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더빌에 따르면 "노동자들이 굶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들에게 저축할 만큼 주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노동자들은 가난하지 않으면 일하려 하지 않아, 가난을 덜어주는 것은 속 깊은 일이지만 가난을 없애주는 것은 바보 짓"이기 때문이다. 반 공기로 족한 점심을 한 공기나 먹게 하면 오후 노동을 하겠느냐는 일갈이겠다. 또한 "성과에 상관없이 소득을 균등하게 배분하는 사회정책은 일하게 하는 동기 부여에 실패한다"는 학술대회 기조 강연은 수 백년 전통이 아직까지 건재하다는 증명서다. 사실 OECD 평균 보다 444시간을 더 일하는 연평균 근로시간 1위의 나라이고 저임금 노동자 비중 1위이며 가계부채와 비정규직 비율 역시 5위권에 드는 한국은 맨더빌의 탁견이 구현되는 곳이다. 그러니 "포퓰리즘 민주주의가 경제발전의 역동성을 앗아가고 경제의 하향 평준화를 조장한다"고 걱정할 만 하다.
맨더빌에 따르면 "어떻게든 일할 수 있는 사람은 일 시켜야 하며, 약하다고 하는 사람은 꼼꼼히 가려내야 한다." 왜냐하면 "가장 확실한 부는 부지런한 가난뱅이가 많다는 데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한국판 맨더빌들 역시 "일하는 노후가 최고의 복지"라며 노동자가 배불러져 부지런한 가난뱅이가 사라질까 걱정 한다. 물론 이들도 55세 이상 취업률이 OECD 평균 대비 7% 높고, 50세 이상이 고용율을 주도하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아파트 곳곳에서 고령의 청소·경비노동자들에게 근무 중 사망해도 용역업체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노예 각서를 쓰게 했다는 것도 안다. 그래도 유비무환. 경비직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을 2015년까지 유예하고 "정규직 임금은 고임금, 비정규직 사용은 경영권!"이라는 현수막을 방방곡곡 내건다. 자칫 복지 포퓰리즘에 빠져들어 자본주의의 근간인 자립심을 잃을까, 반 공기 점심을 반의 반으로 줄이자는 충정의 발로이다.
또한 맨더빌에 따르면 "어느 한 사업에서 사람 수를 필요 이상으로 늘리는 것은 바보 짓"이다. 그래서 2012년 2월 기획재정부의 '공기업·준정부기관 경영 및 혁신에 관한 지침' 제 1조 기본원칙이 경영합리화를 위해 조직과 인력을 필요한 최소한도로 운영 하는 것이고 제 2조는 사업이 없어지면 해고라고 못박은 사실은 다행스럽다. 하지만 하나금융이 4조400억 원의 거금을 들여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노조의 "돈질과 자리보장"을 받아들인 것은 구조조정을 통한 돈벌이를 가로막는다.
<국부론>의 저자 애덤 스미스도 우리가 저녁밥을 먹는 것은 빵집 주인의 자비심 때문이 아니라 그의 돈 벌 욕심 때문이라 했는데 노조 때문에 기업의 돈 벌 욕심이 줄어들면 큰일 이다. 한국판 맨더빌들이 밤잠을 설칠만하다.
| ▲ <꿀벌의 우화>를 쓴 버나드 맨더빌. 한국은 맨더빌의 탁견이 구현되는 곳이다. |
하지만 형 보다 나은 아우 없다더니 역시 원조의 뜻을 헤아리지 못했다. 맨더빌은 노동자에게 점심 사먹을 급여를 주면 안된다 했지 부자의 공짜 점심을 나무란 것은 아니다.
그에 따르면 사치와 탐욕은 "가난뱅이 백만에 일자리를 주었고 얄미운 오만은 또 다른 백만을 먹여 살렸다." 또한 "사치와 같은 악덕이야말로 우리를 사회적 동물로 만들어주는 대원칙이며 든든한 바탕이고 예외 없이 모든 산업과 일자리를 살리고 지탱하는 것이기 때문에 악덕이 사라지는 순간 사회는 망가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영국 대배심이 그를 사치와 탐욕과 뽐내는 마음을 공공복지라고 부추겼다 고발했을 때도 반박문을 내면서 <꿀벌의 우화> 제2권을 펴내는 기개를 보였다. 반면 한국판 맨더빌은 소심하여 "재벌도 위법이 확인되면 엄벌에 처하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반재벌 정서에 편승해 장기적으로, 무리하게 진행되는 수사는 우리 경제 성장의 근간을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고만 쓴다.
게다가 점심을 굶겨야 한다는 말을 공짜 점심으로 잘못 해석하여 공짜 점심 칭찬 기회마저 놓쳤다. 맨더빌에 따르면 증여세 또는 상속세를 내지 않고 기업을 먹어치우거나 총수 일가 개인의 사익을 추구하는 데 기업을 활용하는 것이야말로 세상을 이롭게 하는 악덕이요 공짜 점심 그 자체이다. 그렇게 돈을 모은 부자가 있어야 가난한 사람이 일할 수 있다. 점심이든 공짜 점심이든 오직 위쪽 계층만 누려야 다수가 근면성실하게 일한다. 경제력을 이용한 재벌 빵집, 전국 어디에서나 쉽게 찾아가는 재벌 슈퍼는 사회를 지탱하는 힘이자 복지 포퓰리즘에 반대되는 공공복지 실현이라는 것이 맨더빌의 정신이다.
따라서 OECD 노동자 평균은 찬밥 더운밥 가리는 것이라 말했을 뿐인데, 복지가 나라 망친다고 화들짝 놀라면 하수로 오해받을 수 있다. 그것도 모자라 공짜 점심 앞에 재벌 대신 노동자를 끼워 넣는 실수까지 범해서야 전통의 계승은커녕 도제 자리 유지도 어렵다. 일감 몰아주기, 비자금을 상속재산으로 바꿔치기, 300억 회사돈을 내 돈처럼 쓰기 같은 공짜 점심이 소수만의 특권일 때 경제발전으로 이어진다는 맨더빌의 혜안을 덮으면 복지 포퓰리즘에 대한 우려조차 의심받는다.
신자유주의의 원조로 불리는 하이에크조차 맨더빌의 영향을 받았다 하며 애덤 스미스와 맨더빌 중 경제학의 진짜 아버지는 누구냐고 묻기도 한다니 가계도에서도 꿀리지 않는다. 혹여 <꿀벌의 우화>를 일독하지 않아 생긴 실수이면 지금이라도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 참고로 한 가지 더. 맨더빌(Mandeville)은 맨-데블(Man-Devil, 인간악마)로 바꿔 불려도 굴하지 않았다 한다. 그러니 공공기관·시중은행·대기업 41개사의 후원을 받은 학술대회야말로 공짜 점심 아니냐는 어리석은 질문 따위는 무시해야 마땅하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