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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한나라당이 삼성을 죽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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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한나라당이 삼성을 죽이려 한다?"

[기고] 삼성을 살리려면…당신의 선택은?

최근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서는 '삼성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삼성이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에만 광고를 몰아 준 것이 화근이 된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삼성이 망해야 중소기업이 살고 한국경제가 산다"며 '삼성 죽이기'를 부추기는 네티즌도 보인다.

하지만, 나는 "삼성을 살리자"고 얘기하고 싶다. 혹자는 삼성이 죽은 것도 아닌데 살리자고 주장한다며 비웃을지도 모른다. 죽은 것도 아닌데 살리자고 하는 것은 이명박 정부에게 배웠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이 대표적인 그런 주장 아닌가?

사실 삼성그룹을 망하게 하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지금 소개하려는 이 방법은 심지어 속성이기도 하다. 정말로 삼성을 망하게 하고 싶다면 당신은 그저 6월 임시국회가 열리는 동안 한나라당을 응원하며 관전만 하면 된다. 한나라당은 6월 임시국회에서 야당의 반대를 '쪽수'로 물리치고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것이다. 시시하겠지만, 이게 삼성 죽이기 속성법의 전부다.

▲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은 지주회사 내에 은행 및 비은행을 계열사로 소유토록 허용하는 법안이다. 예를 들면, 삼성 에버랜드가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삼성생명은 물론 은행과 삼성전자를 계열사로 둘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뉴시스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은 지주회사 내에 은행 및 비은행을 계열사로 소유토록 허용하는 법안이다. 예를 들면, 삼성 에버랜드가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삼성생명은 물론 은행과 삼성전자를 계열사로 둘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게 무슨 삼성 망하게 하는 속성법이냐고? 삼성이라는 거대한 재벌이 하루아침에 망하는 일이 어떻게 가능하겠느냐고?

미국 국적의 세계 굴지의 보험회사 AIG도 지난 미국 서브프라임 부실사태가 불러온 금융위기로 단 한방에 넘어갔다. 다행히 미국은 금산분리 원칙이 엄격한 나라여서 AIG만 넘어갔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AIG 뿐만 아니라 AIG가 거느렸을 다른 비금융 계열사도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렇듯 금융위기 한 방에 무너질 수 있는 것이 바로 금융 산업이다. 판돈이 꽤 큰 도박판인 셈이다. 그런데 삼성은 왜 이 위험한 도박판에 뛰어들려고 할까.

사실 제조업으로 돈 벌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기술도 매번 업그레이드 해야 하고, 인건비도 많이 들고 국내든 해외든 경쟁도 심하다. 또 금융위기 이전에는 정부 관료도 은행장도 기업 CEO도 입만 열면 투자은행(IB)을 외치는 분위기였다. 글로벌 IB 육성이니, 금융허브니 뭐니 하면서 금융으로 돈 벌자는 분위기가 만연했다.

여기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 미국발 금융위기였다. 세계 각국은 금융위기라는 찬물 세례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금융위기를 계기로 세계 각국은 실물경제의 소중함을 깨달았으며, 늦었지만 중소기업 육성이니, 사회복지 인프라 구축이니, 금융규제 강화니 하는 반성들이 쏟아졌다.

그런데, 늦게 맞은 마약이라 늦게 깨는 법일까? 이명박 정부와 한국의 대기업 집단만 세계적 추세를 거스르며 역주행 하고 있다. 금산분리 완화를 골자로 하는 은행법이 지난 4월 임시국회를 통과했으며, 6월에는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남겨두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주기적으로 금융위기를 겪고 있다. 그 주기가 10년이라고 할 때, 올해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면, 10년 뒤 다가올 금융위기는 우리나라 대기업 집단에게는 분명 메가톤급이 될 것이 분명하다. 그때 가서 과연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 집단이라고 버틸 재간이 있을까.

따라서 삼성을 살리기 위해서는 6월 임시국회에서 '삼성특혜법'으로 불리는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반대로 삼성이 죽기를 바란다면 두 법이 무사히 통과하기를 기다리면 된다. 그런데 삼성 망하는 것을 지켜보자고 두 법안의 통과를 바라는 건, 빈대 잡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 삼성도 죽고, 국가경제도 망하는 자폭행위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삼성을 위한 정부와 한나라당의 눈물겨운 노력이 삼성을 죽이는 길이라는 것을 정부와 한나라당은 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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