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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25일 평창, 이런 모습을 보기를…

[기고] 평창올림픽이 오기 전 해외입양 종결 하자!

2018년 2월 25일

2018년 2월 25일은 한반도에서 각별한 하루가 될 것이다. 오전에는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제19대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고, 저녁에는 강원도 평창에서 동계올림픽 폐막식이 거행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 날의 하루는 사저를 출발해서 취임식장으로 이동하는 새 대통령의 동선을 실시간 중계하는 방송을 들으며 시작될 것이다. 저녁이 오면 방송 카메라들은 백설로 뒤덮인 강원도의 한 산간도시 평창으로 돌려질 것이다. 화면에서 우리는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장에 나란히 앉아 있는 전·현직 대통령의 모습을 지켜보게 될 것이다. 우리는 그 날 밤 화려한 불꽃놀이가 연출하는 자축감에 젖은 채로 기분 좋게 잠자리에 들게 될 것이다.

3년이 채 안 되는 후일의 그림이다.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의 누리집에는 이 글을 쓰는 오늘 평창올림픽이 940여 일 후에 열린다고 뜬다. 이 날들이 덧없이 지날까봐 오금이 저린다. 날이 얼마 없는데,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만만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런 마음은 평창동계 올림픽을 앞두고 프리스타일 스키 국가대표팀의 감독직을 맡고 있는 입양인 토비 도슨이 메달을 획득해야 하는 과제 때문에 지금 느끼고 있을 그런 스트레스에 비길 수 있을까?

해외입양종결국가가 되기를 바라고 노심초사한다

평창올림픽이 오기 전에 우리나라가 해외입양종결국가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즈음해 우리나라는 국내외 언론으로부터 아동판매국가라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미국의 진보적인 신문 프로그레시브(The Progressive)의 로스차일드 기자의 '아동판매'라는 기사를 필두로 해서 뉴욕타임스와 뉴스위크를 비롯한 해외언론들이 올림픽이라는 세계적 잔치를 개최할 만큼 부유한 한국이 ‘고아수출 1위 국가’임을 보도했다. 조선일보를 필두로 한 국내의 언론에서도 이 문제를 간과하지 않았다. 아동 1인당 해외입양수수료(4500달러 이상)는 그 해의 1인당 국민소득(4548달러)과 맞먹었다. 사실 이 땅에서 해외입양이 개시된 이래로 지난 60년 동안 해외입양 아동 1명에 대한 입양수수료는 언제나 그 해의 일인당 국민소득과 거의 비슷한 금액으로 나란히 증액되어 왔다. 국민소득이 3만 달러에 육박하는 요즈음에도 해외입양수수료가 1인당 2만5000달러를 넘나들고 있다.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이같은 문제제기에 정부는 즉각 반응을 했다. 1996년까지 해외입양을 종결하겠다는 정책이 발표되었고, 기아와 미아의 해외입양을 금지시켰다. 미아를 신속히 해외로 입양을 보내어 버린 이런 비윤리적 관행은 심각한 인권 훼손으로 질타를 받아오던 터였다. 이런 정부 정책의 변화는 실효가 있었다. 80년대 중·후반 거의 9000명에 육박하던 해외입양 아동의 수가 급격하게 감소하기 시작했다. 서울올림픽 이듬해였던 1989년의 해외입양아동 숫자는 4191명으로 반 토막이 났고, 불과 2년 후인 1990년에는 2000명 대(2962명)로 진입했다. 그러나 해외입양종결 약속의 해인 1996년이 가까워 오자, 정부는 해외입양 전면금지 정책을 취소했다. IMF 위기국면을 맞이한 1998년에는 해외입양 허가 요건을 느슨하게 풀어버렸으며, 결국 우리나라는 해외입양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부끄러운 얼굴로 새천년에 들어서야 했다.

국민의 정부 시절, 김대중 대통령은 세계 각국의 입양인들을 청와대로 초치해 사과를 했다. 사과에는 잘못을 인정하고 그것을 교정하는 정책이 따라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참여정부에 이르자 해외입양 문제의 극복의 방안으로 국내입양 활성화 정책이 제시되었고, 그 실현 방안의 하나로 2006년 입양의 날을 제정했다. 2007년에는 그 동안 간헐적으로 시행되곤 했었던 해외입양쿼터제를 다시 도입해서 매년 10%씩 해외입양아동의 수를 줄여 나가기로 했다. 2006년의 해외입양 아동 수가 1899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 정책의 목표는 매년 200명 정도의 해외입양을 감축한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었다. 비록 편차는 있었으나 정부의 의지는 가볍지 않았고, 초저출산국가의 위기와 맞물려 이 정책은 상당한 수준에서 효과를 보고 있었다. 심지어 미 국무성의 공식 누리집에서조차 한국으로부터의 아동입양은 2012년 무렵 종결될 것으로 언급되기도 했다.

