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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조국 교수님, 천막콘서트 어떠세요?

[기고] 국립대 법인화, 대학의 신자유주의화의 뇌관

흔히 신자유주의(neoliberalism)를 떠올리면, 지구적 규모에서 자유롭게 활보하는 금융자본과 자유시장에 대한 신념으로 가득 찬 지식인 그리고 강력한 국제기구와 강대국들에 의해 주도되는 단일하고, 완결된 프로젝트가 국경을 침투, 하향적으로 확산되는 것으로 이해한다. 반면 신자유주의화(neoliberalization) 개념은 다소 정적인 신자유주의 개념에 비해 보다 역동적인 동학을 강조한 개념으로서 신자유주의의 형성은 지구적 규모에서 활동하는 강력한 행위자들에 의하여 필연적으로 추진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 도시, 국가, 세계 등의 다양한 지리적 규모에서 활동하는 여러 행위자들 간의 갈등, 경합, 합의의 상호작용에 의하여 만들어지는 열린 과정임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신자유주의의 형성은 유명 디자이너가 만든 깔끔한 정장이기보다 여럿이 함께 다양한 크기의 천조각으로 이어 붙여 만든 누더기 옷과 같다.

누더기 신자유주의화의 사례로 지난해 12월 한나라당의 국회 날치기로 통과된 서울대 법인화를 들 수 있다. 국립대 법인화로 인해 예상되는 후폭풍은 첫째, 대학 등록금의 대폭적 인상으로 상위권 대학들이 부유층 자제들을 위한 고급인력양성소로 전락되고, 둘째, 이미 월등한 물적, 인적 자원을 구비한 서울대와 상대적으로 인프라가 미비한 지방국립대 간의 대학서열화와 격차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심화되고, 셋째, 기초학문, 기초과학기술이 주변화되는 반면 응용학문과 실용학문으로의 쏠림이 심해지며, 넷째, 대학 자율성을 심대하게 훼손하고, 대학이 시장논리에 한층 더 종속되며, 다섯째, 대학 구성원 전체를 대표하는 대의기구 대신에 이사회가 대학을 지배하고, 총장은 직선제에서 간선제로 선출되면서 대학의 민주주의가 훼손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서울대 법인화는 국내 대학의 신자유주의를 확산시킬 도화선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 때문에 서울대 법인화를 일개 대학 내부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는 것이다.

법인화 법안의 통과는 표면적으로는 시장만능주의를 찬미하는 이명박 정권의 단독 작품으로 보이지만 일찍이 1990년대 중반부터 법인화 논의가 시작되었으며, 제17대 국회에서도 국립대법인화 법이 입법 예고되고, 국무회의를 통과했으나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되었다. 제18대 국회가 들어선 이후 법인화 논의가 재부상했지만 격렬한 반대에 직면하면서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통과되지 못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결국 한나라당의 날치기에 휩쓸리면서 통과된 것이다. 더불어 학내서도 일부 교수들은 스스로 서울대 교수직을 일종의 계급으로 인식하고, 법인화에 암묵적으로 동조하면서 법인화 반대의 결집을 묽게 만들었다.

법인화에 반대하기 위하여 민노협을 중심으로 한 서울대 교수, 서울대공무원노조, 대학노조서울대지부, 총학생회는 서울대법인화저지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지난해 12월부터 대학본부 앞에서 전기장판 하나로 버티면서 천막시위를 묵묵히 하고 있다. 앞서 강조했듯이 서울대 법인화가 앞으로 국내 대학들의 신자유주의화를 촉발시킬 뇌관인데도 불구하고 4대강을 비롯한 다양한 스펙타클 때문에 일부 진보언론을 제외하고는 법인화 문제는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대중들로부터도 법인화 문제는 주목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서울대 구성원이라면 이에 대한 대응을 해야 마땅할 것이다. 자기 집에 불이 난 상황에서 남의 집에 도둑이 든 것을 걱정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자기 집에 붙은 법인화라는 불도 제대로 끄지 못하면서 남의 집에 도둑이 든 것을 걱정하는 듯한 '오해'를 살 수 있는 광경을 최근 목격하고 있다. 바로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조국 교수다.

