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4개월 만에 재개된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상봉 대상자들은 기대에 찬 표정으로 1차 집결지인 강원도 속초에 속속 도착했다. 이들은 건강검진과 방북 교육 등을 받은 뒤 내일 오전 금강산 현지로 이동할 예정이다.
19일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한화리조트는 이번 상봉에 참가하는 82명의 상봉 대상자들과 동반가족 58명,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대한적십자사 자원봉사자들과 취재진들로 오전부터 북적였다. 상봉 대상자들은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속속 리조트로 모여 들었다.
상봉 대상자들은 리조트 도착 이후 건강검진을 받았다. 고령의 참가자들이 추운 날씨와 상봉의 감격으로 건강에 이상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미리 건강 상태를 파악하기 위한 절차다. 그런데 건강검진을 받지 않겠다는 참가자들도 곳곳에서 발견됐다. 혹여나 진단이 안 좋게 나올 경우 금강산에 가지 못할 것을 우려해 검진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다.
이날 현장에서 검진을 실시한 담당 의사는 “건강이 심각한 정도는 아니지만 대상자들의 혈압이 전체적으로 높아서 걱정”이라며 “금강산 날씨가 추운데 이럴 경우 뇌졸중, 뇌출혈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주무시기 전에 방으로 의료진들이 직접 방문해 재검진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건강 문제 때문에 상봉을 포기해야 할 대상자가 발생하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주 내내 상봉 대상자들을 초조하게 했던 폭설도 다소 잠잠해진 모습이다. 이날 속초 현지에는 눈이 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금강산으로 이동하는 데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상봉 대상자들은 20일 오전 금강산으로 출발해 오후 3시 금강산 호텔에서 진행될 단체상봉을 시작으로 21일 오전 개별상봉, 공동 중식, 오후 가족단위 상봉을 가진 후 22일 오전 작별상봉을 끝으로 2박 3일간의 일정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간이침대에 실려왔지만···꼭 한번 만나고 싶다
이날 전국 각지에서 속초로 모여든 대상자들은 각기 다른 안타까운 사연들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이동식 침대에 누운 채 수액을 맞으며 집결지에 도착한 김섬경(86) 씨는 감기 증세가 있음에도 어떻게든 금강산에 들어가 아들과 딸을 만나겠다고 밝혀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퇴원한 지 사흘만에 금강산으로 가는 박춘재(72) 씨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속초에 도착했다. 그는 최근 집에서 쓰려져 20여 일 동안 입원 치료를 받은 뒤 얼마 전 퇴원했다. 박 씨는 “못 볼 줄만 알았던 조카들을 보고 싶은 마음에 몸이 불편해도 여기까지 왔다”며 상봉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아직 상봉을 시작하지도 않았지만 벌써부터 3일 후의 헤어짐을 걱정하는 참가자도 있었다. 박운형(92) 씨와 함께 상봉길에 오르는 아들 박철 씨는 “기쁘다기보다는 침울하다. 내일모레 헤어질 때의 그 아픔, 절실함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면서 “아버지가 92세이신데 충격 받으실까봐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신 왕래라도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표했다.
한편 상봉 행사를 위해 이날 대한적십자사 소속 자원봉사자 200여 명이 상봉 대상자들의 등록과 방북 준비를 도왔다. 지난 2002년 4차 상봉 때부터 자원봉사자로 참가했던 임성자(70) 씨는 2007년 금강산에서 열렸던 이산가족 상봉을 떠올리며 “현장에서 상봉 장면을 접해보면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이 가슴이 아프다”면서도 “또 그만큼 보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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