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희생자 46명의 영결식이 29일 오전 10시 평택 2함대 사령부 안보공원에서 해군장(海軍葬)으로 치러졌다. 천안함이 서해 백령도 해역에서 가라앉은지 34일 만이다.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이 장의위원장으로서 영결식을 주관한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영결식에 참석했다. 여야 대표와 외교사절단, 일반시민 2500여명도 고인들을 떠나보내는 마지막 자리를 지켜봤다. 천안함에서 생존한 김현래 중사(갑판부사관)는 전우를 떠나보내는 자리에서 추도사를 낭독했다.
이명박 대통령 참석
이명박 대통령은 영결식 5분 전께 안보공원에 참석, 유가족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눈 뒤 착석했다. 이 대통령은 시종일관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지켰다. 정운찬 국무총리,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물론 여야 대표인사들도 영결식에 참석했다.
이날 영결식은 장의위원장의 개식사로 시작했다. 국기에 대한 예를 표하고 고인을 추모하는 경례와 묵념이 이어졌다.
곧 이어 정호섭 해군본부 인사참모부장(소장)이 경위 보고를 했다. 천안함이 취역 후 190회 이상의 출동 임무와 50회 이상의 합동 훈련에 참석한 경위, 연평해전에서의 승전에 이어 지난달 26일 불운의 사태로 서해 바다에 침몰할 때까지의 역사를 간략히 설명했다.
또 생존자들의 순직과 지난 34일 간의 구조 작업과 함미, 함수 탐색작업을 설명했다. 천안함은 정부의 주도 아래 최신예 함정으로 다시 취역할 예정이다.
경위 보고에 이어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고인들에게 화랑무공훈장을 추서했다.
"천안함 속에 남겨둬서 미안하다"
훈장 추서가 끝난 후 해군참모총장의 조사와 천안함 생존자인 김현래 중사의 추도사가 이어져 분위기를 숙연케 했다. 유족들은 조사가 시작됨과 동시에 다시금 눈물을 흘렸다.
김 총장은 "우리의 바다를 넘보는 자 그 누구도 용서치 않을 것"이라며 "백령도에서 일어난 일을 우리는 절대 용서할 수 없으며, 잊어서도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끝까지, 끝까지 찾아내 그 큰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할 것"이라며 "우리는 자랑스러운 그대들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 총장은 조사가 끝난 후, 조사문을 영정에 바쳤다.
김현래 중사는 "그대들을 천안함 속에 남겨둬서 미안하다"며 "여러분의 못다 이룬 꿈과 사랑을 우리가 실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중사는 "천안함은 온 국민들의 가슴 속에 역사로 새겨졌으며, 여러분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은 애국심으로 되살아나고 있다"며 "그대들의 사랑과 가족을 언제까지나 잊지 않고 함께 할 것"이라고 했다.
정박 함정 일제히 기적 취명
추도사가 끝나고 고인들의 명복을 비는 종교의식이 거행됐다. 의식 순서는 불교, 개신교, 천주교 순으로 진행됐다.
이어 마지막으로 헌화 및 분향이 이어졌다. 나재봉 유가족 대표가 가장 먼저 헌화한 후, 영현 1위당 유가족 두 명이 헌화와 분향을 했다. 슬픔을 이기지 못한 유가족 일부는 바닥에 쓰러져 흐느껴 지켜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이어 이명박 대통령 내외, 장의위원장인 김성찬 총장, 전두환 전 대통령, 3부 요인·정당대표들이 헌화했다. 또 김태영 국방부 장관 및 전군 주요 지휘관, 전역 지휘관들의 합동 분향이 이어졌다. 해군 합창단은 분향이 이뤄지는 시간 가곡 '떠나가는 배' 등을 부르며 추모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분향이 끝난 후, 군은 조총을 5초 간격으로 세 발 발사했고, 항구에 정박한 함정들은 일제히 기적을 울려 고인들의 넋을 기렸다.
폐식사를 마지막으로 영결식이 끝난 후, 해군 군악대 합창단 20명의 해군군가 '바다로 가자' '천안함가'를 뒤로 운구 이동이 시작됐다. 영결식장부터 입구까지는 육해공군 의장대 80명이 도열했다.
운구 행렬은 해군 의장대 호위병 2명의 선도 아래 대형 태극기와 해군기가 앞서 나가는 가운데, 희생자 46명의 영정과 위패 및 훈장, 운구함이 이동했다.
운구 행렬의 제일 앞 열에는 왼쪽부터 계급별로 고 이창기 준위, 고 임재엽 중사, 고 김선명 병장의 영현이 앞장섰다. 고인들의 영정은 생전 서해 바다 경계임무를 함께 수행한 천안함 생존 장병들이 이송했다.
행렬은 천안함이 정박했던 군항 부두를 지나 고인들의 삶터였던 해군아파트를 한 바퀴 돈 후 대전현충원으로 이동했다.
