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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믿을 '강심장' 학부모, 하나라도 데려와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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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믿을 '강심장' 학부모, 하나라도 데려와 봐라"

[기고] 일제고사 성적 공개, 서열화에 불을 켜다

2008년 10월 시행된 학업성취도 결과가 오늘(16일) 발표됐다. 지난해 진단평가 결과에 한 번 놀랐으나 그래도 적응이 안 되기는 마찬가지다.

벌써부터 일부 언론은 서울 OO 지역은 1등, 전남 OO 지역은 꼴등이라고 학교를 줄 세우고 지역을 줄 세우며 보도하기 시작했다. 한국 사회에서 학교를 서열화시키고 학생을 서열화하는 방법은 참 여러 가지이다. 일상적으로 발행하는 성적표를 비롯해 대학 입시철이면 수능 시험 결과로, 합격자 발표 후엔 서울대학교에 들어간 합격생 위주로 학교를 줄세우고, 사법고시 발표가 있을 때면 합격 결과를 교문 앞에 내걸어 학교를 서열화한다.

일부러 학교 서열에 관심을 갖지 않더라도 차 타고 동네를 오가다 보면 학교 정문 앞 현수막들이 자기 학교의 서열을 앞장서서 알려준다. 초·중학교는 지역교육청별로, 고등학교는 시·도교육청별로 발표하니 좁은 지역 사회에서 비교도 가능해진다. 일파만파는 이미 예고됐다.

많은 학부모가 자녀들이 받아오는 중간·기말 성적표 한 장으로 자녀의 가치를 가늠질한다. 부모로서 아이가 무엇에 관심있고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며, 어떻게 남과 소통하는 방법을 익혀 행복하고 창조적인 인생을 준비하는지 관심을 갖기보다 시험 성적이 적힌 종이쪽지 한 장으로 칭찬하고 비판하는 것은 슬프고 괴롭지만 만성이 됐다.

지난 1월 방문한 스웨덴에서는 8학년까지 전국 단위 시험을 치르지 않는다고 한다. 공부를 빨리 익히는 학생, 공부가 늦되는 학생이 있기 때문이란다. 참으로 다른 세상 이야기이지만, 한국이나 스웨덴이나 교육을 통해 국가를 발전시키려는 뜻만은 일치한다.

스웨덴은 한국과 비슷한 시기에 금융위기를 거쳤으나 교육과 연구에 집중적인 투자를 한 결과 국민소득 4만 달러를 넘어섰다. 연구와 교육에 국가 명운을 건 것이다. 그런데 한국은 서열과 경쟁으로 국가 경쟁력을 높인다고 한다. 가능한가?

정부는 다양화, 자율화, 선진화를 외치며 학업성취도 시험을 일제히 실시하며 학력부진 학생을 책임지겠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 이를 믿는 사람은 없다. 시험 성적표를 받아든 학부모 입장에서 당장에 내 아이 학교가 전국에서 꼴찌라는데 무슨 강심장으로 교육청과 이명박 정부만 믿고 있겠는가? 당장에 학교를 골라 보낼 생각을 하거나 학원으로 쫓아가 대책을 세우는 것이 급할 뿐더러 아무리 학원을 다녀본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식으로 사교육비가 증가할 것이다.

더구나 서울시교육청은 국제중까지 설립하고 하나고(자립형사립고)까지 설립하며 학력신장을 외쳐왔는데 학력이 낮다는 것도 따져볼 만한 일이다. 3월 진단평가와 12월 학업성취도 평가 사이 9개월간 서울시교육청은 과연 어떤 학력 신장을 이뤘을까? 학생들이 너무 선행 학습만 하다가 제 진도를 잃은 것일까? 서울시교육청은 학교 간 학력차를 공개함으로써 학부모 학생들에게 학교선택권의 기준을 제공하는 듯이 보이지만 결국 몇몇 학교를 기피 학교로 낙인찍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더구나 올봄 중학교 3학년이 되는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2013년이면 대학입시자율화 즉 3불 폐지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서울 지역 학생은 고교등급제 여부에 따라 고등학교 선택이 달라질수 밖에 없다. 학교선택제 선행 연구 결과 대부분 학부모가 근거리 학교를 염두에 둔다고 답했다는데 고교등급제에 따른 최소한 불이익을 피하려면 연·고대가 짝사랑하는 특목고를 비롯해 자립형사립고, 자율형 사립고, 1군 고교, 2군 고교 등으로 선택지가 넓어질 수밖에 없다.

학교선택제에 긴장하는 서울 강남 학군 지역 일부 고등학교는 1년 364일 야간자율학습체제로 변신하고 있다. 365일중 제외되는 2일은 설날, 추석이 아니라 수능 시험날과 수능시험 예비소집 날이다. 학부모들에게 기피 학교로 찍힐까봐 고민하다 나온 고육지책이다. 이런 입시 교육은 우리 나라 교육 발전에 역행하고 입시 고통을 늘리는 것인데도 당사자인 학생들과는 달리 학부모들은 어쨌든 선호하는 현실이다. 교육 시장화 정책을 일찍부터 실시한 영국의 예만 봐도 기피 학교로 낙인찍힌 후 그 학교가 되살아난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학생의 학업 부진에는 부모의 경제력 등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시험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든, 사교육과 선행 학습 요소를 차단하지 않은 전국 학력평가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이 두 가지 요인이 차단되지 않는 한 한국 사회의 모든 학력 평가는 학생이 아닌 학부모 평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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