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핑크돌핀스'는 2011년 7월부터 돌고래 쇼 중단과 돌고래를 바다로 돌려보내는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뉴스에서 '20년 동안 멸종위기 돌고래들이 불법으로 포획되어 제주도 돌고래 쇼장에 팔리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뒤, 바로 현장으로 향했습니다. 직접 살펴본 제주 '퍼시픽랜드'의 실태는 충격이었습니다. 국제 보호종 남방큰돌고래들이 5미터(m)가량 좁은 수조에 갇혀 있었습니다. 넓은 바다를 헤엄치던 돌고래들이 목욕탕 같은 곳에서 인간을 위한 동물 쇼에 동원되는 신세가 된 것입니다. 핫핑크돌핀스는 '돌고래를 바다로'라는 캠페인을 시작했고, 지금까지 남방큰돌고래와 고래상어와 같이 멸종위기에 처한 대형 해양 동물 보호 활동과 해양생태계를 지키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수조에 갇힌 돌고래들을 바다로 돌려보내려면 어떻게 활동해야 할까? 서명운동과 1인 시위, 돌고래 쇼장 가지 않기 캠페인을 벌였지만 반응은 뜨뜻미지근했습니다. 기자회견도 열고, 아이들과 함께 그림편지 보내기 운동도 벌였습니다. 아이들은 누구보다 돌고래를 좋아했고,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돌고래는 바다에 있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아이들로부터 시작해 부모님들까지 대상을 넓혀 돌고래 보호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동화책도 쓰고, 생태교육도 하고, 환경영화도 상영하고, 신 나는 돌고래 노래도 만들어 부르고 다녔습니다. 고래 모습을 형상화한 모자를 쓰고 노래를 부르며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습니다. 여러 활동들이 쌓여 자연스레 시민들 사이에서 '멸종위기 남방큰돌고래는 바다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생각이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2012년 2월 제주법원에서 '돌고래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법원 판결이 어떻게 날까? 만약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판사도 집행유예 같은 애매한 판결을 내리면 돌고래들은 그냥 이대로 좁은 욕탕에서 생을 마감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들었습니다. 1심에서 대법원 판결까지 모든 공판에 참가해 재판 모니터링을 했습니다. 담당 재판부와 검찰, 그리고 심지어 돌고래 쇼 업체가 고용한 변호사 사무실에까지 의견서와 청원서를 내고 전화를 걸어 호소했습니다.
언론에서도 점차 고래 포획과 돌고래 쇼장의 문제점을 조명하는 기사를 내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제주 돌고래 제돌이가 바다사자 두 마리와 맞교환돼 서울대공원에 왔다는 사실도 알게 됐습니다. 다시 한 번 시민단체들이 모여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제돌이 방류를 촉구했고, 마침내 2012년 3월 제돌이 방류결정이 내려졌습니다. 길거리 홍보에 익숙하던 핫핑크돌핀스는 어느새 제돌이 방류 시민위원회에 참가해 여러 전문가들과 의견을 나누게 되었습니다. 고래류 전반에 대한 책과 논문을 열심히 읽었고, 인터넷을 통해 나라밖 사례들도 참고했습니다.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도 운영했고, 남방큰돌고래와 고래상어의 날 행사도 기획했습니다.
2013년, 마침내 대법원은 돌고래들을 몰수한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살아 있는 생물을 국가가 몰수한 것입니다. 자연에서 잡혀온 생물을 다시 그곳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사람다운 도리입니다. 마침 제돌이도 바다 적응 훈련을 시작해야 될 상황이었습니다. 몰수된 돌고래들과 제돌이를 함께 바다로 돌려보내자! 하지만 많은 돈을 들여 돌고래를 바다로 돌려보내는 것은 낭비라는 의견도 있었고, 특히 퍼시픽랜드 측에서는 돌고래들이 바다에서 잘 살지 못할 테니 방류해서는 안 된다는 염치없는 주장까지 서슴지 않았습니다. 고민이 많았지만, 결국 돌고래의 생명력을 믿기로 했습니다. 좁은 수조에 갇혀 있을 때는 볼품없어 보이던 돌고래들이, 바다에 만들어놓은 자연 적응 가두리로 옮겨지자마자 힘차게 물살을 가르며 헤엄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역시 넓고 푸른 바다가 키워낸 그 자연의 힘은, 탐욕스런 인간이 아무리 창살 안에 가두려 해도 쉽사리 빼앗기 힘든 것입니다. 고향 바다에 돌아왔다는 감격을 돌고래들도 분명히 느끼고 있었습니다.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는 순간이었죠. 글과 말로 전달할 수 없는 펄떡이는 생명의 힘 앞에서 우리는 너무도 고맙고, 또 너무도 미안했습니다.
