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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야간학교 다니고 싶어."
"왜?"
"오전에는 자려고."
한숨부터 쉬고 이야기를 이어가자. 어휴…. 주말이나 공휴일에 깨우지 않고 놔두면 오후 2~3시가 넘도록 일어나지 않는 둘째 아이의 말이다. 친구들과 밤늦게까지 메신저를 주고받으니 아침에 일어나는 게 고역일 수밖에 없다. 이런 말을 하면 둘째 아이는 억울해한다. 그와 상관없이 그냥 잠을 더 자고 싶다는 것이다. 늘 졸린다고 한다. 딱히 대단히 열심히 공부를 하는 유형은 아니니 '학습 피로'에 의한 수면 부족이라기보다 '학습 의욕 상실' 증상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많은 청소년들이 그렇다. '성적 위주'의 제도권 교육에 별다른 재미를 못 느낀다. 학교에 가는 이유는 오로지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다. 이 또한 넓은 의미의 교육이기는 하다.
사실 나는 '교육'의 범위가 훨씬 더 넓어졌으면 좋겠다. 친구들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인간에 대한 예의, 생명에 대한 존중, 역사의 교훈, 국제정세와 같은 것들을 학창시절에 교과 과정을 통해 배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실생활에 필요한 교육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청소년들은 열악한 노동시장의 최저 위치에 놓여 있지만, 노동자의 권리를 배운 적이 없으니 불법노동 착취에 대응할 방법도 알지 못한다.
가정과 학교의 시선 밖에 놓인 청소년들의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부당한 상황에 처해도 상의할 사람이 없다. 인터넷을 통해 얻은 부정확한 정보나 비슷한 환경의 친구들끼리 주고받는 대화가 전부다. 사회에 대해 긍정적으로 학습할 기회가 좀처럼 주어지지 않는다.
물론, 제도권 교육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위와 같은 내용을 교육과정에 담고자 노력하고 있다. 학교와 교사에 따라 교육현장에서 인권교육, 민주시민교육, 노동인권교육 등이 적극적으로 이뤄지기도 한다. 그런 학교에 다니거나, 선생님을 만난 학생들은 행운아다.
나의 바람은 앞서 말한 것들이 교육과정에서 보편적·일상적으로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학교가 가르쳐 준다면 청소년들이 맨몸으로 사회의 거센 풍랑에 부딪히는 고됨이 덜어지지 않을까 싶다.
서론이 길었다. 꼭 필요하지만 '교육 사각지대'에 방치된 영역 중 하나가 '정치'다. 나와 같은 평범한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청소년 자녀와 대화하기 가장 어려운 주제 중 하나가 '정치'이기도 하다.
나는 어릴 적 부모님과 함께 '9시 뉴스'를 보면서 정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요즘은 과거와 달리 가족들이 한 자리에서 공중파 뉴스를 보지 않는다. 핸드폰 등 개인통신 기기를 통해 단편적 정보를 얻는다. 각자 뉴스를 접하니 대화와 토론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정치는 꾸준히 뉴스를 접하고, 정치인과 정당에 대한 사전 지식이 있어야 내용 파악이 쉽다. 멀리할수록 멀어지는 영역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교육의 필요성이 더 크기도 하다. 또한 정치교육은 정치참여의 한 형태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세대·연령과 무관하게 일상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민주주의가 발달한 나라에서는 정치교육이 다양하고, 활발하게 진행된다고 한다. 스웨덴의 경우 정당 차원에서 '청소년 여름캠프'를 진행하는데, 여기 참여했던 청소년들이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한다.
청소년 정치교육은 미래 시민교육의 측면에서 깊은 의미가 있다. 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청소년들은 곧 유권자가 된다. 그런 맥락에서 정치적 시민을 훈련·양성하고자 다양한 교육사업을 펼쳐왔던 '정치발전소'가 청소년 정치교육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이게 진짜 본론이다.
'정치발전소'가 준비한 청소년 정치 하루 캠프! '노잼? 꿀잼! 청소년 정치캠프(잼잼캠프)'를 소개하고자 한다. '잼잼캠프'는 청소년들이 즐겁게 참여하면서 정치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개선하고, 정치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학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잼잼캠프의 프로그램은 흥사단 교육운동본부가 소개한 독일정치교육의 원칙을 따르려고 노력했다. 독일은 보이텔스바흐 협약(1976년)에 정치교육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들을 정해 놓고 있다. 이에 따르면 ①가르치는 자는 자신의 견해를 배우는 자에게 강요해서는 안 된다. 배우는 자는 수업을 받음으로써 자신의 고유한 견해를 스스로 형성할 수 있어야 하고(강압 금지/교조(敎條)화 금지), ② 하나의 주제가 사회에서 대립적인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 가르치는 자는 주제를 이러한 대립적 입장이 드러나게 서술하고 논의해야만 하며(균형성 내지 대립적 논점의 확보), ③정치교육은 배우는 자로 하여금 사회의 정치적 상황과 배우는 자 자신의 위치를 분석하고 이러한 분석으로부터 자신을 위한 최종적 결론을 도출할 수 있도록 해야만 한다(배우는 자를 지향함).