독자들도 주지하다시피 최근 조국 교수는 <오마이뉴스>의 오연호 기자와 함께 출간한 <진보집권플랜>(이하 <플랜>)을 통해서 상당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예상 못한 히트의 원인을 지난해부터 <정의란 무엇인가>,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등의 몇몇 사회과학서적들의 성공의 연장선 상에서 이해할 수도 있다. 비슷한 시기에 진보진영에서는 <플랜>과 유사한 서적들이 출간되었지만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물론 <플랜>이 차별적으로 주목 받은 원인을 책에 수록된 조국 교수의 사진 덕택이라고 보는 것은 책의 내용에 대한 예의가 아니겠다(<오마이뉴스>의 기사들을 보면 공저자인 오연호 기자는 조국 교수의 외모를 부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말이다). 설사 외모가 많은 영향을 미쳤다 하더라도 필자는 이를 부정적인 것으로 판단할 생각은 없다. 이미지가 미덕인 시대에 순진하게 아날로그적인 광장과 거리의 연설만으로 대중의 심금을 흔든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책의 성공 이후 조국 교수는 강연회를 비롯해 북 콘서트까지 열었고, 그가 자신의 트위터에 남긴 글조차도 언론을 통해 보도될 정도로 대중과 언론의 관심을 받고 있는 요즘이다. 이러한 그의 활동은 학술논문의 경계를 넘어서서 대중과 보다 적극적으로 소통하려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행보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필자는 그가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판단이 안 선다. 여기서 '왜'와 '그렇게'가 가리키는 것은 법인화 반대에 앞장선 서울대 교수들이 1인 시위를 할 때, 다른 교수들이 조국 교수에게 1인 시위를 부탁했지만 그는 거절했었고, 이후 그는 천막시위 장소에서 개최할 천막강연의 연사로 섭외된 것조차도 거절했던 것을 말한다. 또한 1인 시위와 같은 개인적인 요청이 아니라 서울대 본부 앞에서 교수, 교직원, 학생들이 함께한 법인화 반대 집회조차도 단 한번도 참석하지 않았다.

생각해보라. <플랜>의 성공 이후 그는 여러 강연회와 북 콘서트까지 열고, 트위터에 남긴 글 하나가 언론을 통해 기사가 될 정도로 진보진영에서는 보기 드문 유명인사가 되었다. 그런 그가 하루 몇 시간 1인 시위를 하거나, 천막강연 연사로 나섰을 때의 파급력을 추측한다면 그의 법인화에 대한 소극적인 자세는 서울대 구성원들로 하여금 아쉬움이 남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마케팅 감각이 없는 필자조차도 조국 교수가 콘서트를 천막강연과 연동하여 개최했더라면 상당한 홍보효과를 얻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혹시 "이미 법안은 통과됐으니 저항해봐야 어쩔 수 없다?"라고 생각하는 걸까? 서울대법인화저지 공동대책위원회가 심심해서 한겨울에 천막치고, 냉찜질 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 설사 지금 당장 법인화를 저지 못하고, 결국 지는 게임이라 하더라도 이들은 어떻게 지는 가에 방점을 두고 있다. 멀게는 정권이 바뀐 이후, 가깝게는 신학기가 시작되고서 저항의 동력을 모으기 위해서다. 따라서 법인화 반대운동은 여전히 유효한 전략이다. 만약 그가 이러한 전략이 실현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다면 마찬가지의 논리로 현재 이명박 정권에 이어서 차기 대선주자로 박근혜, 오세훈과 같은 한나라당 정치인이 유력한 상황에서 '진보집권플랜'을 논한다는 것도 실현가능성이 없는 거 아니냐라는 반문이 들어 올 수 있다.

혹시라도 필자가 이 글을 쓴 목적이 단순히 조국 교수를 헐뜯으려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면 독자들이 오해를 했거나 필자가 글을 엉터리로 쓴 것이다. 이 글을 쓴 목적은 두 가지다. 첫째, 대학이 신자유주의화의 첨병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사회의 심각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기존 언론으로부터 소외된 법인화 문제를 재차 환기시키기 위해서다. 둘째, 신자유주의는 지구적 규모에서 활동하는 강력한 행위자들에 의해 추진되는 단일하고, 완결된 프로젝트가 아니라, 미미한 행위자들도 어떻게 저항하느냐에 따라서 신자유주의를 변형시키거나 대체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다시 말해 조국 교수가 어떻게 법인화 반대를 하느냐에 따라 유명 디자이너가 제작했을 것처럼 완벽해 보이는 신자유주의라는 정장도 너저분한 누더기 옷으로 바뀔 수 있는 것이다. 자기 집 불 단속부터 시작해야 넓게는 국가라는 커다란 집에서 발생한 일들을 단속할 수 있는 진보집권플랜의 실현도 가능하지 않을까?

이 글을 완성한 시기에 1월 6일 조국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법인화 반대의견을 피력하는 글을 올렸다.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자신의 트위터 대문에다가 "학문과 '앙가주망(사회참여)'은 나의 운명"이라고 썼을 때 그가 말한 앙가주망은 단순히 트위터에 의견개진 하는 수준을 의미하진 않을 것이다. 가까운 시일 내에 서울대 대학본부 앞 천막에서 조국 교수의 천막콘서트를 볼 수 있길 기대해본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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