이에 앞서 영정이 군항 부두를 지날 때, 모든 정박 함정이 5초간 기적을 울렸다. 또 해군의 하얀 정모와 정복을 상징하는 흰색과 검은색의 풍선 3000개를 하늘로 날려보냈다.
전 함정 승조원들은 정복을 갖춰 입고 함정의 현에 도열해 고인들에게 마지막으로 해군 최고의 예우인 대함경례를 올렸다. 군 관계자는 "해군에서 정박 중 실시하는 대함경례는 정박한 함정이 육상을 지나가는 장성급 이상 장교와 귀빈에게 행하는 예절"이라며 "전우들이 고인들에게 최고의 예우를 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전현충원 합동안장식 거행
이날 오후 3시에는 천안함 희생자 46명의 합동안장식이 국립대전현충원 현충문 앞에서 김성찬 해군참모총장 주관으로 거행된다. 이번 안장식은 현충원 개장 이래 최대 규모다.
안장식은 개식사에 이어 고인에 대한 경례, 종교의식, 헌화 및 분향, 조총 및 묵념, 영현봉송, 하관 및 허토, 성분 순으로 진행된다.
희생자들의 유골은 사병 제3묘역에 조성된 합동묘역에 안장된다. 고 이창기 준위는 장교묘역에 안장되어야 하나, 유족들의 희망에 따라 천안함에서 생사를 같이 한 전우들과 함께 안장된다.
희생자들의 합동묘역 건너편에는 천안함 장병 구조작업 중 순직한 고 한주호 준위의 묘소(장교 제3묘역)가 자리잡고 있다.
한편 이날 2함대사령부 앞에는 해병대전우회 등 군 전역자 단체가 참석해 대북 전쟁을 호소했다. 이들은 군복을 갖춰 입고 "비열한 김정일 우리가 죽인다"는 등 내용이 담긴 현수막을 2함대사령부 입구에 내걸었다. 일부는 보도본부로 올라와 기자들을 둘러보고 되돌아가기도 했다.
영결식이 끝났으나, 고인들을 추모하기 원하는 시민은 이날 오후 6시까지 서울광장 등에서 분향을 할 수 있다. 서울시는 "29일 오전 8시 현재 약 3만6000여 명의 추모객이 고인들을 추모했다"고 밝혔다. 전국적으로는 약 30만여 명이 추모한 것으로 추산된다.
| 추도사 사랑하는 전우여, 이제 편히 잠드소서. 2010년 3월 26일 밤! 경비작전 임무를 수행하던 우리의 일상은 끔찍한 굉음과 함께 산산조각 났습니다. 한 번도 상상해보지 않았던 충격과 혼란으로 우리는 암흑천지의 바다에 떨어졌습니다. 우리의 모든 것인 천안함은 순식간에 침몰되었고, 정겹던 전우들도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몸과 정신이 마비되는 가운데서도 서로를 격려하며 한 명 두 명 구조선에 올랐지만, 당신들의 애끓는 영혼에는 미처 닿지 못했습니다. 미안합니다. 그리고 또 미안합니다. 그대들을 천안함 속에 남겨둬서 미안합니다. 그대들과 함께 끝까지 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시간을 돌이킬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돌아오라는 간절한 기도와 애원에도 시간은 하염없이 흘러가고만 있습니다. 친구여, 선·후배여, 전우여! 그대들의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이제 더 이상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여러분의 못다 이룬 꿈과 사랑을 우리가 실천하겠습니다. 다른 세상에서 서로 만날 때 진심으로 고마웠다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남은 생을 살며, 우리의 바다를 지켜 낼 것입니다. 비록 처절하게 두 동강이 났지만 우리 천안함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천안함은 온 국민들의 가슴속에 역사로 새겨졌으며, 여러분의 숭고한 희생은 애국심으로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기억할 것입니다. 46명 전우들의 이름을, 얼굴을, 그리고 그대들의 사랑과 가족을 언제까지나 잊지 않고 함께 하겠습니다. 영원토록 우리 곁에 살아있을 전우여! 여러분 앞에 맹세합니다. 여러분과 우리를 갈라놓은 슬픔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입니다. 조국의 통일을 이루는 그날까지 우리는 그대들이 가다가 멈춘 그 길을 다시 이어가고, 걸어갈 것입니다. 우리가 함께 한 시간은 비록 짧았지만, 우리가 함께 나눈 우정은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먼 훗날 평화로운 그곳에서 다시 만날 것이니, 전우들에게 더 큰 용기를 주시고 우리의 바다를 굽어 살피시며 이 나라를 지켜주소서 잊지 못할 46명의 천안함 전우들이여! 여러분들의 영전에 한 송이 꽃을 바치며 보내고자 합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필 승 여러분의 전우 김 현래 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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