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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을 금하는 우리 교육, 창의력을 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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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을 금하는 우리 교육, 창의력을 죽인다

[기고] 스웨덴 교육이 주는 시사점

교육의 궁극적 목표는 독립적이고 비판적 시각을 가진, 그리고 이를 토대로 한 창의적 인간을 길러내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교육은 이 부분에서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초등학교를 넘어서면 정답이 있는 사실 위주의 지식교육이 주를 이루고 있다. 교수 학습 방법 또한 학생을 교육의 객체로 삼아 지식을 전달하는 전근대적 교수방법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학생들의 학력평가 방식도 마찬가지다. 공정성과 변별력에 초점을 둔 표준화된 선택형 시험이 주요한 시험의 주를 이루고 있으며 이러한 시험 방식은 아이들의 사고력보다는 암기력을 훨씬 중요시한다. 시장경제 논리에 의한 경쟁을 통한 걸러내기식 교육이며 주입식, 암기식 교육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교육방식은 속히 극복해야 되고 학생들의 사고력 신장과 창의력에 초점을 두는 교육으로 전환돼야 한다. 교육에서의 이러한 혁신 없이는 우리 사회에서의 정치와 경제에 있어서도 제 2의 도약을 꿈꾸기는 어렵다. 교육혁신의 관점에서, 특히 교수학습방법과 평가방식에서 스웨덴 교육은 우리 교육에 주는 시사점이 크다.

현실과 연계된 수업과 논문 위주의 평가

2010년 가을 10월 말 고등학교 2학년인 딸아이가 받아온 논문 숙제는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국어, 사회, 역사 교사가 공통으로 낸 논문 주제가 ‘역사적 사실을 들어서 내셔널리즘이 어떻게 표출되는가를 연구하라’였고 A4 용지 분량으로 10-15페이지를 작성하라는 것이었다. 주제도 쉽지 않았거니와 양도 결코 적지 않았다. 또 세 명의 교사가 공통으로 숙제를 낸 것도 흥미로웠고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 이렇게 어려운 주제를 소화해 내는지가 가장 궁금했다. 딸아이를 통해 역사와 사회 시간에 공통수업을 하고 프로젝트 형태로 분야별로 연구하여 발표하기도 했다는 걸 알아냈다. 그리고 두 과목이 다룬 주제는 주로 1, 2차 세계대전을 위시한 전쟁이었다는 것도 알아냈다. ‘내셔널리즘’이 그러한 전쟁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간주한 것을 짐작하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즉 주제 중심의 수업형태였고 마지막 부분으로 학생들이 제출하고 발표하는 이 논문이 3과목의 성적을 좌우하는 평가방식이었다. 사회 역사 교사가 공통으로 수업도 하고 논문숙제를 낸 것은 이해가 가나 국어 교사가 거기에 포함된 것은 쉽사리 이해가 되지 않아 국어교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물어봤다. 국어교사는 A4 용지로 된 논문 10-15페이지를 보면 학생들의 국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어휘력, 문장 구사력, 문장 완성도, 문체 그리고 문법 실력까지 볼 수 있고 특히 간결체와 만연체, 과학적 표현과 시적 표현을 섞어 멋진 스웨덴어를 구사하는 능력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일리가 있다 싶었다.

학기가 끝날 무렵 학생들의 논문을 복사하여 읽어 보았다. 기억에 남아있는 논문 두 개만 언급하겠다. 한 학생은 미국의 9·11 테러사건을 소재로, 이 테러사건이 어떻게 미국의 내셔널리즘을 증폭시켰는가를 논문의 주제로 잡았다. 학생은 이 주제에 대답하기 위하여 미국의 주요 공항에서의 검문검색의 형태와 양의 변화를 연구했고 이를 미국의 내셔널리즘과 연결시켰다. 주요 공항의 검문검색의 형태와 양의 변화를 알아내기 위해서 학생은 주요 공항이 있는 주의 신문을 인터넷을 통해 검색해서 논문을 썼다. 무척 흥미로운 것은 내셔날리즘이라고 했을 때 이 학생은 테러사건과 연계하여 공항의 검문검색으로 구체화한 문제설정 능력이다. 영어실력 또한 대단했다. 

또 다른 한 학생은 2010년 9월 25일 일본말로 센가쿠, 중국말로 댜오위다오라는 군도에서 중국 어선과 일본 순찰함이 충돌한 사건을 논문의 주제로 삼았다. 당시 일본은 자기 영해라며 중국 어선을 나포하고 선원들을 억류했다. 그러자 북경대에서부터 반일 시위가 일어났고 세계 여론도 좋지 않았다. 일본은 배를 중국으로 돌려주고 선원들을 풀어주었으나 선장만 계속 억류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일본에서 시위가 일어났다. 일본 우파가 자기 영해를 침범한 배를 왜 그렇게 쉽게 돌려주냐며 동경거리에서 시위를 했다. 그 와중에 아세안 (ASEAN) 회의가 열리고 두 나라 외교부 장관은 아세안 회의에서 조우했지만 악수도 하지 않고 지나치는 것을 외신기자들이 놓치지 않고 사진으로 기사화했다. 스웨덴 조간신문에 이 사건이 몇 차례 실렸다. 

