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과 (사)한국철학사상연구회가 공동주최한 '18세와 통하는 철학ㆍ사회과학' 여름방학 특강(고교생 철학아카데미)이 8월 2일부터 8월 23일까지 성황리에 마무리 되었습니다. 조금은 어려울 수 있는 철학과 사회과학이라는 주제에 대해 걱정반 기대반으로 시작한 특강이였지만 학생들의 뜨거운 반응은 그런 우려를 무색하게 하였습니다. 청소년들에게 좀더 넓은 세상과 좀더 넓은 배움의 틀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 또한 저희들의 할 일이라는 생각을 이번 특강을 통해 다시금 하게 되었습니다.
8번의 강좌를 마무리 하고 학생들에게 이번 특강에 대한 각자의 소감을 공모하였습니다. 미래 사회의 주인인 될 청소년들의 솔직한 목소리를 듣는 것과 함께 앞으로 보다 나은 강좌를 기획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중 최우수, 우수, 장려상을 선정하여 다음과 같이 전문을 게재합니다.
다가올 겨울방학에는 더욱 알차고 짜임새 있는 기획으로 고교생 철학아카데미를 진행할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우수상: '나는 어디로 가는 중이지?' (조하람, 고양외고)
'나는 어디로 가는 중이지?' 나는 종종 내 자신에게 이렇게 묻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확답은 나오지 않았고, 끝에는 얼버무림으로 질문에 답 아닌 답을 할 때도 많았다. '아직은 이런 것보다는 공부 한 자라도 더 해야지' 하는 합리화도 곁들여졌다.
10대의 끝자락을 달리는 나에게 진정으로 중요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얼마 남지 않은 대학입시를 위한 공부를 하는 것이 나를 위한 유일한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대학에 들어가면 그 다음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고, 내심 알기 싫었다. 복잡한 생각에 치여 공부에 방해가 될까 우려하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시 한번 나를 돌아보니, 나는 내 삶의 한 치 앞 밖에 알 수 없는 처지였다. 어딘가 불안하고 허무했다. 아직 한참이나 남은 인생길을 나침반도 없이 질주해야 한다는 현실에 질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내 삶의 방향성을 찾기 위해서, 그리고 내가 가져야 하는 정체성을 찾고자 이번 철학 강좌를 들었다.
나는 '자신'을 알기 위해서, 먼저 내가 소속된 사회를 알아야만 했다. 사회의 조건에 따라 나의 정체성은 달라져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강의가 고전부터 현재 이슈까지 폭넓은 내용을 담고 있었기 때문에, 사회를 살펴보기에 더없이 좋았다. 특히 현대사회가 나에게는 아이러니하게 다가왔다. 자본으로 모든 것을 통제하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의 노예'가 된 사람들에게는 경멸의 눈빛을 보냈으나, 정작 나도 돈을 좇는 사람들의 일부분이었다. 전문직 고소득을 '성공'이라고 치하하는 현대사회에서 나 또한 이것을 위해 대학에 매달리고 있었다. 결국 인간이 만든 기관과 제도, 인간이 만든 피조물에 조물자가 맞춰가는 형국이었다. 그리고 끝나지 않는 소유의 욕망에 나 자신을 맡기는 일은 무모한 것이었다. 가장 꽃답고 희망에 찬 학창시절을 보내야 하는 내가 경쟁 속에 몸살을 앓는 것도 이 때문은 아니었을까? 몇 점에 웃고 우는 고등학생의 현실에 나도 동참했었으나, 이제는 그 끝없는 절망의 자리에서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했다. 일상에 지친 나를 위로하는 귀중한 순간이었다.
사회뿐만 아니라 개인에 대해서도 살펴보았다. 나 이전의 시대에 살았던 철학자들을 개인적으로 바라보았다. 그 중에서도 사르트르가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이다. 그는 연약하고 불쌍한 사람이었다. 친지의 죽음부터 자신의 추한 외모까지 이 사람은 '살 맛나는' 인생의 조건이 모두 결여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심적 고통으로 삶을 접지 않았다. 오히려 '못난' 자신을 성찰하고 깊이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사르트르는 시대의 지성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자기에 대한 깊은 사고로 자신만의 관점을 만들고, 삶의 나침반을 조립한 그의 인생은 나에게 깊은 울림을 남겼다. 나에게 없는 그의 특징은 자신을 사랑했다는 점이라고 느꼈다. 나는 대조적으로 자신을 혹사시키고 미워하는 순간이 많았던 것 같다. 사실, 나는 세상의 기준에 나를 저울질하고 채찍질하는데 급급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러지 않을 것이다. 나를 사랑하는 만큼 생각하고 생각하는 만큼 나의 인생길에 이정표가 꽂혀질 거라고 확신한다.
강의 초기에 "'나는 어디로 가야 할까'라는 질문은 철학의 시작"이라는 교수님의 말을 듣고 자신감을 얻었다. 삶에 대한 혼란을 겪는 것이 단지 사춘기라는 핑계로 인해 무시된 과거가 이제는 부끄럽지 않았다. 나는 준비된 철학자였고, 더 나은 인생을 구축할 힘이 있다는 사실을 이 강좌에서 확인했다.
여전히 내 인생의 해답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절망하지 않는다. 변화무쌍한 인생에 딱딱하고 공식적인 '해답'을 대입한다면 그것은 인간적이지 못한, 기계적인 일상의 반복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갈구하던 인생의 '길'도 역시, 지금에 와서는 허상이라고 느낀다. 내가 정한 방향으로 전진하다 보면 길이 생기지 않을까?
나는 철학으로 세상을 보고 나를 관찰했다. 그리고 그에 따른 수확으로 삶에 대한 방향을 정할 능력을 확인했다. 그런데 살아가면서 내가 서있는 위치는 언제나 다를 것이고,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은 나에게는 철학이 언제나 필요할 것이다. 다음에 이런 강좌가 다시금 열린다면 반드시 참석하고 싶고, 계속 철학을 탐구하여 내 인생에서 깊은 의미를 탐색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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