어떻게 사람과 자연이 평화롭게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요? 핫핑크돌핀스는 이 질문을 화두로 활동을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조금씩 성장해갔으며, 여전히 그 질문을 붙잡고 있습니다.
처음 퍼시픽랜드의 뒷문을 통해 들어가 발견한 후줄근한 수조를 보았을 당시엔 잘 몰랐지만, 그때 찍은 사진을 보니 거기엔 태산이와 복순이도 있었습니다. 몰수판결을 받긴 했으나, 냉동 생선을 잘 먹지 않으며 인간 접촉을 꺼리고 건강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2013년 여름 방류대상에서 제외된 비운의 돌고래들이었습니다. 이것은 감금 상태 돌고래들에게서 나타나는 우울증입니다. 고향 바다와 돌고래 친구들만이 이 우울증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인데, 시민위원회에서는 우선 이 둘을 서울대공원으로 보내 건강을 회복시키자고 했습니다. 결국 언제 끝날지 모르는 기나긴 수조 생활이 연장됐습니다. 태산이와 복순이에게 정말로 미안했습니다. 친구들은 돌아갔는데, 둘만 남겨진 상태에서 다시 시작된 낯설고 좁은 수조의 생활, 그 고통을 깊이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다시 바다로 돌려보내기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돌고래들에게 굳게 약속했습니다.
온갖 우여곡절과 천신만고 끝에 7월 6일, 태산이와 복순이도 마침내 제주 앞바다로 온전히 돌아갔습니다. 이미 2년 전 방류된 제돌이, 춘삼이, 삼팔이가 다가와 너희들도 어서 빨리 돌아오라고 가두리 앞에서 재촉했지요. 우리는 2009년까지 바다를 누비던 이 돌고래들이 수년 만에 다시 재회하는 감격의 순간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아시아에서는 최초의 쇼돌고래 자연 방류죠. 원래 한 가족, 한 친구들이었다가 인간의 탐욕으로 뿔뿔이 흩어졌던 돌고래들이 원래 살던 고향 제주 바다에서 다시 만나는 기쁨은 얼마나 클까요?
남방큰돌고래는 한국에서는 제주도 연안에서만 삽니다. 겨우 100마리 정도 남아 있습니다. 이 생명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겠죠? 급격한 산업화의 이윤추구 그늘 속에 바다는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그 지표가 되는 것이 고래류입니다. 한국 바다에서 고래류는 급격하게 개체 수가 줄어 이제는 대부분 멸종위기에 놓였습니다. 대형고래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습니다. 고래 고기도 먹고, 돌고래 쇼도 보면서 손뼉을 치는 사이에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기후변화와 해양산성화가 심각해졌습니다. 모든 것의 중심에 돈이 놓인 무참한 시대에 이 돌고래들은 꿋꿋하게 버티며 우리에게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이 메시지를 어떻게 해석할지는 각자의 몫이지만, 돌고래들이 전하고 싶은 말은 어쩌면 매우 단순하고 명쾌할 것입니다.
'내가 살지 못하면 너희도 살 수 없다. 같이 살려고 하지 않으면 모두가 멸종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돌고래들이 돌아간 제주 바다만 보더라도 신항만, 각종 리조트와 카지노, 연안 매립과 난개발, 그리고 해군기지 건설로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돌고래들만 돌려보낸다고 서식처가 그대로 보호되는 것은 아닙니다. 생태계 파괴로 인한 생존의 위협은 이제 인간을 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같이 살아야 합니다. 우리는 진정으로 이 바다에서 돌고래들과 같이 살아갈 준비를 하고 있는 걸까요?
월간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1996년 창간된 우리나라 최초 생태 환경 문화 월간지입니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위한 이야기와 정보를 전합니다. 생태 감성을 깨우는 녹색 생활 문화 운동과 지구의 원시림을 지키는 재생 종이 운동을 일굽니다. 달마다 '작아의 날'을 정해 즐거운 변화를 만드는 환경 운동을 펼칩니다. 자연의 흐름을 담은 우리말 달이름과 우리말을 살려 쓰려 노력합니다. (☞바로 가기 : <작은 것이 아름답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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