한 학생은 이것을 놓치지 않고 ‘중국의 어선과 일본의 순찰함이 충돌하는 작은 사건이 왜 이 두 나라 사이에는 외교적으로 크게 비화하는가?’라는 주제를 선정한다. 이 학생은 두 나라 사이에서 내셔널리즘이 작용했다고 짐작한 것이었다. 학생은 이 논문의 주제에 대답하기 위하여 두 나라 사이에서 일어난 1937년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난징대학살이었고, 일본이 2-30만 명 이상의 중국 포로와 양민을 학살한 사건이었다. 이것이 바로 세계의 중심이라고 생각한 중국이 일본에게 패한 세계 제 2차 대전의 아시아판이었고 일본은 그렇게도 잔인한 전쟁을 치르고도 전후 한 번도 진솔하게 사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으로 이 두 나라 사이에는 배가 충돌하는 작은 사건도 외교적으로 크게 비화한다는 결론을 학생은 내렸다. 나아가 이 학생은 내셔널리즘을 공격적 및 방어적 내셔널리즘으로 분류하고 공격적 내셔널리즘이 위험하고 전쟁의 원인이 되며 독일 나찌와 일본 국군주의가 전형적인 예라고 했다. 자료비판에서 중국과 일본에서 나온 자료는 객관성을 잃었다며 논문에서 제외하고 미국, 러시아, 스웨덴에서 나온 자료만 사용한다고 밝혔다.

이 세 과목의 수업은 이렇게 논문을 쓰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모든 학생은 자신의 논문을 발표하고 다른 학생의 논문을 비판하도록 했다. ‘건설적 비판’을 이때 사용하며 어떻게 하면 논문을 좀 더 좋은 논문으로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비판적 의견을 제시하도록 했다. 이 모든 과정을 종합하여 그 학기의 사회, 역사, 국어 과목의 성적이 결정됐다.

비판적 사고에 기초한 창의력

위의 예는 교육에 있어서의 두 가지 아주 중요한 사실을 보여준다. 첫째, 문제설정 능력, 즉 창의력이 무엇인지 하는 문제에 강한 시사점을 준다. 내셔널리즘이라고 했을 때 첫 번째 학생은 미국에서의 테러사건과 연결시키고 두 번째 학생은 중국과 일본 사이의 사건으로 연결시켰다. 이것이 바로 문제설정(problematization) 능력이고 다른 말로 하면 창의력이다. 우리나라에서 창의력을 창체활동이나 텃밭가꾸기에서 키울 수 있다고 믿는 모양인데 절대 그렇지 않다. 창의력은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예체능 등 모든 과목수업에서 학생들이 비판적 시각으로 책을 읽고, 사물과 현상을 대하며, 자신들의 생각을 다른 학생들과 토론하고 그리고 끊임없이 사고함으로써 키울 수 있는 것이다. 즉 정답이 있는 사실 위주의 주입식, 암기식 교육으로는 창의력을 키우는 데 문제가 많다.

둘째, 우리가 사는 사회와 동떨어진 교육은 살아있는, 깊이 있는 교육이 못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위 예에서 보듯이 스웨덴 학생들은 내셔널리즘이라는 어려운 개념을 자신이 살고 있는 주위나 다른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례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런 연결 없이 습득하는 지식들은 형이상학적이고, 우리들의 삶과 동떨어진 지식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OECD 나라들 사이에서 3년마다 이루어지는 국제 민주주의 소양테스트(ICCS, International Civic and Citizenship Education Study)에서 한국학생들이 민주주의가 무엇인가 하는 지식적 측면에서는 아주 좋은 성적을 얻지만, 민주주의 가치나 행태 또는 참여에서는 OECD 나라들 중에서 꼴찌를 면치 못하고 있다. 즉 민주주의가 무엇인지는 알고 있지만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의 지식 위주의 학교 교육이 갖고 있는 큰 문제라 할 것이다. 

한 가지 더 예를 들면, 얼마 전 교육부가 각 시도 교육청에 세월호 참사와 관련하여 ‘학교 앞 1인 시위’, ‘세월호 관련 공동수업’, ‘중식 단식’, ‘리본 달기’를 실질적으로 금지하는 공문을 보냈다. 이는 학생들의 사회적 참여를 금지하는 것이고 특히 세월호 참사와 관련하여 수업을 못하게 하는 반교육적 처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하여 ‘책임’, ‘신뢰’, ‘정부의 역할’, ‘민주주의’ 등에 대해 살아있는 공부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우리 교육부는 정치적 중립이란 미명하에 금지한 것이다. 좀 더 긴 안목에서 우리 학생들을 참여하는 민주시민으로 길러내야 하는데 그렇게 못한 강한 아쉬움이 남는 교육현장이다. 위의 예에서도 봤듯이 스웨덴 학생들이 국내외의 문제들을 소재로 내셔널리즘, 민주주의, 평등, 자유 등의 어려운 문제를 공부하는 것과는 상당히 대조된다.

교육의 가장 궁극적 목표인 독립적이고 비판적 시각을 가진, 그리고 이것을 토대로 한 창의적 인간을 길러내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교육이 교수학습방법과 평가방법에서 근본적 혁신이 일어나야 하고 스웨덴 교육은 이런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할 것이다.

* 이 글은 'click 경제교육' 12월호에 실린 글을 첨가, 보완한 글이다. 필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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