여기서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짜는 것은, 한마디로 어렵다. 이미 캠프 10회는 진행한 기분이다. 어쨌든 프로그램은 나왔고, 캠프는 진행된다.
캠프는 입학식과 1, 2, 3교시, 졸업식으로 구성된다. 이름표부터 색다르다. 준비된 정치인 명단에서 자신과 닮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정치인을 선택하여 이름표에 부착한다. 물론 주최 측이 준비한 명단에 마음에 드는 정치인이 없다면 자신이 원하는 다른 사람으로 대신해도 된다. 그 정치인을 선택한 이유를 말하는 것이 자기소개다.
1교시는 민주주의 발견, 2교시는 정치의 발견, 2교시는 정당의 발견을 주제로 진행된다. 1교시는 게임과 참여를 통해 민주적 태도를 배운다. 협력의 중요성, 민주적 의사결정과 '갈등'이 발생했을 때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게임과 참여 학습으로 익힌다.
2교시는 민주주의와 정치에 대한 짧은 강의로 시작한다. 정치발전소 학교장인 박상훈 선생이 직접 강의에 나선다. '짧은' 강의이니, 너무 걱정 안 해도 된다.
강의 후 퀴즈 대회가 열린다. 퀴즈는 개념이나 지식을 재미있게 익히기에 좋은 프로그램이다. 정치가 어렵고 멀게 생각되는 청소년들이 '정치'에 관심을 두도록 하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퀴즈만큼 유용한 게 없다. 퀴즈는 주최 측이 아니라, 참가자들이 직접 낸다. 준비해올 필요는 없다. 캠프의 한 프로그램이다. 문제를 내는 과정, 푸는 과정에서 그 사안에 대한 지식이나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며 웃고 떠드는 사이 소리소문없이 정치와 거리가 좁혀지게 될 것이다. 그러길 기대한다.
3교시는 난이도가 있는 수업이다. 성인에게도 어려운 '정당'이다. 역시 박상훈 학교장의 정당에 대한 짧은 강의로 시작한다. 이건 뭐라 장담 못하겠다. 단, 끝나는 시간은 지킬 예정이다.
강의 후 우리나라 정당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하고, 참가자들이 정당을 직접 만들어 보는 순서를 가진다. 정당명을 정하고, 강령을 만들고, 당 대표를 선출하는 과정을 통해 '정당'의 실체를 슬쩍 접해보는 것이다. 꿈을 크게 갖는다면, 청소년들이 이 수업을 계기로 정당의 '당원'이 되고 싶은 마음이 생겼으면 좋겠다. 적어도 정당에 대해 호의적인 마음이 생겼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선거를 치르게 된다. 공약을 만들고, 연설문을 작성하여 본인들이 만든 정당과 후보에 대해 지지를 호소하는 유세도 하게 된다. 합당과 선거연합도 가능하도록 할 생각이니, 선거의 향배는 어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손에 땀을 쥐는 대반전 또는 별거 아닌 이합집산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잼잼캠프의 좋은 점은 1교시 수업을 마치면 바로 점심시간이라는 점이다. 부족한가? 2교시 수업을 마치면 바로 간식시간이다. 피자 파티다. 별도의 음료와 과자, 과일이 제공되며 팀별로 저자 사인이 담긴 책자 <정치의 발견>도 증정한다. 캠프가 끝나면 사진과 동영상도 예쁘게 정리해서 보내드린다.
캠프 신청에 있어서 주의할 점은 청소년정치캠프이지만, 청소년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청소년과 성인이 한팀이 되어 참가 신청을 해야 한다.
잼잼캠프가 일회성 교육에 그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에 이렇게 정했다. 청소년 혼자 참석한다면 캠프 이후 일상에서 '정치'를 주제로 대화를 나눌 상대가 없는 상황은 똑같게 된다.
함께 참석한 성인과 캠프 이후에도 정치적 대화를 나누게 되기를 기대한다. '성인'의 자격은 제한이 없다. 부모일 수도 있고, 이모나 삼촌, 형이나 언니일 수도 있다. 선생님이나 단체 활동가일 수도 있다. 누구라도 괜찮다.
여름방학을 맞아 두 번 오지 않을, 올여름 단 한 차례의 청소년정치캠프에 함께 할 청소년을 기다린다. 짧고도 긴 하루 동안 즐기며 배웠으면 한다. 아마도 잼잼캠프를 준비하는 우리가 청소년들에게 더 많은 것을 배우는 자리가 되지 않을까 싶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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