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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없애고 '경쟁'만 남긴 이주호씨가 장관이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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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없애고 '경쟁'만 남긴 이주호씨가 장관이 된다고?

[기고] 갈등만 증폭되는 '교육 부조리극', 끝나지 않는 3월

올해는 '3월'이 계속되다가 갑자기 여름 방학이 시작되었다. 교사의 입장에서 3월은 일이 폭주하여 정신없는 기간이다. 새로운 교실에서 새로운 아이들과 새로운 업무를 맡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달 정도가 지나면 이 모든 것들이 눈과 손에 익어 아이들의 표정과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즈음 따뜻한 '4월'이 찾아온다. 그런데 올해는 이 '3월'이 도무지 끝나지 않았다. 4월이 되고 5월이 되어도 '3월' 60일 '3월' 90일이 될 뿐이었다. 일제고사와 수능성적 공개, 법적인 근거도 없이 강행되는 교원평가, '사교육없는 학교'와 2009 개정 교육과정 등 '경쟁력 강화'를 위해 끊임없이 쏟아지는 잡무들 때문이었다.

물론 꼭 필요하고 교육적으로 의미가 있는 일이라면 야근을 자청해서라도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난마처럼 얽힌 교육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겠다는 양, 준비도 합의도 없이 성급히 쏟아지는 일들은 오히려 교육의 본질은 물론 '경쟁력' 자체까지 훼손하는 '잡무'인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바로 우리 아이들이었다. 예년 같으면 반 아이들 상담을 너덧번 씩 했을 시간이지만, 올해는 겨우 두어번 뿐이다. 교육 시책을 선전하기 위한 각종 통계들을 작성하다보면 교재 연구는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일제고사, 입학사정관제, 학교평가…갈등 폭증

'일제고사'를 시행하고 '수능 성적의 학교별 순위를 공개'하기 시작하면서 전국 각지의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비공식적 '학력 향상 대책' 중 하나는 '평균을 갉아먹는' 하위권 학생들을 '솎아내기' 위해 복장ㆍ두발 규제 및 강제 야간 학습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이는 고스란히 소모적인 갈등 폭증으로 귀결되었다. 교육은 죽고 경쟁만 남게된 것이다.

'입학사정관제' 또한 마찬가지이다. 평범한 부모를 만난 '스펙' 없는 아이들은 두툼한 책으로 묶인 '관리된 스펙'에 주눅들었고, 교사들은 유력(?) 학부모들의 압박에 마지못해 의심스런 실적에 확인 도장을 찍어주거나 추천서를 작성해주어야 하는 경우도 생겨나게 되었다. 대비 장치 없는 입학사정관제는 결국 교육 '구매력 경쟁'의 장일 뿐이었다.

'학교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 멀쩡한 홈페이지를 새로이 개편하고 역시 평가 항목 중 하나인 새 홈페이지의 '가입율'을 높이기 위한 교사들의 구걸(!)에 가까운 노력은 눈물겹기까지 하다. "얼굴도 모르는 교원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없다"고 버티거나 "시간이 없으니 나중에 하겠다"는 학부모들에게도 교원 평가를 강요해야 한다. 역시 '학교 평가' 항목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경쟁을 위한 경쟁의 결과이다.

전교생이 채 100명도 되지 않는 학교에 근무하는 어떤 선생님은 '전원학교' 예산으로 폭탄처럼 투하된 13억5000만 원의 돈을 쓸 방도가 없어 낑낑 앓고 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며 '세금으로 학교에서 사교육을 시키자'는 취지에서 시행되는 것처럼 보이는 '사교육 없는 학교'의 2억짜리 폭탄을 맞은 교사는 그나마 좀 위안을 삼아야 한다. '투입이 늘면 산출도 늘어난다'는 경제 논리는 교육에서는 그리 잘 통하지도 않을뿐더러 투자 자체로도 방만하고도 잘못된 것이었다.

정부가 의도한 바이든 그렇지 않든, '2009 개정 교육과정' 때문에 각 학교에서는 엄청난 폭풍이 불었다. 입시 경쟁이 극심한 현실 속에서 국ㆍ영ㆍ수에 편중되지 않게 교육과정을 편성할 간 큰 학교는 거의 없었고, 앞으로 아이들은 예체능이나 실과 과목을 배우기 힘들게 되었다. 이 아이들의 정서와 인성을 걱정하는 목소리는 공허히 울려퍼지거나 '밥그릇 지키기'로 매도될 뿐이었다.

'교육 부조리극' 한가운데 시장주의자 이주호 내정자가 있다

이 모든 부조리극들은 안 그래도 경쟁에 찌든(학생의 입시 경쟁과 교사의 승진 경쟁) 교육계의 경쟁을 더욱 격화시키는 방향의 교육 정책들로 인해 벌어진 일들이다. 그리고 그 정점에는 경제학자이자 시장주의자인 이주호 장관 내정자가 서 있다.

'교장공모제'를 발의한 그가 교육과학기술부의 실세 차관이 되었다고 했을 때, 의당 공공재가 되어야 할 교육의 상품화ㆍ시장화를 우려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일제 강점기 이래 지속되어온 교육 관료제에 대한 개혁을 기대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교장 자격증 소지자'들의 기득권을 위협하는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축소하거나 전교조 교사들을 탄압하는 데서 볼 수 있듯, 통제와 감시는 있으되 교사들의 '기업가 정신'이라도 복돋울 교육 관료제 개혁을 위한 정책은 거의 없었다.

결국 이주호 장관 내정자는 관료제의 모순에 '경쟁 극대화'라는 시장의 모순까지 중첩시켜 교육 현장을 더욱 황폐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러한 그를 교육기술과학부 장관으로 임명하겠다고 한다.

이주호 씨가 교과부 장관이 된다면 이 땅의 모든 학교에서 교육은 영영 사라지고 얄팍한 경제논리가 부르는 무한경쟁만이 판을 치게 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정녕 이 땅의 모든 교사들을 정신없는 '3월'에 묶어두고, 모든 아이들을 점수 따기 경쟁의 체바퀴 속에 가두고 무엇을 얻고 싶은 것일까?

※이 글의 필자는 현직 고등학교 교사로 신변상 불이익을 우려하여 불가피하게 익명으로 기고한다고 알려왔습니다. (편집자)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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