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지방선거가 막판으로 치달으면서 제주지역 후보들이 고소·고발전을 벌이거나 상대 후보를 비방하는 폭로전이 벌이는 등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정책선거는 온데간데없고, 막장으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세월호 참사로 조용한 선거 기조가 유지되던 제주지역에서도 선거전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과열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일부 선거구에서는 상대 후보에 대한 인신공격 및 폭로전을 펼치는 구태·악습이 되풀이되고 있다.
고소·고발전은 도지사 선거는 물론 도의원 선거에 이르기까지 선거 단위와 지역을 가리지 않고 막판 선거분위기를 험악하게 몰아가고 있다.
◇ 신구범 후보 측 검찰고발에 원희룡 후보 측 “한심한 네거티브 공세” 신경전
우선 제주도지사 선거를 보자.
그 동안 새누리당 원희룡, 새정치민주연합 신구범 후보 양측 모두 정책선거, 네거티브 하지 않고, 돈 안 쓰는 클린 선거를 치르겠다며 ‘조용한 선거’ 기조를 유지해왔다.
물론 새정치민주연합은 후보캠프와는 별개로 도당 차원에서 ‘검증’ 차원의 집중 공세를 펴왔다. 과거 4.3위원회 폐지법안 공동발의, 5.18학살 주범인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세배, 부자감세 법안 서명 등 주로 과거 국회의원 당시 의정활동에 대한 검증 차원이라는 것이 새정치민주연합 측의 설명이었다.
새정치연합 측의 수십 차례 논평·성명 등을 통한 검증공세에도 원희룡 후보 측은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급기야 새정치연합 측이 꺼낸 카드는 원 후보에 대한 검찰 고발. 지난 3월16일, 제주시 관덕정 앞 광장에서 있었던 원 후보의 출마회견을 문제 삼았다. 고발은 중앙당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 명의로 이뤄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원희룡 후보 측은 반응하지 않았다. 원 후보 측이 발끈한 건 신구범 후보 측이 지지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가 레이더망에 걸려들면서다.
신구범 후보캠프에서 “원희룡 관덕정 출마 기자회견! 검찰에 고발, 혐의 인정되면 당선무효, 재선거”라는 내용을 담은 문자메시지를 대량 발송한 사실을 확인한 원 후보 측은 31일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말도 안 되는 네거티브 공세”라며 공식 대응에 나섰다.
원 후보 측은 “신 후보가 당선 가능성에서 멀어졌다고 하지만, 해도 너무하는 네거티브를 자행하는 모습이 참으로 한심하고도 안쓰럽다”며 “당시 기자회견은 선거관리위원회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공식확인한 가운데 진행된 적법한 회견이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정책선거를 표방했던 신 후보 측이 말도 안되는 네거티브 공세를 이어가는 모습이 개탄스럽고 안타까울 뿐”이라며 “안철수 새정치연합 대표가 내세우는 ‘새정치’의 실체가 고작 이런 것이었나. 새정치연합의 네거티브 만능 정치를 확인한 제주도민들은 실망감에 치를 떨면서 앞 다퉈 등을 돌리고 있다”고 역공을 폈다.
◇ 도의원선거, 전과기록 누락 등 허위경력 문제 쟁점…폭로→고발로 비화
폭로전은 도지사뿐 아니라 도의원 선거전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단골 메뉴는 허위경력 문제다.
새정치연합은 31일 16선거구(애월), 19선거구(한경·추자)에 출마한 새누리당 후보의 범죄경력 허위기재 의혹을 제기했다. 두 선거구는 새정치연합 측이 경합 지역으로 분류한 곳이다.
16선거구(애월) 고태민 후보를 향해서는 “선거공보에 ‘전과기록은 1991년도 단순도박 형사 건이며, 행정벌은 1995년 1월 일반사면(대통령령 14818호)됐다’고 기재했지만, 마치 도박죄로 형사 처벌된 것이 사면된 것처럼 보이도록 교묘히 속였다”며 그 자체가 허위사실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19선거구(한경·추자) 좌중언 후보를 향해서도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의 전과기록에 지난 1988년 2월 노사분규시 공권력투입과정에서 노조와 회사간에 충돌로 인한 사건으로 사실조사결과 무혐의로 판명. 특별사면 처리됐다고 밝히고 있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면 기소자체가 이뤄지지 않았어야 한다. 그럼에도 무혐의 판명 사건을 특별사면 받았다고 하는 것은 둘 중 하나는 허위의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1일 오후 2시에는 기자회견까지 열어 새누리당 도지사 및 도의원 후보들의 선거법 위반사례를 일일이 열거한 뒤 검찰과 선관위의 신속하고도 엄정한 수사를 촉구할 예정이다.
새정치연합 후보들이 혹독한 검증 공세를 당하는 곳도 있다.
제5선거구(이도이동 을)에서는 무소속 강성민 후보가 새정치연합 김명만 후보를 겨냥해 “도민혈세로 아들이 연출한 공연행사에 8천만원을 특혜 지원했다”고 폭로했다. 또 2건의 음주운전과 세금체납 건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히고 ‘석고대죄’ 하라고 공세를 폈다.
제22선거구( 동홍동)에 출마한 양임숙 후보(새누리당)도 상대 후보를 향해 “일반교통방해, 특수공무집행방해, 공용물건 손상, 지방의회의원 선거법,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죄를 민주화운동으로 미화하고 있다”고 네거티브 공세에 가세했다.
이에 위성곤 후보는 1일 “변지수를 짚어도 한참 잘못 짚은 네거티브 공세”라며 “제가 민주화운동 과정 속에서 얻은 죄목들을 나열하며 마치 시정잡배 취급하려는 양 후보의 ‘불순한 의도’는 오랜 공직자 출신으로서 보일 태도는 아니라고 본다”고 일축했다.
◇ 후보 간 ‘맞고소’ 동향 선·후배끼리 으르렁…“누가 되든 후유증 심각”
심지어 ‘맞고소戰’으로 동향 선·후배가 싸우고, 경찰까지 출동하는 사단이 벌어지기도 했다.
좌(左)씨끼리 혈투를 벌이고 있는 19선거구(한경·추자)의 경우 사기 등의 혐의로 한 쪽에서 상대후보를 겨냥한 고소장이 접수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무고’로 맞고소가 이뤄지는 등 혼탁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급기야 지난 5월30일에는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양측이 충돌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좌중언 후보를 지지하는 쪽에서 기자회견을 가지려고 하자 경쟁상대인 좌남수 후보 측 지지자들이 몰려와 항의하면서 몸싸움 일보 직전까지 갔고, 경찰까지 출동하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연출됐다.
좌남수 후보 지지자들은 “(좌중언 후보 측이) 판세가 불리해지자 선거 막판 흑색 비방을 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하려 했다”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이들은 고향 선후배들로, 그 동안 청년회 활동도 같이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 때문에 갈라져 고향 선후배들 사이에 갈등과 반목이 심해진 셈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조용한 선거가 선거 막판 승부에만 집착한 후보자들의 폭로·비방전, 고소·고발 행태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고소·고발 사건의 경우 사법당국의 판단에 따라 재선거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어 선거 후유증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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