일반적인 흥행 코드를 잡아내기는 어렵다고들 봤다. 하지만 영화의 독특한 설정이 오히려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구를 지켜라!>와 <복수는 나의 것> 등 좋은 영화를 찍고도 티켓파워가 다소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신하균이 <웰컴 투 동막골>에 이어 <예의없는 것들>로 다시 한번 자신의 이름값을 높이게 될지는 다음 주말의 스코어까지 기다려 보면 알게 될 것이다. 무더위는 여전하지만 마음은 이미 가을로 가 있는 듯 공포영화가 기세를 모으던 영화계가 가슴 따뜻한 영화들로 채워져 나가고 있다. 박지빈 주연의 <아이스케키>는 한 꼬마의 '아빠 찾아 삼만리'를 그린 가족영화. 박스오피스 3위에 안착하며 여름방학 시즌 마지막 주말을 행복하게 보냈다. 4위에 오른 <각설탕>도 말과 소녀의 우정을 그린 감동 드라마다. <각설탕>은 개봉 주, <괴물>의 괴력에 밀려 흥행에서 고전했지만 오랫동안 은근하게 박스오피스를 부풀리고 있다. 임수정의 눈물빼는 연기에 힙 입어 전국 120만 관객을 넘어섰다. 5위에 오른 <원탁의 천사> 역시 아버지와 아들의 지상과 천국을 오가는 '부자의 정'을 그린 작품. 영화 전반부에 마구 웃기다가 뒤에 감동을 주겠다는 코미디의 뻔한 공식을 따르고 있지만 원래 뻔한 공식을 따르면 흥행은 안전하게 보장받는다는 속설이 있다. 물론 지난 주 <원탁의 천사>가 박스오피스 5위에 오른 데는 가수에서 배우에까지 활동 영역을 넓힌 그룹 '신화'의 이민우가 '효자'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모조리 한국영화가 가져간 것에 비해 외화들은 6위부터 하위권 박스오피스를 차지했다. 6위에 오른 <몬스터 하우스>는 100만 관객을 끌어 모으며 방학 시즌을 마무리했고, 30대 이상 남성 관객의 사랑을 유독 많이 받았다는 <마이애미 바이스>는 서울 주말 3만 2천여 명을 추가하며 7위에 올랐다. 건물과 건물을 맨손으로 살포시 뛰어넘는, '파쿠르'라는 익스트림 거리 스포츠의 향연이 펼쳐지는 <13구역>과 잠시 한눈 잘못 팔았다간 우마 서먼의 맨손에 얻어터지는 '남친'의 이야기 <겁나는 여친의 완벽한 비밀>은 각각 8위와 9위에 올라 외화로서의 자존심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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