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미워도 다시 한 번' 권영길?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미워도 다시 한 번' 권영길?

[총선현장]'영남 진보벨트' 창원-울산-사천은?

대선 참패의 쓰라린 기억과 분당의 상처가 아물어 가는 것일까? 경남 창원을에서 진보정당 최초의 지역구 재선을 위해 분투하고 있는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의 표정은 밝았다.

MBC와 동아일보가 31일부터 2일까지 지역주민 5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권영길 후보는 39.9%의 지지율로 32.1%에 그친 한나라당 강기윤 후보에 7.8%p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가 ±4.4%p인지라 굳이 따지면 경합권이지만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권 후보는 우위를 놓치지 않았다.

민노당은 창원을을 중심으로 사천의 강기갑 후보, 울산북구의 이영희 후보의 당선을 기대하며 최근 영남특별캠프까지 꾸렸다.

한나라당의 신실세 이방호 사무총장에 맞서 예상 밖의 선전을 벌이고 있는 강 후보나, 친박연대 후보의 출마로 인해 범한나라당 진영의 표분산이라는 어부지리를 얻고 있는 이 후보에 대한 기대는 높지만, 아직까지는 두 사람과 선두주자의 지지율 차이가 만만치 않다.

결국 창원을의 수성 여부가 권 후보 개인은 물론이고 민노당 전체의 명운을 좌지우지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권영길을 한 번 더 밀어줄까 말까"

▲ 점심시간에 쏟아져 나오는 공무원들과 악수하고 있는 권영길 후보ⓒ프레시안

1인당 GRDP(지역총생산)가 3만 4000불에 이르고 재정자립도도 전국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창원의 최대현안은 공장이 아니라 공장부지가 부족한 현상이다.

이로 인해 이 지역에선 "인맥을 동원해 중앙의 예산을 얼마나 더 따오겠습니다", "기업체를 유치하겠습니다"는 식의 공약을 듣긴 어려웠다.

"잘 나간다고 방심하지 말고 미래 성장동력을 준비해야 한다"는 구호가 곳곳에 넘쳐났지만 '못 살겠다'는 원성이 자자한 다른 지역에 비하면 배부른 소리로 들리기도 했다.

이런 까닭에 결국 창원을의 쟁점은 '권영길이냐 아니냐'로 집약됐다.

16, 17대 총선에 한나라당 간판으로 출마해 1승 1패를 한 판사 출신의 이주영 의원은 마산으로 지역구를 옮겼고 경남부지사 출신의 거물급 후보도 권 후보를 피해 창원갑에 출마했다. 창원을에선 한나라당 예비후보 9명이 혈투를 벌인 끝에 결국 강기윤 후보가 공천장을 따냈다.

LG전자 노동자 출신으로 일진금속이라는 중소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강 후보는 나름의 성공이력을 써 온 인물이지만, 권 후보에 비해선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평이다. 한나라당 공조직이 열심히 뛰고 있었지만 일반인 상대 인지도는 권 후보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하지만 창원을 유권자들이 권영길을 한 번 더 밀어줘야 할 이유를 찾기도 쉽지 않아 보였다. 권 후보의 핵심참모는 "우리의 컨셉은 '돌아온 풍운아, 창원에 모든 것을 다 바치기로 한 권영길'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고 전했다.

대선에 세 번이나 출마한 거물답게 권 후보의 지역 공약은 썩 훌륭했다. 설익은 거대담론 대신 성장동력 육성과 중소기업 진흥, 비정규직 지원, 창원대 지원 등의 공약은 공들인 티가 역력했다.

한국 진보정치의 얼굴이던 권영길보다 관록과 연륜의 권영길이 부각돼 보였다. 권 후보의 핵심참모도 "재선에 성공해도 중앙정치에 우리가 이제 이렇게 저렇게 관여할 부분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고 전망했다.

'그렇다고 해서 창원을 재선 자체에만 의미를 부여할 수 없진 않냐'는 질문에 이 참모는 "재선에 성공하면 2010년 지자체 선거를 겨냥해 창원을 확 바꾸고, 지역 진보정치가 가능할 수 있는 장을 만들 것"이라고 답했다.

10분 단위로 짜여진 일정을 수행하던 권 후보가 기자에게 강조한 것도 "창원의 디자인, 경남 정치 1번지의 자존심" 등이었다.

