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언론이 'MB표 세일즈 외교의 결정판'이라고 극찬했던 아랍에미리트(UAE) 핵발전소 수출도 400억 달러 공사 수주로 언론이 대서특필에 속보경쟁까지 했던 계약이었다. 그러나 실상은 수주액 186억 달러 중 100억 달러(11조 원)를 28년간 저금리 차관으로 제공해가며 만든, 어떻게 보면 '사기 계약'에 가까웠던 수출이었다.
5000만 국민 중 아무도 몰랐던 '그 분'만의 약속
5000만 국민 중 아무도 몰랐던 '그 분'만의 약속이었다. 아랍에미리트에 자원외교 차 방문했던 대통령이 그 나라의 국왕에게 우리가 건설공사부터 시작해 운전 및 관리, 나아가 폐기물 처리까지 해줄테니 계약하자고 사정해서 성사된 약속이었다.
그 뿐인가? 130명의 특수군대까지 파병하면서 어렵사리 체결한 계약이라는데, 아무리 봐도 지킬 이유가 없는 약속이었다. 공사 금액으로 보면 체결 당시부터 손해가 막심한 계약이고, 130명의 건장한 대한민국 청년들의 목숨이 담보돼 있는 일이며, 공사 후 유지·관리에 많은 인력과 비용이 들어가는 일이다.
| ▲ 2009년 12월 이명박 대통령과 칼리파 빈 자예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이 원전사업 계약서 서명식을 마친 뒤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
경제성으로나 국민의 안전으로나 제 정신을 가진 위정자라면 결코 하자고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우리의 대통령은 최고통치권자의 약속이니 지켜야 한다고 한다. 물론 한 번 한 약속은 지키는 게 옳다. "사정을 잘못 알고 한 약속이어서 다시 생각해보니 안 되겠다. 파기하자"라고 마음먹지 않는 이상 약속은 지키는 게 옳다. 신의를 생명으로 아는 대통령이라면 더욱 그렇다.
대통령이 잊은 약속
그런데 대통령이 잊은 약속도 있다. 아예 약속 한 적도 없다고 한다. 아무리 속빈 공약집에 있었다지만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는 대덕연구단지와 테크노밸리, 오송과학산업단지, 아산탕정첨단산업단지 등 과학 입지가 이미 확립돼 있는 대전·충청권에 조성하겠다고 2007년 대선 때 한 약속을, 한 적이 없다고 한다.
행정중심복합도시처럼 "그때는 내가 표가 궁해서 원안을 지켜주겠다고 한 것이다"라는 입에 발린 말도 이젠 안한다. '특정지역에 특혜를 주는' 그런 약속은 한 적이 없고, '정해진 절차에 의해 위원회가 선정'하도록 하겠다고 한다. '공정하게 합리적'으로 입지를 선정할 것이라 한다.
단언컨대 입지타당성, 경제성, 합리성, 미래지향성 등의 입지선정 평가항목은 지극히 왜곡될 것이다. 정치적으로 입지가 선정돼 노선의 합리성, 경제성, 타당성이 무시된 숱한 도로와 철도노선 비슷한 꼴로 결론이 날 것이다.
개헌, 대통령의 조변석개(朝變夕改)
약속에 대한 이 대통령의 조변석개(朝變夕改)는 여기서 절정에 달한다. 그는 5년 단임제 대통령제가 좋다고 했다. 대통령 후보가 되기 전인 2006년 1월 25일 "개헌 필요성은 있지만 정권 말기에 하는 것은 반대한다"고 했다. "각 당이 헌법 개정안을 공약으로 내세워 국민에게 보여주고 대통령에 당선된 이가 1~2년 안에 신중하게 절차를 밟아서 해야 한다. 정권이 자기 편의를 위해 헌법을 바꾸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 ▲ 지난 1일 열린 '국민과의 대화' 좌담회에서 개헌의 필요성을 피력하는 이명박 대통령. ⓒ청와대 |
그 때와 지금, 어떤 상황이 바뀌었나? '입장'이 바뀌었을 뿐이다. 그때는 야성 풍부한 야당의 대권 후보였고, 지금은 2년이 채 안 남은, 정파적 이해에 따라 개헌을 하고자 하는 대통령의 지위에 있는 것이다.
입장이 바뀌어서 못하겠다, 입장이 바뀌니 꼭 해야겠다.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든 국가에 어떤 손해가 나든 내가 하고 싶으니 꼭 해야겠다. 대통령의 입장은, 약속은, 그렇듯 대통령 자신만의 관점으로 돌고 있는 것이다. 이쯤 되면 사탕을 위해 자존감을 버리지는 않는 초등학생이 대통령을 비웃을 일이다. 원칙대로 공정하게 신의를 지키는 대통령이 그립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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