미 국무성의 예측은 결국 빗나가고 말았다. 이는 참여정부와 이명박 정부를 이어오는 동안 보건복지부가 해외입양에 노출되는 아동의 숫자를 실효적으로 감축해갈 수 있는 로드맵 없었기 때문이다. 해외입양 종결을 담보할 수 있는 근원적 방책으로 요보호아동을 줄여나갈 수 있는 정책이 없었다. 바로 이 지점이 한국 보건복지부의 아킬레스건이었다. 장관의 이취임에 상관없는 해외입양 종결에 대한 흔들림 없는 중장기적인 정책로드맵, 즉, 미혼모를 비롯한 원가정을 보호하고 강화하는 정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채로 막연한 희망 사항만을 말해왔다. 허언이었다.

이런 정부 정책의 불안정성에도 불구하고, 국내로 귀환한 해외입양인단체들과 양육미혼모단체, 입양인원가족모임, 이들과 연대하는 시민단체들의 노력의 결과로 2012년 8월 5일 개정된 입양특례법이 시행되기 시작했다. 2013년에는 드디어 해외입양아동이 236명이라는 역사상 초유의 최저숫자에 도달하게 되었다. 10%의 해외입양쿼터제를 적용하면, 2014년이면 50명 이하의 해외입양에 이를 수 있고, 우리나라는 명실상부하게 해외입양종결국가임을 선언할 수 있는 날이 눈앞에 다가온 듯 했다. 그러나 바로 이 결정적인 시점에 정부는 똥볼을 찼다. 2014년 해외입양 아동 숫자가 535명, 전년 대비 230%로 급증해버리도록 두 손을 놓고 있었다. 입양보건복지부는 입양아동에 대한 해외이주에 대한 허가권을 가지고 있고, 아동은 보건복지부의 해외이주허가서를 발급받아야만 가정법원의 입양판결을 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정부는 통제 수단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 이를 사용하지 못했다.

아마도 이런 비판은 보건복지부에게는 좀 억울한 지적일 수도 있다. 입양기관이 아이를 데리고 온 친생부모에게 입양특례법에 따라 상담을 제공하고 수탁받은 아동을 보호하는 중에 합법적으로 해외이주허가를 요청해오면 보건복지부로서는 통제할 수 없다고 말할 것이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친생부모로부터의 아동 분리를 사법 당국이 결정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가 혹은 사법당국의 개입 안에서 아동 분리에 관한 결정이 먼저 이루어지고, 그 아동을 가정위탁을 통해 보호할 것인지, 시설보호를 할 것인지, 아니면 입양위탁할 것인지가 고려되어야 한다. 분리 상담과 결정 과정에서 입양이 최선으로 판명된 경우에만 입양기관에 연결되도록 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보건복지부는 입양 의뢰되는 아동의 수를 줄여갈 수 있고, 해외입양 종결에 이르는 길목을 챙겨갈 수가 있다.

정부가 지금이라도 이런 방식을 통해서 해외입양쿼터제를 원래의 취지에 맞고 또 좀 더 엄격하게 추진하면, 2015년에 300여 명 수준, 2016년에는 50명 내외로 떨어뜨릴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2017년에는 해외입양의 종결을 선언할 수 있다. 또 늦어도 이 무렵에는 이미 가입을 약속하고 서명까지 해 둔 헤이그국제입양협약에 정식으로 가입해야 한다. 가입을 약속했으면 늦지 않은 비준하는 것이 국제 간의 신뢰를 지켜가는 일이다.

이렇게 할 때만이 우리는 1988년 서울올림픽을 즈음해 다른 나라 언론으로부터 융단폭격을 받았던 ‘아동판매국’이라는 비난을 비켜갈 수 있게 된다. 문제는 정부가 이렇게 할 정책의지를 ‘지금’ 가지고 있는가다. ‘지금’을 놓치면, 평창올림픽 폐막식이 열리는 그 날, '때는 늦으리라'는 것이다.


▲ 토비 도슨 코치 ⓒ연합뉴스


국격을 위해 해외입양을 종결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해외입양 종결 선언 촉구에 대해서 ‘국격을 위해 아동의 가정을 가질 권리를 훼손하는 주장’으로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1) 국가의 명예를 위해 해외입양을 종결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 2) 아동이 가정을 가질 권리를 가로막고 나서는 것 아니냐, 3) 아동에게 가정을 찾아 주는 대신 시설에서 자라게 하자는 것 아니냐, 4) 이는 결국 아동인권 훼손적이고 반인륜적이라는 언설로 비판을 해왔다.

