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10월 중순에서 11월 초순으로 연기
중국의 베이징에서는 이달 초순 북한의 대규모 투자 설명회가 예정돼 있었다. 이 설명회는 당초 10월 중순에 열기로 했던 것이지만 11월 초순으로 연기됐다. 우리 정부가 한국인의 설명회 참여를 사실상 불허하자 한국인의 참여를 중심으로 계획했던 일정 조절이 필요했던 것이다.
11월 초순으로 설명회를 연기하면서 당시 북한 측은 남한의 참여 없이도 설명회는 아무런 문제없이 잘 치러질 것으로 자신감을 보였다. 그리고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한민족 기업인인 한상(韓商)과 중국계 기업인인 화상(華商) 측에 설명회 참가 초청장을 보냈다.
설명회 기간은 11월 6일부터 9일까지. 첫 날 일정은 북한이 신설한 경제 지도 기구인 국가경제개발위원회의 위원장과 부위원장이 직접 참석해 북한이 계획하는 관광 특구와 경제 특구 개발 계획을 발표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머지 날에 그룹별 미팅을 하는 일정이었다.
실질적으로는 북한의 투자 유치 설명회이지만, 형식적으로는 중국 국무원 산하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의 국제협력센터 해외투자연구소가 주최하는 세미나 방식을 취했다. 세미나 제목은 '동북아 지구 경제 성장 세미나'였다. 중국 정부가 북한에게 투자 설명회의 장을 마련해준 것이었다.
| ▲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국제협력센터 해외투자연구소가 9월 5일자로 한국 측에 보낸 세미나 초청장. ⓒ김승재 |
| ▲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국제협력센터 해외투자연구소가 9월 30일자로 보낸 세미나 연기 공문. ⓒ김승재 |
중, 북 실용 위성 계속 발사 계획에 자극 받아
그런데 세미나 개최 날짜를 불과 며칠 남겨둔 상황에서 이번에는 중국 측에서 돌연 난색을 표시했다. 이유는 최근 북한이 발표한 실용 위성 계속 발사 계획 때문이다.
지난 10월 28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실용 위성을 계속 발사하겠다는 북한의 의지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10월 23일 북한은 유엔 총회에서 나라의 경제 발전과 인민 생활 향상에 필요한 실용 위성을 계속 쏘아 올릴 것임을 다시금 천명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를 전면 배격한다. 앞으로도 국제법적 절차를 밟아 투명성을 보장하면서 실용 위성들을 계속 발사하겠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이러한 발표가 중국을 자극했다는 것이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은 지난 2월 북한의 제3차 핵실험이 진행된 뒤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에 찬성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리고 중국은행의 북한 조선무역은행 계좌 폐쇄와 거래 중단 등 대북 제재 이행 조치를 취했다. 그런데 북한이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를 전면 배격한다면서 실용 위성 발사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중국으로서도 수용하기 어려운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이런 와중에 북한이 지난해 말 장거리 미사일 '은하 3호'를 발사한 서해 동창리 발사장에서 새로운 공사를 잇달아 진행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교 국제관계대학원 산하의 한미 연구소가 보고서를 통해 밝힌 것이다. 연구소는 "최근 촬영한 상업용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북한이 동창리의 서해 위성 발사장에서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북한이 더 큰 로켓과 새로운 이동식 미사일 발사를 위한 준비 작업을 하고 있고, 앞으로 서해 발사장이 핵심 미사일 실험장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북한이 보이는 일련의 움직임은 한 쪽으로는 무력을, 다른 한 쪽으로는 경제를 추구하는 이른바 '핵-경제 병진 노선'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외자 유치를 위한 공개적인 행보를 보이는 가운데 위성 발사 계획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때문이다. 물론 국제 사회는 북한의 이러한 투 트랙 행보를 비난하며 무력 노선을 포기할 것을 종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 주도로 베이징에서 북한 투자 설명회를 개최한다는 것이 중국으로서도 부담이 컸을 것으로 분석된다.
베이징에서의 북한 투자 설명회 개최 쉽지 않을 듯
북한은 베이징에서의 투자 설명회를 역대 최대 규모로 준비하고 있었다. 올해 들어 북한은 외자 유치를 위해 나름 착실한 준비를 해왔다.
지난 5월말 북한 전역을 개발하려는 의지로 경제개발구법을 새롭게 제정한 데 이어 7월말에는 국가경제개발위원회를 신설했다. 이 신설 위원회의 당 비서에 대남 정책 총책임자인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의 친동생인 김양국을 앉혀 힘을 실어줬고 장관급 위원장에는 김기석을 임명했다.
그리고 베이징에서 국가경제개발위원회의 위원장과 부위원장이 첫 등장하며 북한의 관광 특구와 경제 특구 등 개발 계획을 대외적으로 발표할 계획이었다. 예정대로 됐다면 장관급과 차관급이 직접 설명회장에 등장해 북한의 경제-관광 특구 계획을 대외적으로 천명한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이러한 계획은 미궁에 빠져버렸다. 처음 남한 정부가 제동을 걸 때만 해도 북한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한국인 외에도 외국인 투자자는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었다. 전 세계 한상과 화상을 상대로 러브콜을 던졌다.
하지만 중국이 제동을 걸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세미나는 일단 연기됐다고 하지만 베이징에서 개최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현실이다. 중국이 문제 제기를 한 부분은 북한이나 중국 양쪽 모두 물러설 수 없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추구하는 '핵-경제 병진 노선'에 대해서 '후견국' 중국마저 견제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이제 북한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