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상 치르게 다 나가 달라. 우리들은 당신들의 상품이 아니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실종됐던 용유초등학교 28회 동창생 7명의 시신이 안치된 22일 오전, 인천시 서구 국제성모병원 빈소에 조문객들이 하나둘씩 들어서기 시작했다.
현장 분위기는 말 그대로 '초상집'이었다.
다수의 언론사와 방송사에서 장례식장을 방문했지만 대다수의 유족들과 조문객들은 취재를 거부했다.
동창들의 유족으로 보이는 한 남성은 장례식장 복도에서 "초상 치르게 다 나가 달라. 우리들은 당신들이 상품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한 조문객은 "진도에서는 취재진들이 '몰매'를 맞았다"라며 이유를 묻자 "일부 언론사들이 과열 경쟁을 하며 오보를 내보내 실종자 가족들이 더 화가 나 있는 상태"라고 귀띔했다.

빈소는 각각 1곳씩 7곳이 차려졌고 합동분향소가 1곳 마련됐다. 곳곳에서 통곡 소리가 들려왔다.
"구명조끼를 친구들한테 전부 던져 주면서 너는 왜 못 나왔냐…."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친구들에게 3벌의 구명조끼를 주고 희생된 고 정모(61) 씨의 큰 형 정연식(69) 씨가 넋두리했다. 지난 12일 가족들과 간소하게 환갑잔치를 하고 16일 친구들과 여행을 간다며 떠났던 정 씨는 이날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왔다.
"구명조끼 받은 사람들도 살아 나왔지만 마음이 불편하지."
형 정 씨가 당시 구명조끼를 받고 구조된 사람들의 말을 전했다.
8남매의 정 씨 집안 중 첫째 딸인 정연의(71) 씨가 옆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훔쳐냈다. 주머니에서 꺼낸 손수건은 이미 많은 눈물을 닦았는지 눈물 자국이 선명했다.
얘기하던 중 동생과 함께한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서였을까. 끝내 형 정 씨마저 눈물을 보였다.
"우리 형제는 우애가 굉장히 좋았어.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너'라고 까지는 해도 '너 이자식'이라고는 절대 못불렀거든…. 남들처럼 아웅다웅 치고받고 싸우면서 지냈으면 그냥 그러려니 했을텐데 전혀 그런 것 없이 사이 좋게 지내와서 더 가슴 아픈 거지. 내 살도 줄 동생이었는데…."
형 정 씨는 형제간의 우애가 돈독했다며 지난날을 회상했다.
"오늘 아까 시신을 봤는데 얼굴이 다 멍이 들고 입에서는 피가 나오고 그러더라고. 사진 보면 알겠지만 그 좋은 얼굴이 그렇게 변해서 얼마나 마음이 아퍼. 저 아까운 동생을 어떻게 보내냐고."
그는 눈물을 글썽이며 하소연했다.
이번에 숨진 정 씨는 일생을 지역사회 공헌을 위해 활동해 왔으며 가진 건 없지만 항상 베푸는 삶을 살아왔던 터라 주변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용유초 28회 동창생의 10년 후배인 계원용(51) 씨는 "형의 초교 동창이면서 가족이기도 한 이종사촌 이모(60) 씨를 잃었고 고종사촌 정모(61) 씨는 시신도 못찾았다"며 "형도 이번 여행에 같이 가려고 했지만 여의치 않아 못갔다"고 말했다.
이 동창생들은 평소 서로 우애가 유별난 기수로 알려졌으며 전체 110여 명 중 모임을 하면 3~40명 정도가 기본으로 참석했다고 한다.
이번에 시신이 발견돼 함께 국제성모병원에 옮겨진 최모(60) 씨는 지난 19일 둘째 아들의 결혼식을 앞두고 여행을 떠났다가 화를 당했다.
용유초 동창생 17명 중 5명이 구조됐고 동창회장 백평권(60) 씨를 비롯해 8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백씨의 시신은 22일 오전에 장례를 치르고 부평승화원에 안치됐다. 나머지 4명은 실종 상태다.
이날 장례식장에서 시신을 본 사람들은 "시신이 처음에 기름이 묻어 있었는데 기름을 닦아내니 부패되지 않은 상태로 아주 깨끗했다"며 더욱 안타까워했다. 심지어 "여자들은 화장도 그대로 남아있었다"고 전했다.
한편 시는 22일부터 이곳에 이번 사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합동분향소를 설치해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세월호에 탑승한 인천시민은 현재까지 36명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이 가운데 22일 오후 2시 기준으로 19명이 구조됐으며 11명이 숨지고 6명은 실종상태다.
시 관계자는 "국제성모병원과 협의해 이날부터 유족대표가 원하는 시기까지 합동분향소를 운영할 계획이며 분향소는 최대한 검소하고 엄숙한 분위기가 나도록 설치했다"고 전했다.
제단에는 영정사진, 향로, 향합, 촛대, 헌화용 국화, 조문록 등을 설치하게 된다.
시는 이날 오후 9시부터 조문객들이 조문할 수 있도록 조치할 예정이다.
또한 시는 분향소를 찾는 조문객들의 안내와 편의제공 등을 위해 시 공무원들로 조를 편성해 근무토록 할 방침이다.
아울러 이날부터 분향소 운영이 종료될 때까지 언론매체, 전광판 등을 활용하고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범시민 애도분위기를 조성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이번 사고 희생자들이 안치됐던 장례식장에 장례비용 지급보증을 해 유족들이 장례비용 문제로 장례에 차질이 빚지 않도록 조치하고 있으며 부평승화원과 만월당 이용에 따른 화장비용과 봉안 비용도 전액 면제해 주고 있다"고 밝혔다.
또 "전남 진도군에 인천소방안전본부 소속 구급차 10대와 29명의 소방인력 및 20여 명의 공무원을 파견해 사고수습을 지원하고 있다. 정부의 특별재난지역 지정과 관련해 인천시민 피해자도 수혜대상에 포함될 수 있도록 건의하는 한편, 이번 사고 희생자가 타 지역 화장시설을 사용할 경우 해당 지방자치단체 조례의 감면조항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조치를 건의했다"고 덧붙였다.
인천뉴스=프레시안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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