국가의 명예를 위해 아동의 행복권을 제한한다면 그것이야말로 국가주의의 전형이다. 그러나 지난 60년의 해외입양 그 자체가 국가주의의 산물임을 먼저 인정해야 한다. 20만에 육박하는 아동의 해외송출은 한국이라고 하는 국가의 국가이데올로기 관철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다. 이승만의 일국일민주의로 포장된 인종주의가 이 땅에 태어난 혼혈아동과 그 모성을 분리시키는 가혹함의 근원이 됐다. 박정희 정권 하에서는 경제성장제일주의의 국가이데올로기가 극빈가정의 아동을 그 친생부모로부터 격리해 해외입양을 보냈다. 사회복지비용의 절감은 물론 경제부흥의 선결 조건 중의 하나로서 인구조절정책의 유효한 수단이라는 국가적 이익 앞에 가난한 자들과 그 자녀들의 인권훼손은 면책될 수 있었다.

87년 체제 이후 30년 가까운 세월 역시 해외입양이 이런 국가주의적 이익의 한 수단으로 사용되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가부장제 이데올로기를 극복해내지 못한 사회의 미성숙을 스스로 극복하고 치유하는 대신, 그 실패를 은폐하는 교묘한 수단으로 해외입양이 활용되었다. 오늘날 해외입양 아동의 90% 이상이 미혼모 아동이다. 이런 상황을 아는 그 자체만으로도 아픔과 분노가 일어나지 않는가. 남성은 철저하게 자신의 유책을 은폐하고, 여성은 일생 동안 결별의 트라우마를 비밀로 안고 깊은 우울에 내몰리며 살아야 한다.

결국 해외입양아동은 가정을 상실하는 과정을 통해서 결국 국가경제에 보탬이 되고 인구 조절의 성공이라는 선물을 안겼으며, 인종주의와 가부장제 문제를 은폐하는 수단으로 사용됐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해외입양의 종결이야말로 국가주의의 종결을 요청하는 것이다.

이런 주장에 대한 반론으로 가정을 상실한 아동에게 가정을 찾아주는 일의 긴급성과 소중함이 제기된다. 하지만 아동에게는 원래 가정이 있었다. 아동의 원가정의 해체와 분리는 철저히 은폐되며, 이 과정에서 아동의 인권은 부인된다.

어쩌면, 2018년 2월 25일, 지금 평창동계올림픽 프리스타일 스키 국가대표팀 감독 토비 도슨이 다시 한 번 언론의 조명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프리스타일 스키에서 메달 획득이 나온다면 이는 불문가지이다. 한 입양아가 세계적인 스키 선수가 되었을 뿐 아니라 돌아와서 모국의 영예를 세계만방에 드러낸 영웅서사의 유혹을 이겨낼 수 있는 언론들이 많지 않을 것다. 그러나 바로 영웅서사가 한 국가의 실패를 감추는 가면극이 되지 않기를 소원한다.

국가는 미아가 발생하면, 국가의 시스템을 작동시켜서 그 아이를 친부모에게 돌려보낼 수 있어야 한다. 그게 국가다. 원래 이름이 김봉석이었던 세살박이 토비 도슨은 1981년 엄마의 손을 잡고 부산 범일동 중앙시장으로 나갔다가 인파에 밀려 미아가 되었다. 그의 부모가 봉석이를 찾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 동안, 봉석이는 김수철이라는 이름표가 붙여진 채로 미국으로 입양보내졌고, 국내에서는 그 종적을 찾을 길이 없는 아이가 됐다. 국가의 시스템에 의한 납치나 유괴라고 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25년여의 세월이 흐르고, 토비 도슨이 이탈리아의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획득하자, 그의 인권을 보호하는 일과 안정적 성장을 위해 손톱만큼도 기여한 바가 없는 한국은 그의 혈통에 기초한 영광을 추수하는 일에 뻔뻔하게 나섰다. 한국관광공사와 같은 준국가기관이 그의 친가족을 찾아주는 일을 위해 전면에 나서고 방송사들과 기업들과 입양기관이 그의 가족 찾기 성공의 기자회견장에 얼굴을 내밀기 위해서 각축을 벌였다.

토비 도슨이 이끄는 프리스타일스키 국가대표팀이 메달을 획득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의 영웅서사가 온 국민에게 기쁨을 선사하게 되기를! 동시에 그 날 우리는 이 영웅서사에 병치될 어떤 그림 하나를 꿈꾼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개최하면서 국제사회로부터 비난받았던 아동판매국가가 30년의 세월 동안 분투했고 마침내 해외입양을 종결할 수 있게 되었다는 바로 그런 그림이 이 영웅서사와 병치될 수 있기를! 우린 더 이상 자국 아동의 양육을 구미 국가의 선남선녀에게 부탁하는 민폐국가가 아니기를! 18·19대 대통령 이·취임식이 열릴 바로 그날, 2018년 2월 25일에 말이다.

(김도현 목사는 해외입양인센터 '뿌리의 집' 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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