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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들, '촛불' 앞에 부끄럽지 않던가요"

[기고]언론인 스스로 '독립성' 지켜내야

서울 여의도 KBS 앞에서는 지난 11일부터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노골적인 방송 장악 기도를 비판하기 위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방송사 사장과 언론 유관 단체 인사에 계속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캠프에서 언론특보 등으로 일한 사람들이 임명되고 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이명박 선대위의 상임고문이었다. 선대위 방송특보를 맡았던 이몽룡 전 KBS 부산방송 총국장은 디지털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 사장, 정국록 전 진주 MBC 사장은 아리랑TV 사장에 선임됐다. 선대위 방송총괄본부장이던 구본홍 전 MBC 보도본부장이 YTN 사장에 내정됐다. 이 밖에 방송특보 단장을 맡았던 양휘부 전 방송위 상임위원은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에 유력하게 거론된다. 방송전략실장을 맡았던 김인규 전 KBS 이사는 후임 KBS 사장으로 거론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이 정권 자체를 뒤흔드는 큰 문제가 된 배경에 "KBS, MBC의 왜곡 보도"가 있다고 생각하는 이명박 정권은 더욱 자기 사람을 심으려고 애를 쓸 가능성이 높다. 지금 정연주 KBS 사장이 집중 타겟이 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MBC사장 출신인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프레시안>에 이명박 정권의 방송 장악과 관련해 언론인들의 각성을 촉구하는 공개 편지를 보내왔다. 최 의원은 "언론의 독립성을 지키는 최종적인 책임은 언론인 스스로에게 있다"며 "스스로 자존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편집자

대한민국의 언론인들에게 단도직입으로 여쭙겠습니다. MBC 사장을 마치고 민주당 국회의원이 된 제가 다시 MBC 사장으로 가도 괜찮겠습니까? 기왕 물어본 김에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에도 여쭙겠습니다. 제가 방송통신위원장으로 가서 시국 대책회의에 참석해도 괜찮겠습니까? 별 문제 없겠습니까? 기왕 물어본 김에 더 물어 봅시다. 제가 YTN 사장으로 가서 민주당 편을 들어도 괜찮겠습니까?

언론인 여러분들 어떻습니까?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답변은 논외로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과거에 자신들이 반대했던 일을 이미 저질러 놓은 상태여서 그것이 비록 자기모순, 자기 부정, 자기 분열일 지라도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언론인 여러분들은 어떻습니까?

다시 단도직입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KBS 노동조합의 각성을 촉구합니다. 지금 현 정부가 훼손하고 있는 언론독립성 문제의 핵심에 KBS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만약 KBS가 이 일을 잘못 넘기면 KBS는 영혼 없는 조직이 될 것입니다. 이미 반쯤 그렇게 돼 있습니다. 그 책임은 결단코 사원 대표인 KBS 노동조합에 있습니다. 언론 독립성이라는 최상위 개념과 여타의 하위 개념을 혼동하지 말기 바랍니다. 지금 KBS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촛불 집회는 KBS에는 대단이 부끄러운 일이라는 것을 통렬히 인식하기 바랍니다. KBS의 독립성을 어린 중학생 고등학생들에게 맡기시겠습니까?

YTN은 어떻습니까? 방송통신위원회 노동조합은 어떻습니까? 아리랑 TV는 어떻습니까? 한국언론재단은 어떻습니까?

언론의 독립성을 지키는 최종적인 책임은 언론인 스스로에게 있습니다. 그리고 언론의 독립성 문제는 민주주의의 핵심이고 때로는 민주주의 그 자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양보하거나 타협할 사안이 아닙니다. 힘이 모자라서 질수는 있어도 물러날 사안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언론인 여러분, 지금 이 부분을 타협하고 계십니까? 회사의 위상이나 재정 문제를 가지고 협상하고 있으신가요? 촛불문화제에 나온 어린 학생들에게 의뢰하고 계신가요?

저는 MBC 사장을 마치고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오면서 혹독한 비판을 받았습니다. 저는 그 비판을 감수했습니다. 그 비판이 정당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다시 언론계로 돌아갈 가능성이 전혀 없는 데도 이런 비판을 받았습니다. 제가 MBC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언론을 정치권력으로부터 지키는 것은 그만한 작은 가능성까지 차단해야 할 만큼 중요한 일입니다.

저도 국회에서 열심히 하겠습니다. 제가 할 첫 번째 일은 민주당이 언론에 간섭하는 것을 막는 일입니다. 두 번째는 한나라당과 정부가 언론에 간섭하는 것을 막는 것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러나 아무리해도 언론인들이 스스로 지켜낸 독립성만 못합니다. 언론의 존엄을 지켜내시기 바랍니다. 스스로 자존하시기 바랍니다. 현직 언론인들의 각성과 분발을 촉구합니다.

정치인이 된 못난 선배
최문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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