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교육정책 변경, 왜 학생들 목소리는 듣지 않나"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교육정책 변경, 왜 학생들 목소리는 듣지 않나"

[이명박 시대] 예비 고3 학생이 본 이명박 교육정책

평소 사교육을 받지 않았던 친구들조차 사교육 시장에 발을 들이는 모습을 요즘 들어 부쩍 자주 보게 된다. 그리고 주변의 학원들이 커다랗고 화려하게 리모델링하며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급격한 변화 속에서 학생들과 학부형들은 가시방석 같은 심정을 호소한다. 한국에서 교육을 받으면 누구나 숱한 입시제도의 변화에 익숙해지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큰 틀로 바뀌는 교육정책의 변화가 진정 한국의 고질병인 입시열풍과 사교육 선호를 줄이며 바람직한 교육 문화를 만들 수 있을까?

누구나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한다. 하지만 나처럼 올해 고3이 되는 예비 수험생에게는 먼 이야기다. 수능 등급제나 논술과 내신을 같이 준비해야 하는 입시 제도에 간신히 적응하고 있는 지금, 입시제도가 또다시 바뀔 수 있다는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백년 앞을 내다보기는 커녕, 당장 눈앞이 불안하기만 하다.

이러한 불안은 학생과 학부형들에게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안겨주지만, 반면 한국 교육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힘을 갖고 있는 사교육시장은 이를 대단히 환영하고 있어 대조를 이루고 있다. 입시제도의 급격한 변동기에는 학생들이 유난히 사교육시장에 의존하기 마련이니까.

특히 앞으로 대학 입시를 대학 재량권에 맡긴다는 안이나 논술을 과거 본고사처럼 어렵게 출제한다는 방침은 학생들의 걱정을 최대치로 높이고 있다. 과연 이렇게 되었을 때 이명박 당선자가 선거 공약으로 제시했던 '교육을 통한 계층이동'이 성공할 것인가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은 우려하고 있다.

흔히 교육의 3주체라고 하면 학생, 교사, 학부모를 가리킨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교육 정책을 바꿀 때마다 교육의 한 주체인 학생들을 배제해 온 듯하다. 교육 선진국과 대조를 이루는 점이다. 노르웨이에서 살다 온 친구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 친구는 노르웨이에서 입시제도가 바뀔 때 교육당국이 학생들을 초청해서 여러 차례 공청회를 갖는 것을 보고 감동했다고 전했다.

선진국들이 교육의 수요자인 학생들의 의견을 성실하게 경청하는 것과 달리, 한국에서는 엄청난 교육제도의 변경을 앞두고 학생들에게 한마디도 묻고 있지 않다. 이것은 한국의 교육당국의 권위주위와 행정 편의주의의 발상으로 밖에 안 보인다.

또한 학생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보지 않은 채 그저 판단력이 미숙한 어린 학생들로만 바라보고 있는 듯하다. 입시제도를 바꿀 때 선진국에서는 숱한 공청회와 연구작업을 통해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차분하게 실시함으로써 학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친구들 중에서는 부모님들이 사교육비를 마련하기 위해 빚을 내거나 힘겹게 노동하시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아프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또한, 친구들 사이에서도 사교육을 둘러싸고 서로 비교를 하기 때문에 필요 없는 위화감이 조성되거나 갈등이 생기고 있다.

이는 부모님들이 더욱 무리해서 천정부지로 치솟는 사교욱비를 감당하게끔 유도하고 있다. 현재 이명박 당선자가 제시한 대로 자율형사립고가 백 개로 늘거나 본고사를 본격적으로 실시한다면, 공교육의 위상추락과 더불어 사교육시장의 급팽창이 일어날 것은 훤하다.

예를 들어, 자율형사립고가 백 개가 느는 만큼 사교육 시장의 수요자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 틀림없다. 또한, 공교육에서 해결할 수 없는 어려운 본고사 준비를 위해 수많은 학생들을 입시학원으로 내몰릴 것이다.

지금의 논술 시험과 비교과영역은 평범한 학교생활을 하는 학생들에게는 매우 어렵게 와 닿을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대학에서 따로 실시하는 각종 입시가 나날이 어려워지면서 학생들은 이제 대학 교육까지 선행학습을 하고 있다.

지금처럼 어려운 방식의 논술은 대학입시가 끝난 뒤 대학에서 필수 교양강좌로 배워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즉 대학이 가르쳐야 할 것을 대입 수험생들이 알아서 배우도록 떠넘긴다면 대학이 눈에 안 보이게 사교육시장과 공생관계를 맺고 있다고 국민들은 볼 것이다.

게다가 비교과영역이 중요해지면서 과거에 없었던 각종 새로운 사교육 붐이 불고 있다. 예를 들어서, 수시전형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서 미국 대학입시시험인 SAT나 AP, 그리고 TOEFL 등에 몰두하는 학생들이 많다. 놀라운 것은 이제 외국어 고교가 아닌 일반학교에서도 이런 시험들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드물지 않게 되었다는 점이다.

실제 입시에는 반영되지만 어느 학교에서도 가르쳐주지 않는 이러한 과목들을 학생들은 어디에서 배우겠는가? 대학별 시험이 앞으로 더욱 어렵게 출제된다면 이러한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한국의 교육현실을 긍정적으로 개혁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모두가 똑같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특수상황을 세심하게 고려하지 않은 채 밀어 붙이기 식으로 필요 없는 경쟁을 부추긴다면 이는 교육의 3주체에게는 좌절을 안기게 될 것이다.

반면, 한국 교육에 기생하는 사교육시장에게는 호재가 될 것이다. 대신 교육을 통한 국가경쟁력달성이나 미래를 위한 혁신 역량을 키우기는 어려워질 것이다. 이명박 당선자가 이점을 주의깊게 고려하여 문제를 해결해 나가길 바란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