물론 상대방의 생각은 달랐다. 강기윤 후보 측은 "이말 저말 할 것 없다. 대선에서 세 번 떨어진 권영길 후보는 이제 정계에서 은퇴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기계공업 메카의 한나라당 간부답게 이 관계자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갈라져 사실 기대가 좀 있었는데 그 표가 우리한테 오는 것도 아니고 결국 진보신당 지지자들 표도 다 민노당으로 가더라"면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딱 선거법에 안 걸릴만큼만 동네를 휘젓고 다닌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어쨌든 강 후보 측도 다양한 개발공약을 내놓곤 있었지만 주된 전략은 '권영길은 이제 그만'이었다.

창원은 기계공업의 메카이기도 하지만 사실 블루칼라 비율은 8%에 불과하다고 한다. 대신 화이트칼라 비중은 그 3배에 달한다. 전국공무원노조의 뿌리인 경남도청을 비롯해 경남의 주요 행정, 금융기관이 집중된 탓이다.

이들이 결국 '다시 한 번 권영길'로 표심을 굳힐까? 권 후보에 대한 부채감이나 신선도는 많이 떨어졌지만 그 반사이익을 누리기엔 상대의 매력이 강하지도 않은 현실. 이것이 창원을의 상황이었다.

진보신당을 지지한다는 한 민주노총 조합원은 "곱다가 밉다가 하는데 그래도 우리가 안 밀어줘야 되겠심니꺼"라고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물론 도청 앞에서 영업한지 오래됐다는 한 식당 주인은 "우리는 원래 마카 한나라당입니더. 권 의원도 인자 늙었다안인교"라고 말했다.

박근혜 효과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사천과 울산의 차이

▲ 3일 저녁 사천에 유포된 괴문자메시지ⓒ민주노동당

경남 정치권의 또 다른 화제는 사천에 출마한 강기갑 의원의 선전이다. 지난 4년 간 온 몸으로 농심(農心)을 대변해 온 강 의원의 저력에다 지역 농민회 조직의 맹활약 그리고 한나라당 공천파동의 배후로 지목당해 박근혜 진영으로부터 집중포화를 당하고 있는 이방호 의원의 현재 상황이 겹친 결과다.

강 후보는 한때 5%p 차이까지 이 후보를 따라잡았지만 현재 격차가 두 자리 숫자 수준으로 벌어진 상황이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민노당은 상대로 치부하지도 않았던 이 후보 측은 요즘 바짝 긴장한 눈치다. 이 후보는 급기야 지난 3일 저녁 지역방송사 주최 TV토론에서 "강기갑 후보의 정치노선이 북한의 핵을 인정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 헌법 질서와 배치되는 것 아니냐"고 색깔론을 펼치기도 했다.

심지어 "민노당 당선되면 우리시는 전국에서 종북지역으로 지목되고 우리는 친북지역인으로 지목되는데 그건 안되지요. 지인연락"이라는 괴문자 메시지도 유포됐다. 이에 대해 민노당 영남특별캠프의 한 관계자는 "저쪽이 피가 바짝바짝 탄다는 증거 아니겠냐"고 껄껄 웃었다.

농심이 이처럼 저력을 발휘하고 있는 반면 진보정치 1번지 울산의 상황은 비관적이다. 북구에선 민주노총 정치위원장인 이영희 민노당 후보, 동구에선 노옥희 전 울산 교육위원이 진보신당 후보로 나서는 등 6개 선거구 가운데 5군데서 교통정리가 됐지만 당선권에 근접한 후보는 하나도 없다.

이영희 후보의 경우 지역 일간지와 방송사의 여론조사 결과 지지도가 13.6∼22.7%로 1위인 한나라당 윤두환 후보의 36.4∼42%의 절반 수준이다. 같은 지역구에 친박연대 후보가 출마했음에도 이 정도 수준이다.

정몽준 의원이 빠진 동구의 상황은 비슷하다. 진보신당 노옥희 후보의 지지율은 11.6∼25%로 1위 한나라당 안효대 후보의 39.2∼43.7%에 턱없이 못 미친다.

남구갑에 출마해 한나라당 최병국 의원과 대결하고 있는 이영순 후보도 비슷한 수준이다. 울산 지역의 한 비정규직 활동가는 "이쪽 저쪽 할 것 없이 아직 정신 못 차렸다"고 진보진영을 싸잡아 비판하면서도 "울산이 서울 강남 말고는 전국에서 제일 사교육을 많이 시키는 지역이라는 걸 아냐"고 기자에게 물었다.

이 활동가는 "진보진영의 무능이 먼저 비판받아야겠지만 비정규직을 제외하곤 울산의 노동자들이 노동자 의식을 상실하고 있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라면서 "혁신이란 말로도 부족한데 정말 무언가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